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윙잇에 PM으로 합류하게 되며 많은 변화를 겼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조직 내 개편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어 매주가 혼돈의 연속이었다.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며 배운 것들이 휘발되지 않도록, 간단하게 끄적여보려 한다. (TMI 대방출)
1. 나는 왜, 어떻게 PM이 되었나?
Product Manager, PM으로 직무를 확정하고 일하며 가장 많이 생각했던 질문이다.
'왜 나는 이 자리에서 PM으로 업무를 하고 있는 거지?'
경영학을 전공하고 심지어 대학원은 광고학으로 수료했지만 (아직 졸업은.. 논문이.. 헿..) IT 업계에 PM으로 일하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도 많은 의문이 있었다.
2018년 1월, 취업 준비를 하며 방황하던 와중에 함께 스타트업을 해보자는 지인의 제안이 들어왔다. 패션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사업이었는데,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웹과 앱을 기획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물론 스타팅 멤버로 일하며 기획만 할 수는 없었고 마케팅, 인스타 광고, CS, 심지어 사진 보정까지 많은 일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만 2년을 넘게 일한 회사에서 나오고 이직을 준비할 때, 어떤 일을 골라서 전문성을 키워야 할지 고민을 했다. 단순한 성격과 재미를 추구하는 ENFP로서, 고민은 길지 않았다.'내가 제일 재밌어했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PM이 되자!'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 깨져가며 주먹구구식으로 일한 주니어 PM이 겁도 대책도 없이 이직에 뛰어들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이직 초기에 어느 한 면접에서 "린 스타트업과 애자일에 대해서 아나요?"라는 물음에 어버버 했을 때부터 '이건 뭔가 잘못됐다'라고 생각했다. 이와 관련된 일화는 추후 기회가 있으면 풀기로 하고, 아무튼 여차저차 윙잇 PM으로 일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올해, 2022년 1월 24일이다.
'나는 왜, 어떻게 PM이 되었나?'라는 질문에는 확실히 답변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첫 번째 결론이다. 그냥 어쩌다 보니 우연히 서비스 기획이라는 업무를 알게 되었고, 또 어쩌다 보니 PM으로 이직을 성공했다. 아무도 나에게 PM이 어떤 직무라는 것을 가르쳐준 사람이 없고 아무도 나에게 너는 PM을 하라고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매일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드는 PM이라는 직무는 정말 어렵지만, 동시에 정말 재밌고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2. 목적 조직의 구성, 셀(CELL) 단위 개편
처음 입사했을 당시에는 기능 조직으로만 구성이 되어있었다. PM은 서비스 기획팀, 그리고 개발자는 개발 1팀과 개발 2팀으로 묶여 서로 다른 조직의 팀원들이 함께 협업을 하는 형태였다. 장점은, 각 개발 팀에 PM이 두 명 혹은 세 명씩 짝지어 협업을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 명의 PM에게 주어지는 기획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또 기획적으로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혼자만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덜했다. 하지만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기획을 하고 개발에 들어가기 전, 매번 우선순위를 새롭게 정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에, 목적으로 이뤄진 셀(CELL) 단위 개편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한 번도 목적 조직으로 구성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우려가 있었다. 물론 셀 단위 개편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개발자도 PM도 부족한 이 시기에 하필? 지금 셀 단위 개편이 필요한가? 에 대해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그래도 결국 셀 단위로 개편이 되고 퍼널 단위로 쪼개져 두둥. 목적 조직이 생기게 되었다.
AARRR에 따른 목적 조직의 구성
흔히, AARRR로 많이 알려진 퍼널 구조에 따라 커머스에서 중요한 퍼널들을 뜯어보는 조직이 구성되었다. 그중에 나는 Activation, 즉 고객들이 윙잇의 주요한 기능들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셀의 담당 PM이 되었다. 입사하고 약 4개월 만에 하나의 셀을 온전히 맡게 되어 정말 부담스러웠지만, 더 큰 문제는 과연 Activation의 관점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못했는데 덜컥 셀을 맡아버렸다는 것이다.
