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그대 이름은

산자고

by 이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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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피는 특별한(?) 꽃들에 비해 살짝 가려진 꽃이 있다. 마치 종달새 울 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활짝 피는 꽃, ‘산자고’(山慈姑)다.

숲에 녹음이 들기 전, 메마른 낙엽이 발목을 잡는 산속을 걷다 보면, 곳곳에 작은 꽃들이 피어 저마다 햇볕 쬐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따뜻하고 양지바른 개울가는 봄꽃들이 군락을 이루어 장관을 펼친다. 그 꽃들을 만나려 봄이면 꽤 많은 사람이 산을 찾는다. 게 중에는 자신이 만나고자 하는 꽃을 콕 집어 특별한 장소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야생화 탐사를 제법 오래 다녔다고 생각하지만, 특별히 산자고를 찾으러 산을 찾은 기억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산에서 만나면 반가운 곁다리 정도였달까. 솔직히 고백하자면 곁다리보단 횡재했다는 느낌이 훨씬 컸다. 가느다란 잎 사이로 분홍빛 줄무늬 새겨진 하얀 꽃을 환하게 피운 모습이라니. 어여쁘지 않은가.

산자고는 쉽게 만날 수도 있고, 영 못 만날 때도 있다. 잎만 실컷 보고 온 날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산자고는 숲 속보다 숲의 경계면인 양지바른 풀밭에서 만날 수 있다.

산자고라는 이름은 중국에서 왔다. 중국에서 산자고는 흔히 약용식물을 두루 일컫는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과 관련해 산자고를 찾아보면 다양한 식물들이 나와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인《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는 산자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비늘줄기의 생김새와 약효 등이 소귀나물[Sagittaria trifolia, 한약명; 茨菰/慈姑(자고)]과 비슷한데 산에서 자란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김종원 교수는 《한국식물생태보감2》에서 “산자고라는 이름은 중약(中藥)으로 유명한 약난초(Cremastra appendiculata)의 한자명 ‘산자고근(山慈姑根)’에서 비롯한다.”라고 저술하고 있다.

어쨌거나 우리가 아는 산자고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Amana edulis’다. 갑자기 학명을 들먹이는 이유는 속명인 ‘아마나’(Amana) 때문이다. 아마나(アマナ)는 일본에서 산자고를 부르는 명칭이다. 뜻은 ‘달콤한 채소’(甘菜)다. 산자고의 땅속 비늘줄기는 달콤한 맛을 지니고 있다. 일본에서는 옛날 구황작물로 이용했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은 약효를, 일본은 맛을 중요시한 결과인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오래전부터 통용되어 온 이름이 있기는 하다. ‘까치무릇’이다. 이 이름은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비추천명(이명)으로 소개되어 있다.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는 까치무릇이 『동의보감』에 등장하고 있으며, “알록달록한 꽃의 모양이 흰색이 섞인 까치의 깃을 연상시키고 비늘줄기가 무릇(Barnardia japonica)을 닮은 것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추정한다.”라고 부연하고 있다.

가끔 산자고의 한자를 풀어 설명하는 글들을 보기도 한다. 산자고를 글자 그대로 풀면 ‘山(뫼), 慈(사랑하다 혹은 자애롭다), 姑(시어머니)’가 된다. 그대로 읽으면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쯤 되겠다. 관련된 설화를 소개하는 글도 눈에 띈다. “가난한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산에서 찾은 약초가 산자고였다”는 내용이다. 산자고란 이름이 보통명사처럼 사용되다 보니 그 산자고가 이 산자고인지는 모르겠다.

산자고의 꽃말은 ‘봄처녀’. ‘가녀린 미소’, ‘가련한 사랑’ 등으로 소개되고 있다. 아마도 꽃과 잎의 모양을 보고 떠올린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이름은 ‘누구’ 혹은 ‘무언가’를 특정한다. 그리고 그 이름에는 특별한 사연 하나 정도는 담겨 있기 마련이다. 산자고라 불리는 약초들 모두 제각각의 효능과 용도를 지니고 있을 터이다. 게 중에는 독성이 있는 것도 있을 터이고, 특별한 방법으로 법제화해서 사용해야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산자고로 부르는 까치무릇은 다른 산자고들과 달리 달콤한 맛과 화사한 꽃으로 봄을 장식하는 가객이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산자고보다 까치무릇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봄 산자고를 만나면 조금은 더 애틋할 것 같다.






■참고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조민제 外 編著.

·《한국식물생태보감2》, 김종원 著.

·https://www.nature.go.kr/(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국립수목원.

·검색 도우미 : ChatGPT, 네이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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