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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우진 Nov 22. 2017

미디어스코프 인터뷰(2016.09)

미디어스코프 인터뷰(2016.09)
http://www.media-center.or.kr/seoul/mediaScope/webzineList.do?pageIndex=3&hosoo=2017.10&type=interview


너와 나의 일렉트릭 빔, 개발완료

음악평론가 차우진


글. 서은호(미디어스코프)


분명 우리주위에는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때때로 같은 고민을 하며 지금 이 순간의 공기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들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요. 미약하지만 <미디어 스코프>는 우리와 닮은 그들을 찾아내어 새로운 친구가 되고자 합니다.


미디어 스코프(이하 ‘미’) : 반갑습니다. 먼저 미디어 스코프 독자분 들께 간단히 인사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차우진(이하 ‘차’) : 반갑습니다. 저는 ‘Weiv’라는 웹진을 운영하는 차우진이라고 합니다. 음악글을 쓴 건 99년부터 이었던 것 같아요. 그 사이에 <매거진 t>의 기자도 했었고 포털 서비스의 기획에도 참여했습니다.


(음악 평론가 차우진)


미: 먼저 좀 뜬구름 잡는 질문부터 하나 드릴까 합니다. 최근에 참여한 에세이집 에 실린 올림픽 공원에 대한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올림픽공원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놓고 장소가 주는 기억과 영감, 인상을 묘사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정한 장소들이 주는 인상이나 영감 이미지에 민감한 편인가요?


차: 그렇죠. 저는 특히 장소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사는가. 이건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75년생이거든요. 94년에 대학에 들어갔고요. 소위 말하는 ‘X세대’의 일원이죠. 이 세대 부터의 특징 중의 하나로 저는 디테일을 들어요. 단순히 장소를 지칭하는 것, 그러니까 이를테면 ‘홍대 앞’이라고 지칭하기보다 홍대 정문의 어떤 바, 후문의 음악감상실. 이 장소들을 아는 이와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고, 자신의 좋았던 시절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미: 글에서 '청춘' 이나 '젊음' 이라는 단어가 언뜻언뜻 자주 보이는 것 같습니다. 단행본의 제목에도 <청춘의 사운드>고. 그리고 지금은 40대가 되신 것으로 압니다. 청춘의 시간은 정말 짧게 지나가는데 젊음이나 청춘 이라는 단어가 나이를 먹을수록 이 단어들을 대하는 본인의 태도나 인식에 변화가 있었나요?


차: 있어요. (웃음) 오히려 30대쯤에는 ‘아 이제 끝났구나’ 이런 마음이었어요. 아주 어렸을 때는 나이를 먹어도 청바지 입고 다니고 그러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죠. 요즘에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미안한 일인가 생각하면서도, 우리가 더 어린 세대들에게 미안해하는 것 자체가 어린 세대들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청춘’이라는 것도 결국은 어떤 라벨링일 거예요. 그 라벨링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겠죠. 나라는 사람이 나의 속도에 맞춰서 사는 것,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어떤 역할을 고민해 보는 게 지금의 제 마음입니다.


(<청춘의 사운드>, 차우진. 책읽는 수요일. 2011)


미: 1999년부터 잡지에 글을 써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세기말의 시간, 출판 잡지가 마지막으로 황혼기를 보내던 시간일 겁니다. 그리고 홍대 앞이 아직 그 동력을 잃지 않고 내달리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언니네 이발관의 <후일담>이 막 나왔고, 크라잉넛이 <서커스 매직 유랑단>을 델리 스파이스가 를 들고 나오던 그 시기에 음악에 대한 글을 쓴다는 건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차: 그때 저는, 음악에 대한 글을 쓰겠다는 결심을 한 게 아니었어요. 뭐라도 쓰겠다는 결심을 했었습니다. (웃음) 한국에서 문화에 대한 글쓰기가 포괄적으로 증가한 게 90년대 중반 부터였어요. 그때는 제가 군대를 막 갔다 왔었고 한참 호기심 많을 때 이었어요. 어렸을 때 제 꿈은 글을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꿈은 간직하고 있었는데 점점 조급해졌어요. 그러다 잡지에 글을 쓰게 되었는데 잡지는 어떤 공적인 매체에 글을 싣는 거잖아요. 이 부분에 대한 욕구가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당시에 인디음악에 대한 글쓰기는 진입장벽이 조금 낮기도 했습니다. 아주 전략적인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죠 (웃음). 그런데 막상 쓰다 보니 그냥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다시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공연을 보러 다니고 음반을 찾아 들으면서 훈련을 했습니다.


