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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진우 Oct 07. 2023

증정한 책이 중고 서점에 올라왔다

셀프로 증정 이벤트를 연 후기(1)

얼마 전 출간 기념으로 책 증정 이벤트를 셀프로 진행했었다. 브런치와 카페에서 홍보했었고, 총 17분께 드렸다. 


CU 편의점 택배를 이용하게 됐다. 이번에 처음 이용해 봐서 알게 된 사실인데 신규 회원은 반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오류 없이 도착할 수 있는 주소지가 꼭 필요했다는 소리다. 우편번호 검색이 잘 되는 주소지 위주로 선정해 택배 접수했다.


그 뒤 필요한 물품들을 샀다.


먼저, 구글폼을 통해 신청해 주신 분들께 드리는 간식을 샀다. 내 눈에 맛있어 보이는 것들 위주로 골랐다. 젤리를 희망하지 않는 분이 두 분 계셔서 초콜릿도 함께 샀다. 


그리고 책도 추가로 구매했다. 서점에서 사비로 샀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증정본은 10권이었고 몇 권은 이미 지인에게 주느라 없었다. 안전봉투도 필요했다. 쿠팡에서 30매를 주문했다. 택배비는 건당 4,000원 ~ 4,500원 사이로 들었다.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았다. 편의점 택배의 장점은 아무래도 편리성인 것 같다. 


방바닥에 간식과 책과 봉투를 펼쳐두고 하나씩 포장했다.

그때의 사진들

(당시, 초콜릿이 녹아버리면 어쩌지 걱정하며 포장했었다)







포장 및 발송을 전부 끝마치고 나서 설렘과 뿌듯함을 느꼈다. 좋은 경험을 했다 싶었다. 받으신 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마음에 들어 하실까 등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내 책이 중고 서점에 올라왔다.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됐다. 본인이 산 것을 파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 확언하냐면 중고 판매자가 상세 페이지에 이런 문구를 써두었기 때문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도서로, 출판사의 도장이 찍혀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보낸 도서이므로 작가 본인에게 제공받은 도서라고 쓰는 편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도장은 찍혀 있지 않았을 것이다. 보내기 전 휘리릭 페이지를 넘기며 책 상태를 확인해 봤으니까. 속으로 쓸데없이 하나하나 반박하며 어플을 껐다. 기운이 빠졌다.


가장 먼저 서운함을 느꼈다. 아무리 그래도 증정받은 책을 파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페이지를 조금이라도 넘겨봤는지 의문이었다. 발송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한편으로 그의 행동에 감탄했다. 15,000원 도서를 무료로 받아 8,000원에 파는 건 나쁘지 않은 재테크였다. 다른 독자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상태가 새것에 가까운 책을 정가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건 기회였다. (물론 이 책에 관심이 있다는 전제 하에 말하는 것이다.) 작가로서 가지는 서운함을 별개로 놓고 보자면, 이 중고 거래는 괜찮은 거래였다.


내 책을 읽어달라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 부탁인지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는 몰랐다. 무료 제공이면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라는 바람은 얄팍한 바람에 불과했다. 좀 순진했던 것도 같다. 이벤트에 신청한 모두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인데. 그건 너무 당연했다. 읽다가 재미없어서 판 것일 수도 있고, 생각과는 다른 내용이라 판 것일 수도 있고, 이사나 다른 이유로 필요 없어진 것일 수도 있고, 또는 처음부터 팔 생각으로 이벤트에 신청한 것일 수도 있다. 이번 경우는 후자에 속하는 거 같긴 하다. 살펴보니 그는 전문 셀러로 활동하고 있었고 주로 증정받은 책을 팔고 있었다. 뭐, 어쨌든 여러 이유가 존재할 테고 각각의 이유에는 합당한 생각이 들어 있겠지. 그럴 것이다.


이 일이 있고 나서 기대를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마침 얼마 전, 친구에게 책을 선물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책을 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안 읽어도 돼. 팔아도 되고.”


친구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지만 나는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대신, 팔게 되면 그 금액으로 커피 한잔 사달라고 했다. 친구 사이니 그 정도는 요구해도 될 것이다.


참고로 중고 서점에 올라와 있던 내 책은 팔렸다. 언제부터인가 거래 종료 글씨가 떠올라 있었다. 새로운 주인에게 간 모양이다. 어렵고 얄팍하고 순진하고. 그걸 알면서도 끝내 바라고 만다. 부디 그분께는 이 책이 페이지를 넘길 만큼 흥미롭기를.


+

언젠가 다른 내용의 후기도 남겨보고 싶다. 

여전히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인을 하다가 부끄러움에 몸부림(?) 치던 순간과 독자님이 남겨주신 뭉클한 감상평까지! 재밌고 감사한 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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