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사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 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를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 다시 삼백 예순 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무엇을 더 바라시겠습니까?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아침에 해가 뜨는 ‘일출’은 잠을 이겨내면서 기다린다. 새해에 일출은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일까? 안타깝고,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보내고 맞이하는 2025년 새해 첫날은 2024년을 쉽게 보낼 줄 수가 없다.
나태주 시인에 ‘새해인사’는 우리에게 늘 당연히 있던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늘 있던 해님과 달님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해님과 달님을 우리가 공짜로 받았다니, 당연하건대 공짜로 받았다고 생각하니 왜 이렇게 고마운 걸까. 일상에 파묻혀 우리는 자연이 주는 것에 대해 마음을 잊었다.
새해가 되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고 그런데 거기다가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 구름, 꽃, 물소리, 바람과 풀벌레 소리는 덤으로 받는다. 우리의 삶은 0에서 시작이라 아니라 기본값에 이 모든 것을 더하게 된다. 그래서 새해 첫날은 늘 있던 모든 것들에 대해 마음을 담는다. 새것은 아니지만 시작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처음처럼 마음을 담아본다.
이 마음을 기억하고 싶어 글을 써본다. 내일은 새해 다음 날이 아닌 새 하루가 시작된다. 그냥 주어진 하루가 아닌 마음을 담아 처음 맞는 하루가 되어 버티는 하루가 아닌 수많은 시작에서 끊임없는 처음이 된다. 그 처음은 또 다른 새로움이 된다.
삶이 고단하고 부족할지라도 시작이 있기에 새롭게 맞이할 수 있다. 당연한 것에 불만을 갖기보다는 지금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담는다면 우리는 지치지 않고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하는 용기를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