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onnected LAB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우진 Apr 12. 2018

[이슈] 태국 팝을 주목하라

커넥티드 뉴스 브리핑_2018.04.12

대형 팝스타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28일 서울 마포구에서 첫 내한공연을 여는 태국 가수 품 비푸릿(23). 이름도 생소한 이 싱어송라이터는 요즘 유행을 선도하는 국내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다.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곡마다 평균 수백만 회. 파타야 해변이나 방콕 시내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기타 치며 노래하는 비푸릿의 영상에는 ‘힙하고 세련됐다’ ‘너무 귀엽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뉴스 요약

K-POP이 동아시아에서 인기인 것처럼, 한국에서도 태국 팝이 화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밴드캠프 같은 플랫폼 뿐 아니라 [잔다리 페스티벌] 같은 글로벌 쇼케이스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

- 배경

최근 몇 년 동안 태국의 음악을 접할 기회가 늘었습니다. 처음에는 유행에 뒤쳐진 것처럼 보였지만, 자주 접해보니 변화가 감지됩니다. 급속도로 빠르게 세련되어지고, 음악의 퀄리티도 좋아지는 걸 깨닫게 됩니다. 여기에 다들 외모도 좋고 태국어가 아니라 영어로 노래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발음도 좋고요. 얼핏 들으면 영미권 팝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장르도 꽤 다양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한국과 태국은 다른 언어와 문화와 환경을 가진 별개의 국가지만,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면 '아시아'로 묶이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 캐나다와 미국이 '북미'로,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북유럽'으로 이해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럼 과연 우리는 스스로를 '아시안'이라고 인식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을 자연스레 하게 됩니다.  


- 쟁점과 의미

1) 한국에게 아시아의 존재와 의미는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먼저, 국제 정치적으로는 일단 문재인 정부의 통일 정책이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분단체제 유지를 전제로 북한과 남한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그림은 한반도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평화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입니다. 남한과 북한의 갈등이 부각되면 미국-일본-중국-러시아의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집니다. 세계 대전의 가능성도 높아지고요. 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2차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경험과 전후 경제 성장이라는 자아정체성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베트남과 태국 같은 곳은 인구 증가와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정치/경제적인 부흥기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심지어 중국조차도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위기는 아시아의 위기입니다.

경제적으로도 한국과 아시아의 관계는 중요합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정치/경제의 민주화를 가장 빨리 이룬 국가로, 문화상품을 비롯해 여러 인프라를 아시아 국가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곳입니다.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기술을 전수하고, 파트너쉽을 맺으면서 교류를 넓힙니다. 21세기에 등장한 '코리안 드림'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2) 이런 이유로, 언젠가 때가 되면 한국 사회의 '우리'는 한국이라는 국적이 아니라 '아시안'이라는 광의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될 겁니다. 우리는 '세계 시민' 혹은 '아시안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신을 설명하게 되리라는 거죠. 특히 지금의 네트워크 환경은 기존의 언어/문화적 차이를 좁히면서 오직 정서와 경험을 기반으로 소통하게 만들 겁니다. (이미 유튜브의 자동 번역 기능은 언어적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빠른 시일 안에 개인의 국적 같은 걸로 자신을 설명하는 세상이 끝장 날 수도 있습니다. 국가를 벗어나 자신을 재정의하고자 할 때, 결국 중요해지는 건 '문화적 정체성'이 될 겁니다. 나를 키운 8할은 무엇이냐, 가 중요해지겠죠.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설명합니다. "너는 누구?" 라는 질문에 "대기업 다녀."라는 대답이 매력없게 느껴지듯, "너는 누구?"라는 질문에 "한국 사람이야."라는 대답도 별 거 아닐 수 있습니다. "너는 누구?"라는 질문에 우리는 모두 제각기 다른 대답을 하게 되는 시대가 옵니다.


3) 태국은 K-POP의 최대 소비국이기도 합니다. 글로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커버 댄스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고요. 이미 대형 기획사들은 태국을 K-POP의 중요한 거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닉쿤이 핵심 멤버인 2PM이 데뷔한 게 10년 전, 2008년이니까요. 

그외에도 태국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글로벌 기업들 외에 한국의 콘텐츠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이 국가들은 유선 인터넷을 건너 뛰고 무선 모바일 통신 환경으로 직행한 곳들이라서 다양한 사업 기회들이 있다고 보는 거죠. (물론 구매력이 낮다는 게 문제겠지만요) 어쨌든 '아시아'는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장소가 됩니다. 


4) 이런 맥락에서 인용한 기사와 같은 흐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콘텐츠 산업의 관점으로도 아시아 국가들의 청년 문화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도 있겠죠. 특히, 음악과 같은 팝 컬쳐가 아시아의 다양한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언어, 문화, 식민지 경험, 전쟁의 상처라는 차이를 이어주는 접착제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 차우진_2018.04.12


* [커넥티드 랩] 페이스북 그룹은 다양한 문화적 현상에 주목합니다.

https://www.facebook.com/groups/connectedlab/




부록: 태국의 대중 음악


태국의 최신 곡들은 모두 GMM Grammy라는 유튜브 계정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태국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그룹으로 음악, 드라마, 영화, 배우 매니지먼트를 아우르는 영역에서 태국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서 최신 뮤직비디오와 오리지널 프로그램,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90년대 태국의 인기 가수, 니콜 테
1998년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니콜 테리는, 데뷔 앨범이 200만장 정도 팔렸습니다. 당시 나이 17세(정확하지 않습니다만) 정도였는데요, 태국에서는 2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최초의 여자 가수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곡은 히트 싱글 "Oh Oh"입니다. 


니콜 테리의 1999년 2집 수록곡 "그게 아니야"(혹은 "그렇지 않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풋풋한 느낌이네요. 


사운드크림(Soundcream)은 2015년에 데뷔한 태국의 3인조 걸그룹입니다. (4인으로 시작했지만 1명이 학업을 이유로 탈퇴해서 3인 체제로 굳어짐) 2017년에 니콜 테리의 "Oh Oh"를 리메이크하면서 인지도와 팬을 늘리고 있습니다. 각자 모델, 댄서, 리포터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특히 댄스 담당 멤버인 Lita Rinrapat은  K-POP 커버 유튜버로도 유명합니다. (멤버든 그룹이든, 약간 허술한 게 이들의 매력인 것 같아요.) 

Lita Rinrapat - EXID "내일해(LADY)" Dance Cover
SOUNDCREAM - Oh Oh (2017)


+

그리고. 

많이들 보셨을 것 같은, 태국 영화 [배드 지니어스]입니다. 못보셨다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주연을 맡은 Chutimon Chuengcharoensukying(태국에서는 보통 별명을 쓴다더라고요. Aokbab, '억뱁'입니다.)은 1996년생 모델/배우입니다. 아는 얼굴이라고, 뮤직비디오에서 만나면 괜히 반갑더라고요. 이제 막 K-POP에 관심을 가진 외국 친구들도 이런 기분이겠죠? :D 

배드 지니어스 (2017)


매거진의 이전글 [이슈]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유튜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