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정의, 모두에게 평등한가: '동남아 메뉴판'

내 시선속의 이슈

by 박동욱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숭고한 이념 아래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실 속 법 적용은 과연 이 명제를 온전히 지켜내고 있을까요? 작가님의 날카로운 비유처럼, 한국의 법 체계를 바라볼 때 종종 "동남아 관광지의 메뉴판"을 떠올리게 됩니다. 현지인과 관광객에게 다른 가격과 메뉴를 내밀 듯, 우리의 법도 부모의 배경과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그 적용이 사뭇 달라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배경에 따른 법의 '무게추'

우리는 같은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나 그 주변 인물에게는 '경범'으로, 아무런 배경 없는 일반 시민에게는 '중범죄'로 다루어지는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법의 정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법이 가진 공정성의 저울이 기울어진 채 작동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은 국민들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주된 요인이 됩니다.


잊히지 않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기록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뇌리에 박혀있는 1988년의 '지강헌 사건'은 이러한 불평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5백만 원을 훔친 지강헌에게 7년이라는 긴 형량이 선고된 반면, 수십억 원의 공금을 횡령한 당시 정권의 실세 관련 인물은 고작 3년도 채 되지 않아 출소했던 사건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뼈아픈 사회적 구호를 남겼습니다. 1988년의 사건이 2025년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할 수 있는 것은, 그 본질적인 문제점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제도권'만을 위한 법인가

결국, 이러한 현실은 대한민국의 법이 단순히 국민 전체의 안녕과 질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소위 '제도권' 안에 있는 특정 소수를 위한 도구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합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국민만 사랑하는" 것 같고, 법의 울타리 안에서 제도권에 있는 이들이 그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 듯한 착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법의 진정한 정의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고, 모든 구성원이 그로부터 보호받으며, 차별 없는 대우를 받는 데 있습니다. 1988년의 질문이 2025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현실은 우리가 이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준엄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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