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여인과 향기

1화. 팜므파탈의 향기, ‘샤넬 N0 5’

파리의 밤은 아직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밤은 다가서지를 못한다.
곳곳에 퍼져있는 향기가 하나의 무리로 모여 떠도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바람이 멈추어선 도시의 구석으로 퍼져가기 때문이다.


1921년, 두 개의 공간을 하나로 모아 시대를 이끄는 여인들을 위한 새로운 디자이너 향수가 세상에 소개된다.

아르데코 Art Deco(파리에서 처음 시작된 모더니즘의 장식미술)의 완벽한 구현이라고 할 만한 극도로 세련된 형태의 용기에 담긴 강렬하고 세련된 새로운 향.

프랑스 향의 지역, 그라스Grasse의 장미, 재스민 등 최고급 천연 화정유와 합성향료인 알데히드(메탄 카르보닐의 변종으로, 세련되고 감각적인 모던 플로랄 향을 가진 것이 특징)를 교묘하게 조합하여 천연 향유의 변질을 막고 향기를 더욱 강조하여 여성의 피부에 강렬한 향의 여운을 남기며 지금껏 그 누구도 맡은 적이 없던 향수였다.


‘샤넬 넘버 5 Channel N5


이 향수를 맡고 있으면 향기와 함께 떠오르는 한 여인의 이미지가 있다.


독일의 뮌헨 근교 '님프의 궁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님펜부르크 궁Schloss Nymphenburg의 바바리아 왕실 여인들의 전용실 미인 갤러리Schonheiten galarie를 가면, 각 벽면에 국왕 루드비히가 사랑한 36명의 아름다운 여인들이 요제프 칼 슈틸러Joseph Karl Stieler에 의해 그려진 초상화로 장식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미모와 현란한 댄스, 그리고 섹시하고 강렬한 모습으로 60세의 루트비히 1세를 유혹했던 그 여인 중 하나인 냉소적 미소라 불렸던 그녀.


롤라 몬테즈 Lola Montez.


하지만 그녀의 끝은 좋지는 못했다.

롤라의 과격한 성격과 왕의 정부로서의 특권과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과시하는 행동은 바이에른 시민들을 분노하게 하였고, 결국 1848년 3월 20일 루트비히 1세의 퇴위를 불러왔으며 그녀는 바이에른에서 강제추방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그녀는 당시에 늙은 국왕을 이용한 요부라 칭하였을지라도 어쩌면 기존의 틀을 깬 혁신적인 여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세기적 팜므파탈인 마돈나 조차도 편지나 메시지를 보낼 때 사용했던 그 이름, ‘롤라 몬테즈’


noname01.bmp 요제프 칼 슈틸러(Joseph Karl Stieler)의 롤라 몬테즈(Lola Montez)

샤넬에서 롤라가 보인다.

특히 넘버 5의 향기는 서공을 초월하여 일탈을 꿈꾸는 여인의 절규처럼 끊임없이 롤라를 부르고 있다.

마치 자신을 드러내듯.




샤넬은 20세기 패션계를 빛낸 위대한 인물로, 그녀의 첫 번째 향수는 세계 최고의 조향사인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와의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에르네스트 보는 1883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15세의 어린 나이에 향수 업계에 입문하였고, 1920년 남프랑스 칸에 있는 라보카에서 랄레 사를 공동으로 창업하면서 북구의 풍경을 향기로 표현하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그는 샤넬의 제안으로 16가지의 향수를 만들었고, 그 증에서 그녀가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었던 5번.

그렇게 1921년 5월 5일 ‘샤넬 NO 5’가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코코 샤넬이 향에 대해 말한다.

“나는 자신이 사용하는 향이 무엇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여성들이 불쌍해요, 향은 그 자체가 말해야 합니다. 향은 은밀하게 속삭이니까요.”


향수 뚜껑을 여는 순간 우리는 기억의 냄새를 떠올리고 특별한 빛을 경험하며, 과거의 공간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평상시 생각하지도 않았던 기억을 깨워 시공간을 초월하는 오감의 체험을 경험하면서.


Olfactory Direc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