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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을, 그리고 오늘을 기억하려 애써본다

칠십일 년생, 올해로 오십이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현대사는 1987년 고등학생이 된 이후부터 실감이 난다. 그 이전 역사는 솔직히 그냥 역사책 속 사실들의 나열로 느껴진다. 4.19가 그렇고, 5.16과 12.12, 5.18도 마찬가지다. 고등학생 이전의 역사는 글로 배웠다. 어렸기도 했고 나의 성장과 동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실감이 잘 나질 않는다. 역사의 아픔은 그저 책 속 덤덤한 사실일 뿐이었다 그때는.      


배워서 아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말로, 글로, 머리로만 아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하는 데서 알게 되는 것이 더 강렬하고 오래 간다. 동시대를 살며 같은 정서를 경험하는 것만큼 강렬한 연대감은 없다. 그 시대에, 같은 일을 겪고 이겨냈다는 동질감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공감의 과정일 것이다.      


4.16 6주기를 맞으며 고민한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안타까움과 간절함을 내 아이와 어떻게 함께 공감할까? 이 안타까움과 분노, 울분을 어떻게 전할까 생각해본다. 무엇부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이야기 나눠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게 나라인가 셀 수 없이 물었던, 우리의 천박한 민주주의 체계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유가족들 앞에서 폭식으로 조롱하던 일당들과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로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준 몹쓸 무리가 버젓이 활보할 수 있는 법과 제도도 말해줘야 한다. 그런 가운데 잊지 않고 이날만 되면 소리 없이 마음 쓸어내리는 착한 사람들이 또한 우리 이웃들 속에 셀 수 없이 많다는 점도 알려줘야 할 텐데.     


내가 오늘 선택한 기억 투쟁은 세월호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 가족 공감 관람이다. 그날, 우리가 느꼈던 참담함을 있는 사실 그대로 내 아이가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골랐다. 개인적으로 나는 하나 더 해보려 한다. 그동안 사놓고 읽을 용기가 없어 책장에 그대로 꽂아만 둔 세월호 관련 책들을 오늘부터 꺼내 읽으려 한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오늘날 기억은 투쟁으로 불리기도 한다. 투쟁하듯 기억하려 애쓰지 않으면 잊히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있었던 사실마저 거짓으로 꾸며져 기억마저 왜곡되는 세상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세력들에게 맞서 기억 투쟁을 해야 한다. 있었던 사실을 있었던 그대로 기억하려는 노력을 일상에서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역사적 사실이 올바르게 대물림된다는 신념으로 오늘 하루 기억하려 애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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