미: 혹시 처음으로 썼던 앨범 리뷰 기억하세요?


차: 그게 아마 미선이 앨범 아니면 스위트피(델리스파이스의 보컬 김민규의 솔로 프로젝트) 앨범 이었을 거 에요. 그 두 개를 같이 썼었거든요.


미: 스위트피의 첫 번째 솔로앨범 말씀이신 거죠?


차: 예, 첫 번째 솔로. <달에서의 9년>. 신촌에 있던 음반가게 향음악사에서 1000장 한정 판매한다고 잡지에 광고가 나온거에요. 바로 달려갔었죠. 이 음반은 일련번호가 적혀있었는데 제거는 916번이더라고요.



(<달에서의 9년>, 스위트피. 마스터플랜. 1999)


미: 좀 더 음악평론가 차우진으로서의 질문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공저자들과 함께한 보고서 <아이돌: H.O.T에서 소녀시대까지, 아이돌 문화보고서>(이하 <아이돌>) 에서는 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한국 음악산업 안에서의 아이돌의 역사를 개괄한 바 있습니다. 역시 공저로 참여한 <한국의 인디레이블> 에서는 벌룬 앤 니들과 해피로봇 레이블을 소개한 바 있고요. 어떤 역사, 혹은 계보를 정리하는 작업에 흥미를 느끼시나요?


차: 관심은 있어요. 하지만 계보 정리하는 것 자체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에요. 계보작업에는 맹점이 있는데요, 계보는 어떤 현상을 연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를테면 60년대에 어떤 움직임이 있어서 그 다음에 어떤 현상이 발생했다는 식이에요. 어떤 주도적인 인물, 커뮤니티, 트렌드 등등이 있으면 여기에 파생된 어떤 것이 등장한다는 방식인데요. 한국의 경우 꼭 그렇다고만 보긴 어렵거든요. 한국의 대중음악은 좀 쉽게 말하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왔다)가 많아요. 자연발생적이라는 의미죠. 이를테면 홍대 앞 인디씬 이야기를 할 때, 계속 이걸 80년대의 언더그라운드부터 계보 적으로 묶으려는 시도가 있었어요. 그런데 정작 홍대 앞을 구성하는 세대들이 듣기엔 공감이 안 되는 거죠. ‘난 신촌블루스 모르는데 왜 여기랑 묶어?’ 하는 식이죠. 우리 대중음악의 중요한 순간들은 연속적이라기 보다는 분절적이었어요. 그래서 계보보다는 조금 더 포괄적인 시선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봅니다.


미: 조금 부끄러운 질문일 수도 있지만 무릅쓰고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아이돌 중에 본인의 최애캐(최고 애정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차: 저는 한동안은 카라를 되게 좋아했어요. 카라의 한승연이죠. 그래서 요즘 JTBC 드라마 <청춘시대> 챙겨보고 있어요. (이 인터뷰가 진행될 때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었다. 지금은 종영되었다) 그리고 제가 지난주에 JYP Nation 공연을 보고 왔는데 보고 와서 느낀 게 원더걸스의 유빈이 정말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유빈 덕질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 원더걸스 에선 혜림을 가장 좋아합니다.


미: 음악듣기가 취미였던 시기부터 친 다면 정말로 오랫동안, 음악에 대한 사랑을 지켜나가는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이 되면 취미도 지겨워질 때가 오고 애정을 지켜나가는 건 더더욱 힘들 것 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업이 된다면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이라는 사랑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차: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거 에요. (웃음) 이게 미묘한 차이인데요, 물론 저는 음악을 좋아해요. 하지만 제가 시작부터 음악글을 쓰겠다 이렇게 결심한 것도 아니었고요. 제가 정말 사랑한 건 ‘글쓰기’에요. 저는 음악보다 글쓰기가 더 좋아요. 그래서 계속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은 바쁘면 못 듣기도 하고 여유생기면 몰아듣기도 해요. 내가 쓰는 것, 내가 만드는 것. 여기에 집중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음악에 대한 사랑도 지켜갈 수 있고 글쓰기에도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미: 음악웹진 이야기를 해볼게요. ‘Weiv’는 이름대로 ‘View’를 뒤집은 단어죠. 일종의 메타비평적인 태도를 지향한다는 선언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 웹진의 성격은 어떤 것 이었고 지금은 어떤가요?


