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선 속의 이슈
요즘 연예인과 팬덤 이야기는 대체로 시끄럽게 들린다. 악성 댓글이나 사생활 침해, 도를 넘는 팬심이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임영웅과 팬덤 ‘영웅시대’가 함께 만든 풍경은 오히려 더욱 또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사람과 돈이 공연장으로만 몰리지 않는다. 봉사 현장이나 모금 계좌로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최근 기사 몇 건만 훑어봐도 이런 흐름이 보인다. 경기 북부 팬모임 ‘모래알갱이’는 사랑의열매에 500만 원을 기부했고, 홀로 사는 이웃들을 위해 600만 원어치의 김장김치를 직접 담가 나눴다. 부산 지역 연합 팬클럽도 추석을 맞아 1,000만 원을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임영웅 공식 팬클럽은 그의 생일을 기념해 지난 5년 동안 누적 11억 6,000만 원이 넘는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름도 참 다양하다. ‘모래알갱이’, ‘일산 헤벌쭉웅’, ‘부산연합’ 등, 지역마다 작은 모임들이 있고, 그곳마다 기부와 봉사를 일상의 한 부분처럼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이 팬들은 인터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꺼낸다.
“임영웅에게 받은 위로를 나누고 싶었다.”
“가수의 선행을 보며 자연스럽게 따라 하게 됐다.”
말을 정리해 보면 단순하다. 가수가 먼저 기부하면, 팬들이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을 모은다. 스타의 이미지만 소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나도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까지 이어진다.
물론 이런 모습에 대해 “이미지 관리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하지만 실제 봉사 현장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김장 봉사에 직접 나서면 허리와 손목이 아픈 사람은 끝까지 버티기도 어렵다. 연휴를 앞두고 모금 계좌에 돈을 넣는 것도 각자 통장에서는 빠져나가는 금액이기에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팬덤의 진심은 공연장 무대 조명 아래가 아니라, 비닐장갑을 끼고 배추를 버무리는 자리에서 드러난다.
임영웅의 팬덤이 흥미로운 이유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입으로만 외치지 않고 실제 구조로 만들어간다는 점 때문이다. 생일이나 데뷔일, 앨범 발매처럼 ‘팬덤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기부와 봉사가 늘 따라붙는다. 스타와 팬이 함께 새로운 문화의 규칙을 만든 셈이다. “좋아하면 돈만 쓰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자리잡았다.
그렇다고 이 현상을 무작정 미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팬덤이 과열되면 배타적인 분위기가 커지고, 타 가수나 팬을 향한 공격성도 솟아오른다. 스타에게 쏠린 충성심이 너무 크면 비판을 외면하는 폐쇄성도 따라온다. 선한 영향력 역시 내부의 자기만족으로만 소비될 위험이 있다. “우리는 착한 팬덤”이라는 구호가 목적이 되어버리면, 나눔의 방향은 쉽게 흐려질 수 있다.
그래도 분명한 사실이 있다. 똑같은 팬덤 문화 안에서도 사람마다 길은 다르다. 누군가는 클릭 수와 순위 경쟁에 집착하고, 또 누군가는 받은 위로를 사회로 돌려준다. 임영웅과 영웅시대는 후자의 좋은 예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미 연예인과 팬덤의 어두운 면을 많이 봐왔다. 이제는 이런 따뜻한 장면들도 곁에 두고 기억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이, 또 다른 누군가의 밥상이나 겨울 이불이 되어 주는 순간들. 스타 한 사람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를 좋아하는 수많은 익명의 손들이 함께 만드는 풍경.
결국 질문은 이렇게 정리될 것 같다.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을 닮아간다는 말이 맞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또 어떤 모습으로 닮아가고 있을까.”
임영웅 팬덤의 기부와 봉사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처럼 느껴진다. 조용하지만 또렷하게, 말보다는 행동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