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 세대는 권리의식이 매우 뛰어나다.”
최근 쿠팡 플레이 오리지널 콘텐츠 SNL의 ‘MZ 오피스’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유분방하고 기존의 관습에서 탈피하려는 MZ 세대의 특성이 부정적으로 발현된 경우를 풍자하여 많은 이들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 결과다. 다소 과장되기는 했지만, 해당 프로그램에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특정 세대에 대한 이러한 시선이 생긴 이유는 실제로 그 세대에게 그러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주 69시간 근로제’에 관한 장관의 발언을 들으면 더욱 실감난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라는 취지로 고안된 이 정책은 최초 브리핑 당시 최대 근로 시간이 연장되면서 기업 측에서 이를 악용하여 노동자들에게 초과근무를 강요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샀다. 이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에 고용노동부 장관의 대답은 “요즘 MZ 세대들은 회장 나와라, 부회장 나와라, 이런 식으로 권리의식이 매우 뛰어나다”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않은가. 2020년대가 되어서야 젊은 세대가 권리의식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니. ‘어떤 일을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처리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이나 힘에 대한 관심이나 의식.’ 사전에 등록된 ‘권리의식’의 정의다. 즉, 그간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았으며, 그러한 실태가 지금까지도 이어져 왔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어째서 MZ 세대는 권리의식이 향상될 수밖에 없었는가?’가 된다.
3년 전, 한 20대 청년이 물류센터에서 주 평균 58시간, 최대 62시간까지도 일하다 과로사로 숨졌다. 당시 법적으로 허용된 최대 근무 가능 시간은 주 52시간이었다. 규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서 초과근무를 하는 와중에도 이 청년은 3개월간 아무 말도 못 하고 일하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만약 청년이 그때 ‘회장 나와라.’ 할 수 있었고, 최대 근무 시간에 따라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지켜졌더라면, 이런 안타까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권리는 ‘특정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법률상의 힘’이다. 개인이 직접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법적으로 보장되어야만 하는 요소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3년 전 초과근무로 일하다가 힘들어서 사망한 청년은 그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도, 요구해보지도 못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보도되는 상황이다. 이에 분노한 MZ 세대는 스스로 권리를 찾아 나서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법과 정책이 무용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권리의식, 즉 당연히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는 자격과 힘에 관한 관심을 키워야만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높은 권리의식’이라는 MZ 세대의 특성은 이용되어야 할 ‘성격’이 아닌,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자신들이 만든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이 ‘알아서 챙겨라.’라니, 참으로 무책임하다. 권리의식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우리들의 현실을 반추하고 이런 현실을 만든 기성세대가 되려 반성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이제 정책의 방향은 권리의식의 ‘활용’이 아닌 오히려 ‘해소’가 되어야 한다. 브리핑 막바지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놓았던 ‘요즘 MZ 세대는 권리의식이 뛰어나다’라는 장관의 말이 다음번에는 ‘MZ 세대는 권리의식이 향상될 수밖에 없었다’로 시작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