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투자의 정석 : 부산광역시 수영구
집 앞에서 카카오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 시간에 경기광주역 기차시간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아침이지만, 여름의 기운이 느껴진다. 꾸물꾸물 하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을 것 같은 날씨이다. 75%가 넘는 습도로 추정되는 분자들이 연택의 이마와 콧잔등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정시에 기차가 인기척도 없이 미끄러지듯이 출발한다. 주택이형을 보러 부산으로 간다. 형이 부산 임장을 리딩해 주기로 했다. 오전 7시, 수서역에서 SRT307을 타고 부산으로 향한다. 연택과 예진은 어제 밤늦게까지 서재에서, 각자 부산 지도를 보면서 공부해서 인지, 아니면 서둘러 나와서인지, 또는 아무것도 못 먹어서인지, 월요일 출근길처럼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둘은 아무 말 없이 수서역부터 이어지는 깜깜한 터널을 SRT의 진동과 함께 지나고 있다.
꿩 한 마리가 기차 위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파닥파닥 고압선 사이를 지나간다. 걸리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기차는 다시 점점 속도를 낸다. 천안 아산역을 지나니 얼마 전 갔었던 평택 고덕신도시가 보인다. 평태지제역을 지난다. 지난번 임장와서 봤던, 지제역푸르지오가 생각났다.
“예진아,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사할 거면, 지제보다는 우리 집이랑 비슷한 가격의 동탄1 구축아파트 사서 사는 건 어때?”
“동탄1로 가자고? 거기 제대로 보지도 않았잖아?”
“응 근데, 가격도 비슷하고, 너 회사도 가깝고 하니, 넌 40분 안짝으로 갈 수 있을걸? 그럼 뭐야 40분이 주는 거네. 음... 한국교통연구권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출퇴근 1시간의 가치는 94만 원 이래. 10년 전 자료니까, 물가상승률 2.5% 정도 고려하면, 한 120만 원 정도 하려나? 그럼, 가까이 이사 가면, 60만 원 버는 건가?”
연택과 예진은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반대편 KTX인지 SRT인지 알 수 없는 기차와의 조우가 3초 만에 끝난다. 잠시 기차가 흔들린다. ‘흐투트 흐투트’
정차역마다 '빠이빠이' 하는 사람들. 기차에 탄 단 한 명을 위해 모두에게 정성스레 손을 흔든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보낸다. 그 뒤로 누군가는 캐리어를 받아 들고 이 더위에 깊은 포옹을 하며 맞이한다. 두 시간 반 만에 부산역에 도착한다. 겁나 빠르다. 부산에 두 시간 반 만에 내려와 보긴 처음이다.
터미널로 올라오자 활기참이 느껴진다. 주택이 형을 만났다. 이주일만에 보는 것 치고는 또 한 번 반가웠다. 약간 부동산으로 대동단결하게 되어 형제애가 더 커졌다고 해야 할까? 십여 년 전에 왔을 때는 에스컬레이터가 일직선으로 내려갔었는데, 이젠 양쪽으로 분리되고 약간 공원처럼 조성이 되어 있다. 부산오뎅집만은 그대로 있는 듯했다.
“예~ 왔나? 제수씨 이기 을마만인교?”
“아주버님 안녕하세요~ 오빠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재개발 천재’ 시라고.. 오늘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리겠슴다~!”
“연태기 인마가 뭔 소릴 씨부릿노? 연태가아 일단 요서 커피 한잔 하믄서 오늘 일정 브리핑 해줄 테니 함 듣고 그라고 임장가재이.
“아, 형! 난 진짜 부산사투리 쓰는 거 이해 안 돼...”
“부산사람들, 서울 올라가 서울말 쓰지요~? 요~ 요~ 해가믄서? 그라믄, 서울 사람이 부산 내려와 부산말쓰는기 다를기 뭐가 있노? 예~?"
연택은 자기도 모르게 설득된다.
“서울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부동산은 빼야재. 부동산은 서울이재. 암. 일단 광안5구역쪽에 부동산 가서 브리핑 간단하게 듣고 나서 함 걸어 다니면서 분위기 보자.”
주차장으로 내려가 주택이 형의 2015년식 흰색 벤츠 E200 카브리올레의 빨간 시트에 올라탄다.
