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찾지 말아요.

동강할미꽃

by 이우형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여파로 힘들어하는 꽃이 있다. 동강이 흐르는 강가 석회암 지대에 터를 잡고 사는 ‘동강할미꽃’이 그들이다.

동강할미꽃은 나름 특별한 식물이다. 일단 우리나라, 그것도 강원도 정선을 중심으로 한 몇몇 석회암 지대에서만 산다. 일반적으로 할미꽃은 물 빠짐이 좋은 건조한 토양에, 양지바른 풀밭을 선호한다. 동강할미꽃은 거기서 더 나아가, 아예 바위틈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메마른 봄, 거무튀튀한 바위를 분홍빛으로 장식하는 꽃이니 사람들이 혹하지 않을 수 없다.

뭐든 그렇지만, 처음부터 동강할미꽃이 유명세를 탄 건 아니다. 동강할미꽃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8년 한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집을 통해서였다. 그 사진이 알려지면서 식물학자인 이영노 박사가 이를 연구해 2년 뒤인 2000년 정식으로 명명했다. 학명은 ‘Pulsatilla tongkangensis Y.N.Lee & T.C.Lee.’다. 종명에 아예 ‘동강’이 들어갔다.

기억으로는, 꽃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가 2010년 전후였던 것 같다. 이 시기는 카메라가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대중화되던 때였다. 사족을 좀 붙이자면, 필름을 사용하던 시절 사진은 돈이 많이 드는 취미였다. 직업으로 사진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필름 값 감당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거티브필름 1통에 인화까지 하면, 1990년대 중 후반기준으로 대략 8,000원 정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슬라이드(포지티브) 필름도 대략 그 정도였다. 35mm 필름 1통이 24컷 또는 36컷이니, 요즘처럼 촬영했을 때의 컷 수와 비교해 보면 얼마쯤의 비용일지 계산이 될 터이다.

공교롭게도 동강할미꽃은 디지털카메라가 막 대중화되던 시기와 맞물려 소개되면서, 이를 촬영하려는 야생화 사진가들이 찾는 맛집의 메뉴가 됐다. 2005년 무렵인가를 되돌아보면, 동강할미꽃 자생지는 사진을 촬영하려는 사진가부터 꽃을 보러 온 상춘객까지 몰려 정신없던 시절이었다. 그냥 꽃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사다리 놓고 올라가 연출하는 사람부터, 몰래 캐가는 사람까지…… 뭐, 그랬다.

인기가 터지면서 정선군에서는 2007년부터 아예 축제를 열었다. 그 축제가 올해로 20회를 맞이했다. 정선군 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1만 명 넘게 다녀갔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이런 공식 행사가 자생지 보전에 더 확실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동강할미꽃은 일반적이지 않은 세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가 ‘석회암 식물’, 둘째가 ‘틈새식물’, 셋째가 ‘스트레스 내성 식물’이란 점이다. 하나만으로도 특별한데, 동강할미꽃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대담한 식물이다.

한 마디로 남들 살기 싫다는 곳을 일부러 골라, 터전을 일궜다고 보면 된다. 물 없고, 영양분 없고, 햇볕 강하고, 덥고 추운 곳은, 다른 식물들이 살고 싶어 하지 않는 곳이다. 동강할미꽃은 일부러 경쟁 없는 이런 장소를 골라 적응하며 ‘자신만의 낙원’을 만들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어느 날 사람들이 무리 지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전에도 한 번의 위기가 더 있었다. 1990년대 동강에 댐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수립되고, 실제로 댐 건설을 추진하기까지 했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 그리고 타당성 조사 결과 등을 이유로 백지화되면서 동강할미꽃은 수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래저래 동강할미꽃은 사람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또 사람으로 인해 안녕을 담보받는 처지가 됐다.

꽃을 보러 가는 게 잘못은 아니다. 비단 꽃뿐만 아니다. 무엇이든 아름다운 걸 보려는 건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그들을 대하는 태도다. 꽃이든 동물이든 사람의 관심을 받는 순간, 그들의 평화는 물 건너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진가에게는 한 장의 사진일 뿐이지만(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겐 생존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들의 삶을 해치지 않는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방문은 불가능한 걸까. 이 역시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문제다. 최대한 피사체에 피해가 가지 않게 촬영하는 게 사진가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믿는다.

이름의 유래는 ‘동강에 사는 할미꽃’이란 의미다. 특별히 동강할미꽃만의 꽃말은 아직 없는 듯하다. 할미꽃을 아우르는 꽃말로는 ‘슬픔’, ‘추억’, ‘그리움’, ‘인고‘ 등이 있다. 옛날처럼 조용히 살고 싶은 동강할미꽃의 속마음도 이렇지 않으려나 싶다.





■참고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국립수목원.

·검색 도우미 : ChatGPT, 네이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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