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일본 여행-2

타케가와라 온천·竹瓦溫泉

by 이우형


벳푸(別府市)는 일본의 유서 깊은 온천 도시다. 거리 곳곳에 허름하지만, 오래된 온천이 자리하고 있다. 벳푸온천에 대한 기록은 8세기 이후인 나라·헤이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지금처럼 도시나 마을이 형성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소박한 온천이었다고 한다. 이곳에 마을이 생긴 것은 에도 시대에 들어와서다. 이후 메이지 시대 막바지인 1911년 벳푸역이 개통되고, 이때부터 국민관광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벳푸가 관광도시로 떠오르자 관련 산업인 숙박시설과 유흥시설도 늘어났다. 관광지로 급격하게 성장한 벳푸는 1924년 시로 승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벳푸 지역은 ‘땅만 파면 온천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자연온천이 많고, 온천 용출수도 일본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숙소인 ‘노가미혼칸’(野上本館)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 식사 전 잠시 숙소 인근을 둘러볼 요량이었다. 숙소를 나와 골목을 돌자 바로 오래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이 드는 건물이었다. 원형으로 된 현관 지붕 아래 간판이 붙어 있었다. ‘竹瓦溫泉’. 우리말로 읽으면 ‘죽와온천’, 말 그대로 ‘대나무 기와 온천’이다. 함께 걷던 서 박사에게 어떻게 읽냐 물어봤더니 ‘타케가와라 온천’이라고 했다. 뜻은 같단다. 아무리 봐도 지붕이 대나무는 아니었다. 궁금해서 자료를 뒤져봤다.

타케가와라 온천은 1879년 만들어진, 벳푸의 유서 깊은 온천 중 하나라고 한다. 처음 지을 때 대나무로 지붕을 만들어 타케가와라란 이름이 붙었단다. 지금 건물은 1938년 재건축된 것이다. 입구와 외관을 장식한 중국풍의 곡선 지붕이 쇼와 시대 초기 분위기를 잘 담고 있어, 벳푸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

타케가와라 온천은 지금도 여전히 운영 중이며, 벳푸를 소개하는 안내 자료에 항상 등장하는 건물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온천과 더불어 모래찜질 체험도 가능하단다.

짧은 일정에 이것저것 모두 할 수는 없어 외관만 촬영해 봤다. 온천은 저녁 식사 후 숙소인 노가미혼칸에서 한 시간 정도 즐겼다. 물이 너무 뜨거워 찬물을 틀어 놓고 한참 젓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의 오래된 온천들은 대부분 과거 우리나라의 대중목욕탕과 비슷한 모습인 것 같았다. 어쩌면 그보다 더 허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허름함이 자연스러워 더 멋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대중탕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온천을 꼭 해야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었다. 다만, 왔으니 한 번은 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탕에 들어가 봤다. 뭔가 대단히 허술한 분위기였지만, 물이 좋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한동안 옛것은 낡고 볼품없는 유산으로 여겨진 적이 있었다.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수익성이 없으면 오래된 옛것은 사라져야 할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게 된다. 요즘 들어 주머니 사정이 조금 나아져서 그런지 옛것을 되찾으려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레트로(retro) 바람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모든 게 너무 편해져 버린 세상에서, 몸과 머리가 조금 고생스러운 작업 또는 체험이 다시 사랑받는 이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 오늘의 불요(不要)가 내일의 필요(必要)가 될지. 벳푸의 한 온천을 보며 잠시 스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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