“와 컨버터블이네~! 형 이차는 언제 산 거야? 대전 올 때마다 기차 타고 와서 몰랐네.”
“이기? 언제고? 한 6년 됐나? 그때 ‘대연3구역’ 팔고, ‘대연8구역’으로 옮기믄서 중고로 샀다. 8구역 빌라에는 주차할 데 있었거든. 부산 내려와가, 내 인생의 마지막 로망을 함 실현해 볼라코. 한 8년 됐네.
요노마와 뚜껑 열고 달맞이고개부터 송정 해수욕장 거쳐, 기장 대변항까지 해안도로 드라이브 함 하고 옴, 마~ 스트레스가 다 날라가삔다. 중간에 용궁사 들러 멍 때리다 와도 조코. 낼 니 차 쓸래? 난 낼 공연이라 부산에 엄따. 제수씨 뒤에 안쪼바요?
이 원래 문짝 두개 짜리라 내 혼자 타는 긴데… 뭐 그라도 이기 뚜껑 열고 다니믄 차로 임장할 땐 최고다! 다 보이고~ 뭐 쫌 더운 거 빼곤.”
“연태가아, 니 재개발 공부 좀 했나? 요 대연8구역은 2020년에 조합설립되고, 요새 카톡방 분위기가 사시 곧 날꺼 같다 하는데. 포스코로 가고 3,700세대 정도 나온다. 이기 나오면 내는 또 함 갈아탈까 생각 중이다이.”
“응 형 덕분에 뿜뿜 해서 열심히 하고 있어. 근데 어디로 이사 가려고?”
“오늘 함 둘러보고 맘에 드는 데로.”
“와 진짜 재개발 천재 맞네!”
“뭔 소리고 문디자슥이."
주택이 형이 섭외해 놓은 광안5구역 안에 위치한 <해송로 부동산>을 찾아왔다.
“지금은 부산 전역에 재개발 불장이 좀 끝난 상황이라, 금액이 마이 빠즛으예. 원룸하나도 3억대에 나갔었는데, 지금은 2억대 p로 따지면 1억 선 정도?”
올해 4월 사전타당성검토를 통과한 광안 5구역은 가격이 너무 높다. 초기 재개발이라고 하기엔, 거래가 조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2억 정도. 세안고. 투자금은 1억 5천 정도. 다주택자니 취득세 내고 이것저것 하면 투자금 2억이 든다.
대장인 광안4구역은 사타통과 했는데, 걸어보니 상권이 너무 좋다. 마치 서울의 익선동 상권처럼. 4구역 안에, 광안시장이 잘 나갈 때 평당 1억까지 간 적이 있어서, 주택이 형은 사타는 통과되고, 곧 정비구역도 지정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까지는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정말 입지는 좋은데, 된다는 보장도 없고. 이해관계도 많고. 경기가 좋을때는 치고 올라올 텐데, 한번 더 꺾이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이다.
“요 광안리 초기 재개발들 구역의 이런 '그림'들이 생긴 게 최근 2년 안쪽이지예. 광안 3,4,5 구역이 짐 사타 통과되꼬, A, B는 지금 사타 신청 할라카고, A구역은 지금도 그림의 좀 바뀌고 있으예. 사타 신청할라믄, 주민 동의 60%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리 쉬운 건 아니지예. A, B는 어찌 될지 몰라예”
사타를 통과한 광안4구역과 광안5구역 사이에 있는 광안A구역과 광안B구역은 리스크와 기회가 공존한다. 물론 거기에 시간까지 투자를 해야 한다.
광안A구역과 광안B구역은 그림을 새로 그리느라, 가칭 광안10구역과 광안9구역으로 이름을 바꿔가고 있는 듯했다. 광안A구역은 5월에 ‘광안10구역’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10구역 끄트머리에 위치한 <가나부동산>에 들렀다.
“개인적으로는 10년 볼려면 10구역, 9구역 드가야지예. 근디 여는 신축 빌라가 많아 노후도 맞추기가 어려워 보인다 아입니까. 원룸이 너무 많아가. 지금 동의서는 80% 이상 거더꼬, 사타접수 임박했다 하는 데, 이기 사타까지 통과하긴 쉬워 보이지는 않아예.”
