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jin Park Feb 23. 2020

2월, 기적 같은 사람, 어디선가 꼭 안녕하기를

우정에 대하여 <괜찮을 거야>

누군가와의 관계의 의미는 그가 부재하는 순간 더욱 선명해집니다. 부재의 공백을 메우려고 우리는 기억들을 조합하고, 놓친 것들을 찾아 시간을 거슬러 오르고, 눈을 감고 그의 관점에서 보였던 세상을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결국, 그의 눈에 비친 나를 마주하고선… 알게 됩니다, 그가 나에겐 무엇이었는지 우리 사이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잃어버린 고양이가 갈 만한 곳을 찾아다니는 한 아이의 아득한 여정인 이 그림책에는, 우리가 우정이라는 관계에서 느낄 법한 감정의 원형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아이와 고양이는 거대하고 분주한 도시 속에서 작은 몸으로 살아가는 경험을 공유한 존재들입니다. 고양이의 입장에서 위협적인 것과 안심이 되는 것들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고, 그 이야기를 고양이에게 전하려 애쓰죠. 어디 있는 거니, 왜 사라진 거야, 라고 묻지 않고 지금 돌아와도 괜찮아, 그리고 너는 괜찮을 거야, 라고 아이가 담담히 생각할 때, 우리의 마음이 우지끈 부서진다면, 그것은 그 의연한 염려가 얼마나 아픈 끝에, 얼마나 애써서 얻게 된 거리감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이야기는 어쩌면 멀어진 소중한 친구에 대한 우화인지도 모릅니다. 행방을 알 수 없는 그를 향한, 한때 우리의 시간이 겹쳤던 것 자체가 기적이었음을 전하고, 어디선가 꼭 안녕하기를 바라는 극진한 마음을 깨치게 해주어 고맙다는 고백 말입니다. 우지끈, 부서진 마음은 다시는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고, 그제서야 우리는 우정이라든지 연민이라든지 사랑이라든지 하는, 귀한 것을 귀히 여길 줄 아는 능력치를 또 조금 늘려가니까요. 이 책을 읽고 떠오르는 바로 그 사람이, 당신에게는 그런 친구이지 않을까요. 


*이 매거진에서 소개하는 책은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위치한 동네 카페 '다-용도실'@da_yongdosil 내 공유 서가 '멈포드의 서재'@mumford_salon 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11월부터 멈포드의 서재는 동네 서점 '니은서점'@book_shop_nieun과 함께 열고 있습니다. 2월부터 3개월간 진행하는 시즌 2의 주제는 '우리의 관계'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월, 드물게 주파수가 맞는 이 기꺼운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