14) 완벽을 내려놓고 회복을 선택하는 사람

『좋은 어른이 되는 법』

by 박동욱

아침에 커피를 엎질렀다. 흰 셔츠에 갈색 반원이 번졌다. 급히 물수건을 찾고, 휴지를 덧댔다. 완벽한 하루의 시작은 아니었다. 하지만 셔츠를 갈아입고 나왔더니, 별일 아닌 얼굴로 출근길에 설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내 하루는 대체로 이렇게 흘렀다. 완벽하게 시작하진 못하지만, 금세 수습해서 다시 간다. 깔끔한 무결점이 아니라, 보이는 실수를 보이는 방식으로 고쳐 가며 간다.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없다. 다만 완벽해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완벽은 정지된 그림이고, 삶은 늘 움직이는 영상이다. 그림처럼 선명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은 잠깐이다. 그 순간이 지나가면 모서리가 닳고, 빛이 바뀌고, 계획은 틀어진다. 그래서 나는 요즘, 완벽 대신 회복을 택하려 한다. 망가뜨리지 않는 능력보다, 망가진 뒤 다시 세우는 능력을 믿으려 한다.


회복을 택한다고 해서 대충 산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실수를 인정하고, 영향을 먼저 살피고, 필요한 수정을 빨리 한다. 어제 보낸 메일에 파일을 잘못 붙였으면 오늘 바로 정정 메일을 보낸다. 설명은 짧고, 책임은 분명하게. “제가 착오가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파일을 다시 보냅니다.” 그 한 줄이 체면을 낮출지 몰라도, 신뢰는 올라간다. 완벽은 체면을 지키려 하고, 회복은 관계를 지키려 한다.


부족함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살아 있다는 증거다. 모서리가 닳는 만큼 우리는 사용 중이다. 중요한 건 모자람을 감추는 테이프가 아니라, 모자람을 줄이는 습관이다. 나는 나를 길들이기로 했다. 늦은 밤에는 감정적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 판단이 흐릴 때는 세 박자 숨부터 쉰다. 사과가 필요하면 먼저 한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작은 장치를 하나씩 만든다. 알람. 메모. 퇴고. 이 단순한 장치들이 회복의 속도를 빠르게 한다.


완벽주의는 자주 나를 굳게 만든다. “시작하려면 준비가 더 필요해.” “지금은 컨디션이 아니야.”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시작 자체가 멀어진다. 회복의 관점은 다르다. 작게라도 시작하고, 틀어지면 곧바로 수정한다. 시작이 빠르면 배움도 빠르다. 빨리 틀려 보고, 빨리 고쳐 본 사람만이 잘하는 지점에 도착한다. 잘한다는 건 안 틀리는 상태가 아니라, 틀렸을 때 회복하는 시간이 짧아진 상태다.


사람 사이에서도 회복은 빛을 발한다. 농담 하나로 표정이 굳은 친구를 보았을 때, 나는 이제 변명보다 인정을 먼저 꺼낸다. “내 말이 너를 다치게 했어. 미안해.” 의도는 나중에 말한다. 먼저 영향. 그다음 회복의 약속. “다음엔 이렇게 말할게.” 약속이 크지 않아도 된다. 작고 지켜지는 약속 하나가 관계를 제자리로 데려온다. 완벽은 실수를 부정하려 하고, 회복은 실수를 자료로 만든다. 자료가 생기면 다음 선택이 쉬워진다.


나는 나의 속도를 다시 정리했다. 빠르기 위해 애쓰기보다, 돌아올 좌표를 확보한다. 좌표는 세 가지다. 내가 지키고 싶은 단어 하나. 오늘 해낼 수 있는 일 하나. 오늘 하지 않기로 한 말 하나. 이 좌표가 있으면 흔들려도 오래 헤매지 않는다. 완벽은 흔들리지 않는 것을 꿈꾸고, 회복은 흔들려도 돌아오는 법을 익힌다. 나는 후자를 고르겠다. 그게 내게 맞다.


부족을 인정하면 길이 보인다. 그 인정이 나를 작게 만들까 봐 두려울 때가 있었다. 그런데 매번 겪어 보니, 작아지는 건 체면뿐이었다. 사람은 오히려 커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정은 현실을 정확히 보게 만든다. 정확히 보이면, 해결은 절반 끝난다. 방향이 나오고, 다음 행동이 떠오른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건 나중에.” “이건 도움을 요청하자.” 정확한 문장들이 내 안에 자리를 잡는다.


완벽 대신 회복을 고르는 또 하나의 이유. 지속 때문이다. 무결점으로 버티는 삶은 오래가지 않는다. 긴장도, 기대도, 타인의 시선도 과하다. 반면 회복을 염두에 둔 삶은 길다. 틀릴 수도 있음을 알고, 고칠 수 있음을 믿는다. 그래서 숨이 길어진다. 숨이 길어야 달릴 수 있다. 천천히라도 끝까지 가는 이들이 결국 해낸다. 해냈다는 말에는 언제나 수습의 역사가 숨어 있다.


나도 여전히 서툴다.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고집을 부리고, 때로는 사소한 실수를 크게 만든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 멈춰 서서 돌아보는 속도가 빨라졌다. 나를 탓하는 말보다, 오늘 고칠 한 가지를 먼저 찾는다. 내일의 내가 지금의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작은 수정 하나를 남긴다. 그 작은 수정이 쌓여 사람의 결이 바뀐다. 결이 바뀌면, 운명의 방향도 아주 조금 달라진다.


밤이 내려오면, 오늘의 얼룩을 확인한다. 무엇이 번졌고, 어디까지 닦였는지. 다 닦이지 않았어도 괜찮다. 내일 아침에 다시 보자. 회복은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커피를 내리고, 셔츠를 단정히 입고, 문을 연다. 완벽한 출발은 아니어도 좋다. 출발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그리고 틀어지면 고친다. 다시. 또.




우리는 완벽해서가 아니라, 회복해서 앞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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