작년까지는 노후도만 맞춰주면 됐는데, 부산 재개발이 그렇게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여기 광안구역에서 한두 개가 사타 통과하면 다른 건 더 쉽지 않다고. 교통, 환경, 교육 영향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딱 붙어있는 구역의 경우 구역으로 지정 고시가 나기는 더 어렵다는 얘기다.
워낙 입지가 좋은 자리라 사놓고 있으면 손해는 안 보겠지만, 초기 재개발이니 리스크가 크다. 5년 이상 묶일 가능성도 있고. 투자자들끼리 물고 물리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라고.
주택이형의 오픈카를 타고 SK뷰가 한창 공사 중인 ‘광안2구역’을 지나, ‘광안3구역’을 돌아본다. 날이 후덥지근 하지만, 바람이 느껴져 다닐 만은 하다. 막히는 금련산역을 지나 황령산으로 올라가는 골목으로 접어든다. 오랜만에 세명을 태운 벤츠 E200 카브리올레가 힘겨운 엔진소리를 내며 봉수대로 향한다. 부산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카카오지도로만 보던 아파트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신기하다. 주택이 형이 아파트 단지를 하나하나 설명한다. 대단하다. 여기서만 봐도 아파트를 다 알 수 있다는 게.
주택이형네 차를 세우고, 부산역으로 지하철을 타고 왔다. 차이나타운의 영화 「올드보이」 만두집 <장성향>으로 향한다. 최민식의 사진이 걸려있다. 부산화교학교 앞에 역시 만두로 유명한 <신발원>에는 기본적으로 대기줄이 20명 정도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얼마나 다른지 궁금했지만, 주택이형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칭따오 맥주와 엄청 큰 군만두 10개가 나왔다. 육즙이 좔좔 흐른다. 먹고 있는데도, 내일도 또 먹고 싶은 맛이다.
“연태가, 그래서 어디 뭐 하고 싶은데 있드나?”
“투자금이 광안10구역 정도 밖엔 안될 텐데,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뭐… 잘 모르겠어. 형은? 형은 갈아타기 한다며?”
“내는 여러 번 돌아다닜는데, ‘광안3구역’에 물건 본격적으로 함 알아봐야 게따카이. 대연8구역 곧 사시난다카이까. 광안3구역이 바닷가는 아니지만, 광안1구역이었던 광안자이하고 붙어있고. 조만간 광안2구역 옆에 광안 SK뷰 드파인 1,200세대짜리 드러오고, 그 옆이니 쫙쫙 연결된다 안카나?
사실 내 바닷가 물건 하나 갖고 싶어 가, 고민 마이하고 있었는데, 여가 종교단체 이런 거 하나도 엄꼬, 탄력 붙으면 빨리 치고 갈 수 있는 곳이라. 한 개 차자볼란다. 어쨌든 간에 상업지역은 많은 난관을 뚫고 나가야 하니, 시간으로 보믄 주거지가 났지 않겠냐. 그래서 내는 광안3구역으로 할라꼬. 바다뷰는 또 뭐 찾자 봄 돼제.”
“오. 멋지다 주택이형! 내가 형이 이렇게 부러운 적이 있었나 싶네그려.”
“때따마! 근데 낼은 모할끼고? 내는 낼 공연 있어가 같이 못 다니니 키 줄 테니까 차 쓰고 가타노코 가래이.
“낼은 그냥 관광모드로, 형 말마따나 드라이브나 하지 뭐. 아 맞다. 명지신도시 하고 에코델타시티 쪽도 함 돌아보려고”
“아까 몬갔는데, 그 광안리 옆에 이편한세상오션테라스하고, <밀락더마켓> 도 함 가본나. 거도 가볼만 하대이. 부산사람들 운전 억수로 험하게 하니께. 운전 잘하고. 차 뚜껑 잘 닫아노코 가래이~”
“응 고마워 형. 또봐.”
연택과 예진은 부산역을 지나 배부른 몸을 이끌고, 르컬렉티브 부산역으로 캐리어를 끌고 간다. 후덥지근한 북항의 바다 밤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오빠, 광안10구역 사서 묻어놀까?”
“예진아, 우리 서울 초기재개발에 투자하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