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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Oct 17. 2024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3일 차(p.62~p.98)

☆ 마음에 담고 싶은 구절     

다만 당하기로 따지자면 내가 더 당했다. 아버지는 선택이라도 했지, 나는 무엇도 선택하지 않았다.(p.76)      


☆ 발췌     

이 동네 사람들은 몸의 거리로 친밀감을 표현하는 모양이었다. 하기는 동물도 그렇긴 하다. 그 거리를 내가 허용하지 않고 살아왔을 뿐이다. 빨갱이나 그 자식들은 알아서 보통 사람들이 친밀하다고 허용하는 거리를 넘어서 있어야 했다. 그래야 누군가 빨갱이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피해를 당하지 않을 테니까.(p.75)    

 

아버지가 평생 당하고만 살지는 않았다. 당하지 않으려고 사회주의에 발을 디뎠고, 선택한 싸움에서 쓸쓸하게 패배했을 뿐이다. 아버지는 십 대 후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여든둘 된 노동절 새벽,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짊어졌다. 사회가 개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묻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p.76)     


먼지에서 시작된 생명은 땅을 살찌우는 한 줌의 거름으로 돌아가는 법, 이것이 유물론자 아버지의 올곧은 철학이었다. 쓸쓸한 철학이었다. 그 쓸쓸함을 견디기 어려워 사람들은 영혼의 존재를, 사후의 세계를 창조했는지도 모른다.(p.98)   

   


☆ 단상(선택)      

주인공 아리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마침맞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장례식장에서 몸의 거리로 친밀감을 표현하는 이 동네 사람들로 인해 “아버지의 믿고 살 만허 세상”을 보게 된다. 장례식장에 만난 고씨보다 더한 오지랖을 부리는 동식 씨의 크고 뭉툭한 손에서 아리는 섬세나 다정과는 담을 쌓았을 것 같은 한정 없는 따숩함을 느낀다. 아리는 별것 아닌 기억이지만, 뻔한 남자들과 다르지 않은 뻔한 행동을 하는 잊지 못했던 아버지의 그 순간들을  마주한다. “고씨 집안의 자랑인 동시에 고씨 집안 몰락의 원흉인”(p.90) 빨갱이 아버지의 딸로서 지인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낸다. 특히, 아리는 “큰아버지 큰아들 길수오빠 생각할 때마다 죄를 지은 느낌이었다. 빨갱이의 딸인 그녀보다 빨갱이의 조카인 오빠가 견뎌야 했을 인생이 더 억울할 것 같아서였(p.81)”다. 작가는 “당하지 않으려고 사회주의에 발을 디뎠고, 선택한 싸움에서 쓸쓸하게 패배했을 뿐인 그가 십 대 후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여든둘 된 노동절 새벽,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짊어진 삶”(p.76)에 대해 묻는다. 아리는 선택한 자의 삶으로 선택하지 않은 삶에게 가혹한 책임을 묻는 그 한계를 뛰어넘은 이 현실에 대해 말한다. 그녀는 “먼지에서 시작된 생명은 땅을 살찌우는 한 줌의 거름으로 돌아가는 유물론자 아버지”(p.98)의 죽음 앞에서 그 올곧고 쓸쓸한 철학으로 자신에게 묻는다. 아리는 “그 쓸쓸함을 견디기 어려워 사람들은 영혼의 존재를, 사후의 세계를 창조했는지도 모른(p.98)”다고. 가혹한 책임을 묻는 현실 앞에 아버지는 죽어서라도 한 줌의 거름이 되어서 생명을 살찌우는 먼지가 되고 싶었을까?     

 


『아버지의 해방일지』 ‘함께 읽기 3일 차입니다. 

읽을 페이지는 p.32~p.62입니다. 

독자분들도 제가 발췌해 놓은 ‘마음에 담고 싶은 문장들’을 필사해 보세요. 

필사한 구절로 ‘댓글달기’에 ‘한 줄 단상’을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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