차: 사실 Weiv는 제가 만든 건 아니에요. 이걸 만들었던 선배들의 생각은 대중음악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한번 뒤집어보자는데 있었어요. 인디는 저항의 음악이니 하는 그런 것들이요. 동시에 Weiv는 ‘흐름’이라는 뜻이잖아요. 지금 여기, 동시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겠다는 의미도 있지요. 90년대엔 90년대의 동시대성이, 2000년대엔 2000년대의 동시대성이 있을 테고 우리는 그것들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www.weiv.co.kr)


미: Weiv는 웹진의 형태를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출판 잡지가 힘을 다해가기 시작한 때에 등장해 21세기의 초반을 버텨낸 웹진일 것입니다. 웹진의 매체적인 특성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차: 일단은 가볍다, 는 데 있는 것 같아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부담이 덜한 편이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이 조금 더 수월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종이잡지로 만들면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이 정말 많거든요. 제 입장에서 보기엔 조금 소모적인 부분이 있다고 봐요. 이를테면 디자이너가 자기일을 하고 있을 때 남은 사람들은 그걸 기다려야 되잖아요. 물론 종이라는 특성 때문에 질감이나 그 특성에서 독특한 매력을 발생시키긴 하죠. 하지만 웹진은 어떤 사무실에 사람들이 모여 있을 필요가 없고, 그 이야기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각 지역에 흩어져 있어도 크게 문제없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거든요. 이런 부분들이 웹진의 큰 장점이 됩니다. 좀 다른 부분에선 웹진이기 때문에 기사에 영상, 음악 등을 쓰는데도 용이하지요.


미: 필자가 아닌 기획자로서, 잡지의 아이템을 기획할 때 어떤 부분에 집중하시나요? 재미? 혹은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을 파헤치는 시선?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시의성?


차: 모든 부분을 고려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타겟독자층이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것 같아요. 이걸 누가 볼 건가, 이걸 보는 사람들이 어떤 감각을 느끼면서 생활하는 사람들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 잡지의 숙명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도록 할까, 즉 유통의 부분일 것입니다. 필자로서 기획자로서 이 컨텐츠의 노출, 유통 부분에 있어 어떤 고민을 해오셨나요?


차: 앞선 대답과 맥을 같이하는 것 같은데요, 잡지는 결국 어떤 특정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정보를 유통시키고 그것을 광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타겟 독자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지요. 동시에 이 잡지에 참여하는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고민해야할 시점이 오기도 했어요. 그래서 잡지의 위기니 하는 말이 나오는 시점이 된 거죠. 지금까지의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까요.


미: 미디어센터는 미디어접근성이 부족한 환경에 처해있는 일반 시민들에게 그 접근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자 하는 기관입니다. ‘미디어’라는 단어에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영상이라 이쪽을 교육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기는 하지만 음악 역시도 미디어의 한 장르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미디어센터는 미디어 ‘읽기’에도 꽤 많은 역량을 투여하려 하고 있는데요 미디어센터와의 협업도 고려해 보실 수 있는 부분일까요?


차: 그럼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요. 그게 강의나 강연의 형태든 아니면 또 다른 형태든. 미디어라는 매개를 통해서 함께 무엇인가를 해나갈 수 있다면 참 좋지요.


미: 마칠 시간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지나기 전에 조금 바보 같은 질문을 하나만 드려보고 싶습니다. 90년대,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에 가장 마음에 남은 곡을 시대별로 하나씩만 꼽아본다면?


차: 90년대에는 신해철의 . 이때에는 신해철에게 깊게 감정이입해서 빠져있었어요. 2000년대에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 저한테는 정말 큰 의미가 있는 곡이죠. 2010년대에는 눈뜨고 코베인의 <일렉트릭 빔>. 이 노래는 들으면서 한참 울었어요. 이 노래는 정말 절망적이에요. 사는 게 뭔가를 고민하게 만들어요.



90년대 베스트. (<Here I Stand For You>, N.E.X.T. Revolution No.9, EMI, 1997)

https://www.youtube.com/watch?v=xdBXn_Hi51Y



2000년대 베스트. (<앵콜요청금지>, 브로콜리 너마저. 붕가붕가 레코드. 2007)

https://www.youtube.com/watch?v=_sKu-G3iyo0



2010년대 베스트. (<Murder's High>, 눈뜨고 코베인. 붕가붕가 레코드. 2011)

https://www.youtube.com/watch?v=3Ya4ADsXTiM


긴 시간동안 말씀 감사합니다. 어느 곳, 어느 자리에서 반갑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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