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보호와 표현의 자유

내국인 보호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양부남 법안’의 역설

by 박동욱


먼저 팩트부터 짚자.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11월 4일 ‘특정 국가·국민·인종’에 대한 허위사실 명예훼손과 모욕을 형사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허위사실 유포는 징역 5년 이하, 모욕은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이 골자다.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발의 단계다. 논란은 “반중 시위”를 예로 든 제안 이유가 불씨가 됐다.

입국 문제도 사실관계를 분리해 보자.


정부는 2025년 9월 말 중국인 단체관광에 한해 한시적 무비자를 허용했다. 개별 관광객은 기존처럼 비자가 필요하다. 제주도의 무비자 제도는 예외적으로 유지된다. 이 역시 정책 공지 수준이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온다’는 식의 포괄적 무비자는 아니다.


이제 논점을 정리한다.


1) ‘혐오 차단’과 ‘표현의 자유’의 충돌

집단 명예훼손과 모욕을 형사처벌하면, 혐오 확산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기준이 넓고 모호하면 정책 비판과 감정 표출까지 묶일 수 있다. 형사처벌은 칼이다. 칼을 꺼낼 때는 표적과 범위를 좁혀야 한다. 양 의원안은 “특정 국가·국민·인종”을 포괄한다. 이 폭은 크다. 공익 비판과 국익 토론까지 위축될 위험이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표현 위축’ 논란이 커졌다.


2) 이미 존재하는 처벌 체계와의 중복

우리 형법은 개인 명예훼손, 모욕을 처벌한다. 집단에 대한 폭력·차별 선동은 현재도 다른 법률과 판례로 일부 대응 가능하다. 그렇다면 추가 형사범을 만들기보다, 폭력 선동·실질적 위해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명확하다. (이 지점은 법조계에서도 쟁점이다. 법안 심사에서 세밀한 정의와 사례 검토가 필요하다.)


3) 치안과 이민관리, ‘국적 불문 같은 잣대’가 핵심

지역사회 불안은 입국심사·불법체류 단속·범죄예방 시스템으로 다뤄야 한다. 국적을 특정해 감정 싸움으로 번지면, 정작 필요한 현장 역량 강화가 뒤로 밀린다. 정부가 내놓은 단체무비자 조치 역시 기간·대상·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위반 시 즉시 퇴거·재입국 제한 같은 집행 규칙을 엄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기준은 단 하나, 법 위반 여부다.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표현 규제의 범위를 축소하자. 욕설 일반이 아니라, 폭력·차별을 직접 선동하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해를 일으키는 경우로 한정하자.


민사적 구제를 먼저 확장하자. 집단 대상 허위사실 유포로 구체적 피해가 발생하면, 정정보도·손해배상 청구를 신속 처리하도록 절차를 손보자.


데이터 공개와 집행 투명성이 기본이다. 단체무비자 입국 규모, 범죄 연루 현황, 불법체류 적발·송환 통계를 정기 공개하자. 숫자가 불안을 줄인다.


현장 역량을 강화하자. 출입국 심사 인력, 외사·풍속·생활치안 조직의 협업을 정례화하고, 통역·법률지원 체계를 상시 가동하자. 국적 불문, 위반엔 신속 대응이 원칙이다.


칼럼의 결론은 단순하다.


내국인 보호는 국가의 책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숨이다. 혐오를 멈추려면 정교한 규정엄정한 집행이 함께 가야 한다. 입국·치안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 법의 일관성으로 해결하고, 말의 영역은 폭력 선동허위사실로 범위를 좁혀 다뤄야 한다.


분노는 빠르다. 법은 느려야 한다.

우리는 느린 법이 정확한 칼이 되길 원한다. 감정을 재갈 물리려는 법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법. 그 법이 시민의 불안을 달래고, 공론의 숨통을 지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