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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진 Nov 22. 2017

벅스매거진 인터뷰 (2006.09)

타인의 음악에 말 거는 네 남자, 웨이브 필진들 (2006.09.26)                              



인터뷰ㆍ글 / 유용미(yym21c@bugsmusic.co.kr)

음악으로 돈을 벌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 그저 듣고 함께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리뷰 전문 웹진’을 표방하고 있는 웨이브([weiv], www.weiv.co.kr)는 바로 후자와 같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최근 웹사이트를 개편하여 한층 새롭게 변신한 웨이브와 이를 이끌어가는 네 남자에 대한 이야기.

음악 마니아라면 한번쯤 방문했을 법한 , 하지만 대중화된 음악보다 인디성향의 음악을 주로 다루는 탓에 아직까지 친숙하지만은 않은 웹진 웨이브에는 실력있는 필진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재 눈에 띄는 멤버가 오늘 벅스가 함께 한 4명의 운영진, 김태서, 장육, 차우진, 최민우 씨다. 이들은 각기 웹디자인, 컨설팅, 방송작가 등으로 활동하면서 음악이 좋아 틈틈이 글을 쓰고, 웨이브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다.

[김태서 / 편집장]


다시 뒤집어 보자, Weiv]

웨이브 (weiv)는? view를 뒤집어 놓은 말이다. 대중음악의 조류를 거꾸로 읽고, 기존의 관점과는 다른 새롭고 대안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말.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국내 혹은 해외 음반을 듣고 비평하는 일이다.

음반 비평(리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민우

: 주목할만한 앨범들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해외 트랜드를 살펴보는 일이 즐겁다. 또한 이들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어떻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지도 꽤 흥미로운 일이다.


차우진

: 소비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서로 다른 생각들에 딴지를 걸어보기도 하고, 의견을 공유하면서 생각을 조율해 가는 과정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김태서 

: 리뷰는 한 마디로 남의 음악에 자기 것인 양 말 걸어보는 작업이 아닐까?


이런 생각 때문인지 이들은 의견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비평이라는 것 자체가 반감을 살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타나는 긴장과 갈등이 오히려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때때로 극단적이나 감정적인 어휘를 사용할 때도 있지만, 항상 음악을 만든 아티스트와 음악에 대한 애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차우진 / Editor]


[“딴지를 통한 긴장과 갈등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

99년에 처음 만들어진 웨이브는 ‘얼트 바이러스(Alt.Virus)’라는 통신동호회가 발단이 되어 만들어졌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었던 것이다. 웹진을 만들 당시에는 ‘코리아 뮤직넷’과 같은 음악사이트들과 제휴하면서 수익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부터는 특별한 수익 없이 스스로 만들어 나갈 뿐 아니라, 필요한 비용은 필자들이 직접 충당해 나간다. 그런 점들이 힘들만도 한데, 이들은 자신들의 감성과 의견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그리고 네티즌의 시선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웨이브에 올리는 리뷰와 기타 기사들은 격주에 한 번씩 편집회의를 거치면서 엄선된 컨텐츠들이다.

웹진을 운영하면서 에피소드는 없었는가?


장육

: 몇 년 전에 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필진 중 한 명을 음악관련 리포터로 추천해 달라는 의뢰가 왔다. 우리 같이 비평하는 사람들이 공중파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는 것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데.. (웃음) 그만큼 음악 관련 전문가가 부재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차우진

: 웨이브에서 가끔 필진을 모집할 때가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발된 필자가 칼럼리스트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웨이브가 하나의 창구가 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의미있다.


음반을 리뷰할 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장육

: 배경보다는 음악 자체의 사운드와 가사에 집중한다. 유사 밴드와 어떻게 다른 소리를 내는지, 예전 작품들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살펴본다.


최민우

: 상상하는 것과 들리는 것은 다르다. 기본적으로 들리는 것에 쓰려고 노력한다.


김태서

: 나 역시 사운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더불어 최근에는 작가주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작가주의적인 음악이 유행과 만나서 어떻게 변화하고 순환해 가는지 살펴보는 일이 흥미롭다.


차우진

: 음악이 듣는 사람에게 어떤 경험을 만들어주고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 육 / Editor]


[“한국 대중 음악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고 싶다”]

웨이브는 모던 록 , 클래식 록, 힙합, 소울, R&B, 재즈, 월드뮤직 등 다양한 음악들을 다루는데, 그 중에서도 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인디 음악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지만 놓치지 아까운, 혹은 새로운 음악의 경향을 소개하다 보니 인디 음악들이 많아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인디는 훌륭하다는 태도를 갖고 있지는 않다. 올해로 본격적인 ‘한국 인디 10주년’을 맞이했고, 이쯤되면 골라내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상호 소통 속에서 더 좋은 음악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웨이브에 있는 코너들 중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 코너는?


A.

모든 코너에 애정이 있지만, 특히 ’Series’ 와 ‘Global Line’을 추천하고 싶다. ‘Series’에 연재된 컨텐츠가 조만간 ‘한국 팝의 고고학(한길사)’이라는 책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또한 해외에 유학 가 있는 필진들이 현지의 소식들을 직접 전해주는 ‘US Line’은 우리 만의 특징을 닮고 있는 대표적인 코너다.



지금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장육

: 5월 중순쯤 ‘카이트 오퍼레이션스(Kite Operations)’의 음악이 발매될 예정이다. 코리안 아메리카 밴드인 이들의 음악은 소박하면서도 세련미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태서

: 최근 80년대 이후 우리 가요를 정리하면서 들어보고 있다. 히트하지 못했지만 숨어 있는 음반들 중에서 놓치지 아까운 것들도 많고, 또 그저 가요톱텐 순위만 기억할 뿐인 노래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 과정에서 90년대 초중반 한국 댄스 음악, ‘듀스’, ‘노이즈’, ‘R.E.F’ 등의 음악을 다시 들어보는 건 어떨까?

[최민우 / Editor]


현재 어떤 작업들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계획은?


김태서

: 얼마 전 사이트를 개편했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대중음악에 대한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DB 작업들을 꾸준히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적 비평을 해 나가도록 힘쓸 것이다. 또한 웹진을 상호소통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리뷰에 대해 뮤지션들이 의견을 실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볼까 한다.


장육

: 한국에는 음악을 듣는 것에 대한 저변이 튼튼하게 확립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인디음악에 대한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이런 흐름들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 브레인(Brain)들이 나타나야 하고 비평가들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유행을 만들어주고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면서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순환구조에 기여하고 싶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듣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새롭게 해석해 내는 사람들 간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이 세상에 더 좋은 소리들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음악을 그저 혼자 즐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생각에 딴지 걸어 보면서 새롭게 해석해 내는 묘미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 이들이 바라보는 또 다른 음악 세상에 빠져보는 것도 음악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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