처음 셀을 맡았을 때 집중했던 주요 페이지는 장바구니 페이지와 주문하기 페이지였다. 당연히 다른 페이지들도 많이 있었지만, 당장 맡았던 주요 과제는 최종 주문 전환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윙잇의 페이지에서 주문을 담당하고 있던 장바구니 페이지와 주문하기 페이지를 개편해야 했다. 그럼 이제, 어디서 부터 어디까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분석을 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휘몰아치는 업무는 깊은 고민과 통찰을 얻을 분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
셀로 개편된 직후 전사적으로 급한 과제들이 쏟아져왔다. 처음 셀 업무를 맡고 목적을 제대로 설정하기도 전에 사업적으로 급하다는 일감이 밀려 들어오자 어떤 걸 우선순위로 둬야 하는지 우왕좌왕했다. 우선, '급한 것부터 해결하자!'라는 마음으로 일감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이때, 첫 번째 실수가 나타났다.
첫 번째 Lesson, 목적은 반드시 명확하게 설정할 것
셀 단위로 개편된 후 제일 먼저 해결했어야 하는 문제는, 주문하기 페이지에서 구매불가한 상품들을 고객들이 자꾸 발견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주문하기 페이지에서만 배송지를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문하기 페이지에서 배송지에 따른 구매불가여부를 확인하게 되니 이탈률이 높아지고 CS 인입도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이에, 주문하기 페이지가 아닌 플로우의 앞 단에서 주소를 등록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기획하고 개발했다. 즉, 메인페이지와 장바구니 페이지에서 주소를 확인하고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메인페이지 상단에 주소 확인 아이콘 노출
장바구니 페이지 상단에 주소 확인 영역 노출
해당 기능을 처음 기획을 할 때는 꽤나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해당 기능을 배포하고 난 이후 메인페이지와 장바구니 페이지에서 주소를 확인하는 비율은 75% 이상, 새로운 배송지 추가 비율은 90%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 일감이 과연 주문하기 페이지에서 주소 확인하는 비율을 줄이고 주문 불가한 상품을 미리 확인하는 것에만 목적을 두는 것이 맞았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주소를 미리 확인하게 하여 주문을 하는 비율이 늘었는지, 또는 실제로 해당 부분의 사용성이 어떻게 좋아졌는지 미리 계획을 더 촘촘하게 세웠더라면 성과 측정을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이 일감을 진행할 때 유관부서 및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PM으로서 생각하는 부분들이 달라서 조율하는 데 시간이 들었다. 심지어 개발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요구사항은 변경이 되어 그 부분을 전달하는 입장도 많이 난감했었다. 개발자들은 계속 코드를 수정해야만 했고, 다른 일감이 그 사이에 들어와 모든 일감의 스케줄링이 꼬였었다. 만약 이 일감의 목적이 좀 더 확실하고 구체적이었다면, 기능에 대한 구현 방식에 대해 논의를 하는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많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결론적으로, 이 일감 이후로 배운 점은 반드시 기획 전 목적을 분명하게 하여 성과측정 및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줄이는 것과, 개발 중에 추가 요구사항이 최대한 개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일감이 배포되고 난 후 셀 분위기가 더 끈끈해지고 회고를 더 자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좋은 점도 분명히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3. To Be Continued...
첫 번째 배운 점을 계기로 이후 셀 내부적으로 도전한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스프린트를 깨버리고 자리를 잡아가기까지 겪었던 혼돈과, 셀 단위로 변하게 된 후 진행했던 회고들, 그리고 셀 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진행한 아이디에이션 회의 등등이 있다.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토해내기에는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다음 이야기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셀 단위 개편이 된 이후 변화한 것들, 그리고 배운 것들을 다뤄보려고 한다.
나와 같은 많은 혼란을 겪었고, 또 겪을 주니어 PM들과 공감하는 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다음 글에서는 보다 더 솔직하고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들고 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