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 OST | 씨네21 (2011-06-17)
인천에 오래 살았다. 1호선 전철을 타고 서울로 가던 길, 역곡역 즈음에선 종로 코아아트홀에서 영화 보고 대학로까지 걸어갈까 고민하기도 했다. 스프링노트에 일기인지 뭔지를 쓰던 때, 종로3가 서울레코드, 세일음향과 대학로 SKC에서 CD를 ‘구경’만 하던 때, 차창 밖 풍경은 황량하고 이상했고 하루의 클라이맥스는 한강을 건널 때나 찾아왔다.
그래서인지 내게 <고양이를 부탁해>는 로드무비였다. 소녀들은 전철에 실려 동인천에서 동대문까지 흘러가고,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고, 멍한 채 창밖을 내다본다. 그때 별의 음악이 흐른다. 시와 퍼포먼스와 디자인과 음악을 동시적으로 창작하던 이들은 막 21세기가 된 한국에서 상당히 이국적이고 세련되고 쿨한 모임, 인디와 예술과 대중성의 모호한 틈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위치한 집단이었다. 신촌과 홍대에서만 팔던 그 CD를 사려고 매번 전철을 탔다. 건조하지만 따뜻하고 명랑하면서도 쓸쓸한 전자음, 그 모순은 갓 스무살 아이들의 심경이기도, 대책없는 복학생의 심정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 소녀들은 서른이 되었(을 테)고 복학생은 서른이 훌쩍 넘었고 별은 곧 미국에서 앨범을 발표한다. 아마도 공식적인 1집이 되리라는 그 앨범은 7월 이후 한국에도 공개된다. 1호선 전철 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