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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 Apr 28. 2017

만일 회사의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삶을 혁신할 수 있는 길 - 기업가정신

소설 중에 ‘만일 고교야구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읽어본 적이 있는가? 야구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고 이를 야구부 운영에 적용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소설 후반으로 갈수록 경영의 수완이 지나치게 일취월장, 현실감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경영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 자체를 굉장히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는 몇몇 기업이 이 소설을 교재로 삼아 신입사원 교육에 활용하기도 할 정도로 2010년대 초반 인기를 끌기도 했다.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생전에 모든 근로자, 그중에서도 지식 근로자들은 모두‘기업가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심지어 그는 여러 저서를 통해 ‘지식 근로자는 CEO처럼 사고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정신 - Entrepreneurship. 쉽게 와 닫지 않는다. 너무 동떨어진 주제인 듯싶었는지 사람들은 이름을 조금 바꿔 들고 나왔다. 사내기업가정신 –Intrapreneurship. 여전히 뭔가 어려운 듯싶지만 ‘사내’(남자가 아니다)라는 접두어를 붙이면서 부드러워졌다. 둘은 거의 비슷하다. 하나 다른 것이라면, 전자는 대상이 전통적인 ‘경영자’들이라면 후자는 기업을 구성하는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단어를 '기업가정신'으로 묶겠다.) 아 거창하다. 월급 받고 일하는 것도 피곤한데 웬 철학 타령이란 말인가. 하지만 기업가정신은 성공을 꿈꾸는 사람이든 직장 생활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든 간에 꼭 장착해야 하는 기본기임에 틀림없다.


처음 기업가 정신이 세상에 어떻게 빛을 보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더 피곤한다. '창조적 파괴'로 유명한 조지프 슘페터(Joseph Alois Schumpeter)가 처음 기업가정신이라는 것을 주창했다. 많은 사람들이 슘페터 하면 창조적 파괴를 먼저 떠올리는데 사실 이 창조적 파괴라는 용어는 기업가 정신, 그중에서도 혁신을 위한 철학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업이라는 것이 고유의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따라가기보다는 원래의 틀을 부셔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기업가정신의 근간은 혁신이라는 이야기다. 좀 더 정리하면, 기업이 고유의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존 것을 부수는 혁신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혁신을 위한 철학과 사고를 기업의 구석구석에 흐르게 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슬로건 같은 것이 아니다. 기업의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공유하는 정신, 철학이다.  


슘페터가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을 주창한 것이 1950년대이다. 그렇게 등장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을 피터 드러커는 60년 동안 이어온 컨설턴트 경력 내내 강조해 왔다. (2005년 96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그는 현역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업가정신에 관심 갖는 이가 거의 없었다. 이 두 명의 오스트리아 태생 경영학자들의 이야기는 그저 책에나 등장하는 이야기였다. 그러던 것들이 최근 들어 하나둘 관심 갖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사내 기업가정신에 대한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 반향은 크지 않다. 그저 내일 하기에도 피곤하고 바쁜데 내가 왜 그것까지 신경을 써가면서 살아야 하느냐는 생각일 게다. (아니, 그게 있는지 조차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 같다.) 하지만 이 변화는 두 가지 이유로 주목해야만 한다. 직장생활 전략과 노동시장 패러다임 변화 측면에서…


먼저 직장생활 전략을 생각해 보자. 많은 수의 사람이 직장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야말로 피고용인적(的) 사고로 직장생활을 감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직장 내에서 번듯한 자리에 오르는 꿈을 꾸지만, 그것은 그저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 '맞다'라고 하니 그것이 '맞는가 보다'하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와 이유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그런 건 윗사람, 넓게 봐야 기획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면, 현재 상황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자. 내가 지금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이 일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서두에 '기업가정신', '혁신'이라는 무서운 키워드를 들이밀었지만, 우리 삶의 용어로 이를 치환하면 '이유'와 '변화'일 것이다.

그렇다 기업가 정신은 우리의 일에 이유를 묻고 스스로 답을 찾고 그에 따라 변화를 도모하는 일이다. 스스로 일의 의미를 묻는 것은 ‘혁신’의 첫걸음이다. 내 삶에서 파괴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내가 몸을 맡기고 있는 관성이 어떠한 이유로 만들어졌는지 이제는 이유를 물어볼 때이다. 내 일에 대해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 그에 따른 목표와 전략이 도출된다. 내가 하는 일의 목표를 스스로 갱신하는 사람은 전략을 도출할 논리적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관성의 파괴는 변화를 가져온다. 성과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의 만족도 측면에서도 


노동시장 패러다임은 곧 변화할 것이다.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을 고용인의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회사를 함께 이끄는 파트너가 아닌 지시를 행하는 자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은 회사에서 방향을 제시하면 이유 불문하고 내 몸 하나 던져 돌격대처럼 전선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런 모습은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수한 인재들은 '철학이 있는 일터'를 찾아 이동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좀 더 자신과 맞는 직장으로 이동하기를 꺼려하지 않았고 해외 취업도 불사하는 사람들도 늘기 시작했다. 좋은 일자리의 조건을 사람들이 따지기 시작했다. 과거 좋은 일자리가 좋은 처우와 지위를 보장해 주는 것이었다면, 상황은 바뀌어 자신의 자율성과 동기가 자유롭게 발현되는 곳이 좋은 일터가 되었다. 구직자들도 스스로의 업무와 커리어, 삶을 경영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가 일을 하는 철학적 배경을 고민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이유를 스스로 묻기 시작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직원은 더 이상 기업이라는 관념에 맹목 하는 부속이 아니다. 개개인이 하나의 경영자이며 회사가 되어간다.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노동 시장은 양극화될 것이다. 스스로의 철학과 자율성을 지닌 이들이 선택하는 철학이 있는 기업과 전통적인 고용 환경을 고수하는 기업들로 말이다. 그 사이에서 기업의 성과와 지식근로자들의 만족도 역시 양 극단으로 벌어지게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질문하는 사람을 원치 않는다. 

"윗선의 결정이니 따르셔야 합니다." 

"회사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니 해야 합니다."

이러한 명령(?)에 이유를 묻는 질문을 던져도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하다. 

"그럼 일 하지 말자는 이야기예요?"

"왜 그렇게 딴지를 걸어요..."


이제는 질문이 가능한 기업이 등장할 것이다. 회사가 이 일을 왜 하는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좋은 일터를 가늠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현재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까지 지켜왔던 틀을 깨야하는 귀찮은 일을 하나 떠안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패러다임 전환기에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이 가장 많은 과실을 얻는다는 것을 떠올려 보자. 이러한 변화는 막고자 한다고 막아지지 않는다. 해외 기업으로의 채용이 자유롭고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상황에서 아직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방관하다가는 변화에 휩쓸려 떠내려갈 것이다. 

혁신(革新)은 한자로 풀면 '가죽을 다 벗겨내어 새로이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과정이 고통스럽고 어렵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기업가정신은 기업의 혁신으로 가는 관문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에게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경영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어쩌면 기업과 기업 구성원들의 철학을 동기화(Sync)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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