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다는 것

쥐똥나무

by 이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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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썩 좋은 느낌은 아니다. 어차피 속뜻은 비교 대상이 더 낫다는 이야기니까. 뭔가 혹은 누군가를 닮았다는 이야기는 그런 의미다. 좋은 뜻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더 나은 무언가를 닮았다면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어떤 경우든 느끼기 나름이다.

이야기의 시작이 어려워진 까닭은 ‘쥐똥나무’ 탓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뭔가 지저분한 식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다. 하얗고 앙증맞으며 달콤한 향기까지 은은하게 풍기는 꽃을 가진 이 식물은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담장의 울타리로 많이 사용한다. 각지게 담장처럼 깎아 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시에서 주로 마주치게 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골 산언저리나 계곡에서 만나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비록 키 작은 나무(관목)로 불리지만 사람 키의 두 배를 훌쩍 넘겨 자란다. 활엽수지만 반짝이는 잎을 가졌으며, 환경을 탓하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기까지 한다. 열매는 약용으로 사용하는, 그야말로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문제는 열매다. 꽃이 진 뒤 달리는 작고 까만 열매가 마치 쥐똥을 연상시킨다. 이름이 붙여진 이유다. 19세기에 편찬된 한 문헌에서도 이름의 유래가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 동식물의 이름 중에는 생김새나 특징을 보고 직관적으로 부르는 이름들이 꽤 많다. 들으면 그 이름이 바로 이해되는 게 있는가 하면, 설명을 듣고 나서야 무릎을 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끔 이름이 민망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고치려는 시도도 있었다. 예를 들면 ‘복주머니난’의 원래 이름은 ‘개불알꽃’이었다. 요즈음 ‘큰개불알풀’을 ‘봄까치꽃’으로 바꾸려는 사람들도 있다. 복주머니난은 이름이 정식으로 바뀐 경우고, 봄까치꽃은 사람들이 이름 바뀌기를 희망하는 경우다.

예쁜 꽃을 가진 식물들이 다소 민망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는 사람들 탓이다. 식물들이야 사람들이 무엇으로 부른 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만약 식물이 생각이란 걸 한다면, 기왕이면 예쁜 이름으로 불리고 싶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반대로 사람들은 구분을 위한 것이니 직관적일 필요가 있다. 괜스레 예쁜 이름 짓는답시고 은유적으로 지었다간 헷갈리기 십상일 테니까.

아주 오랫동안 불려 온 이름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민망하거나 천박해 보인다는 이유로, 부르던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쥐똥나무꽃을 보며 살짝 든 어쭙잖은 감성이다. 괜히 쥐똥을 닮은 열매 탓에 예쁘고 귀여우며 향기로운 꽃이 똥으로 불리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생각해 보면 ‘쥐오줌풀’ ‘노루오줌’ 같은 이름들도 있다. 물론 이 꽃들도 모두 예쁘다.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직관적으로 붙인 이름이 정겹다는 생각도 든다.

시작과 끝이 사뭇 다른 이야기로 매듭지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여전히 무언가를 닮았다는 이야기는 그리 유쾌하지 않다. 특히 이름으로 고정된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새삼 그건 아니라고 항변할 생각도 없다. 바꾸자고 강변할 생각도 없다. 그냥 그렇다는 감정을 두서없이 써 보았을 뿐이다.

덧붙이자면 쥐똥나무의 꽃말을 ‘강인한 마음’이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