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상상하든 더 예쁘답니다.

깽깽이풀

by 이우형


봄이면 한 번쯤 만나고 싶은 인연이 있다. 따사로운 봄볕 만끽하며 하늘하늘 피어난 깽깽이풀이 그 주인공이다. 산과 들에서 만나는 봄꽃들은 대개 발목 높이를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진으로 촬영해 놓으니 뚜렷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산과 들에서 만나려면 눈에 힘을 주고 주위를 살펴야 한다.

땅에서 피어난 키 작은 봄꽃 중 가장 화려한 꽃을 들라면 단연, ‘깽깽이풀’이다. 잎보다 먼저 올라온 꽃대에서 폭 2cm가량의 보라색 꽃을 피운다. 가는 꽃대에서 올라와 하늘거리는 모습이 가냘프다 생각되는 꽃이다. 미모만큼이나 만나기도 쉽지 않아,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 중인 귀한 몸이기도 하다.

미모에 비해 이름은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깽깽이풀’이라니. 독특한 이름 탓에 이름의 유래와 관련한 설(說)도 여럿이다. 흔히 알려진 유래로는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상모 돌리며 농악하는 깽깽이에서 왔다는 설, 혹은 농번기에 혼자 바람에 흔들리며 깽깽이를 켜는 모습을 닮아서란 설, 개미가 씨앗을 좋아해 물고 가 먹고 버려, 깨금발 딛고 뛰는 정도의 거리를 두고 연이어 자라서란 설 등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는 “땅속줄기가 쓴맛이 아주 강해 입에서 신음 소리가 절로 나는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이와 관련한 여러 문헌을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1917년 간행된 《조선어대사전》에는 ‘깽깽’을 “연약한 사람이 노고를 어렵게 견디는 소리” 또는 “작은 개의 울부짖음”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개미가 깽깽이풀 씨앗 좋아해 물고 간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다. 깽깽이풀의 씨앗에는 엘라이오솜(elaiosome)이라는 지방과 단백질로 구성된 물질이 붙어 있다. 이 물질을 개미들이 좋아해 물고 집으로 가져가 먹고 남은 씨앗을 내다 버리면, 거기서 다시 싹을 틔우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같은 방식으로 씨앗을 퍼트리는 식물로는 제비꽃과 현호색 등이 있다.

일본에서는 ‘타츠타소우’(タツタソウ, 竜田草)로 불린다. 일본에는 동일한 지명의 강이 있어, 거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일본에는 깽깽이풀이 자생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일본대백과사전》(日本大百科全書)에는 “원산은 한반도 북부, 중국 동북부, 아무르 지방으로, 일본에는 1904년(메이지 37)에 가져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름의 유래와 관련해서는 “러일 전쟁 때, 군함 「타츠타」의 승무원이 황하 유역에서 채집해 가지고 돌아온 것에 의한다.”라고 부연하고 있다.

깽깽이풀은 예쁜 꽃도 일품이지만, 노란빛이 도는 뿌리는 약용으로 사용된다. 다른 이름으로 사용되는 ‘황련’, ‘조황련’, ‘산황련’ 등이 모두 쓴맛 강한 뿌리에 기반해 붙여졌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몇몇 자생지들이 알려져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미모가 빼어나면 손을 타게 마련이다. 어느 순간부터 자생지의 꽃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불모지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더군다나 깽깽이풀은 캐다 심어도 잘 자라는 편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자생지보다 식물원이나 수목원 등에서 더 흔하게 만나게 된다. 하긴 꽃을 보기 위해 반드시 자생지만 고집할 필요가 없기는 하다. 다만, 식물원이나 수목원은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접근을 막는 장치들이 있다. 그 정도는 지켜주는 것이 예의라 생각한다.

운 좋게도 어느 해 봄 흰색으로 핀 깽깽이풀을 촬영할 기회를 얻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단아하던지, 지금도 그 사진을 볼 때면 감탄하게 된다.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에는 깽깽이풀의 유사종으로 ‘한계령풀’을 소개하고 있다. 꽃과 잎의 모양이 전혀 달라 상상이 가질 않는다. 모두 ‘매자나무과’ 식물이지만, 깽깽이풀보다 한계령풀이 잎과 꽃의 모양에서 매자나무과 특성을 더 잘 나타내는 것 같다.

깽깽이풀의 꽃말은 ‘수줍음’, ‘부끄러움’, ‘소박한 아름다움’ 등이다. 개인적으로 수줍음이나 소박함보다는 ‘단아한 아름다움’이 더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깽깽이풀(흰색)


한계령풀





■참고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조민제 外 編著.

·《한국식물명의 유래》, 이우철 著.

·《일본대백과사전》(日本大百科全書) 쇼가쿠칸(小学館) 刊.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국립수목원.

·검색 도우미 : ChatGPT, 네이버 등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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