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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 Jun 14. 2024

미음자 공간

한옥세포ㅡ감정의 시기적 에세이

 

아침에 일어나 웬만하면 씻기로 한다. 누가 봐서 지저분해 보여도, 나에게 어느 정도 정리된 집이면 된다. 너무 깨끗하게 계속 정리하는 공간에서는 내가 불편하다. 계속 뭔가를 유지하고 싶은 공간은, 타인도 그러길 원하니까.   노트북과 핸드폰, 작은 가방을 꾸리고, 텀블러에 융드립커피((다이소 면포 1,000원짜리로, 있는 드리퍼에 면포 올리고 노란 고무줄로 고정시키고, 손 그라인더나 자동 작은 그라인더로 입맛에 맞던(요즘은 이디야 브라질 세하도 홀빈- '동해시 일주일 살기'로 동해시 이마트에서 드립커피용으로 샀다가 알게 된 원두-를 좋아함) 원두를 간 후, 수다서가 책방에서 쓰던 브류잉주전자로 세상 끝에서의 커피 한 잔 영화에서 가르쳐준 것처럼, 유쿠리 유쿠리 '천천히 천천히 ' 둥글게 둥글게 가라앉지 않게 내린다))를 담는다. 작은 가게의 오픈 시간이  맞지 않고, 오픈 시간을 맞춰 가도 작은 가게의 동그랗고 명랑한 에너지가 맞지 않기도 하고 해서 체인점 스타벅스로 네비(내비게이션)를 찍고 가는 날. 무엇을 해도 각자의 공간과 시간, 에너지가 감도는 게 편하니까. 한옥 구조로 컸다. 한옥은 자연을 들이는 마당이나 텃밭이 있거나, 없으면 미음자로 주택이 둘러싸고 가운데 마당을 두어, 자연의 바람이 드나들었다. 각 방마다 문이자 현관이 따로 있고, 마루에 엉덩이를 걸치고, 각자의 신발을 꿰차고 ‘다녀올게요’라든가, 마당에 바람을 휙 일으키고 나갈 수 있었다. 사는 공간의 구조와 자연의 흐름으로 개별성이 보장된다.  고유의 개별성은 자연스럽고 적당한 연결성이 되기도 한다. 서양식? 구조로 되어 있는 익히 아는 공간의 구조에서는 디지털 화면을 볼 때와 종이 화면으로 이미지를 설계하면서 책을 볼 때처럼 뇌의  용적 활용과 이야기를 만드는 창의 활용이  다르다. 이어달리기로 이미지로 이야기를 생성한, 생성하지 않은 뇌는 고유한 원소가 다르다. 원소가 다르면 진동파가 다르다. 그래서, 웬만하면 씻고 화장하고 나갈 수 있는 상태로 한 후 집을 정리하고, 아침을 먹는다. 조금 어질러져 있어도 놔둬야 아이들의 창조적 에너지가 여유 있게 흐른다는 아이들 육아 시절 읽은 교육철학서, 에세이를 차용하면서. 뭐 결국 육아서, 교육철학서 등을 읽어도 자신이 소화할 수 없고, 이해되지 않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내용이라면 한 구절의 어구만도 못할 수 있지만. 여긴 처음 가본 스타벅스로 음 대합실 분위기 난다. 역시나 대합실 분위기 중에서도 전화를 연신 한 사람과 하는 통화내용도 덤으로. 내가 전시를 하고 싶어 졌잖아. 그런데 그림이 잘 안 그려져. 그런 사람들하고 지내봤자 이해를 못 하고. 알잖아. 그거. 그렇죠. 그래서 내가 그림이 요즘은 잘 안 그려지지만 그림을 그려서 전시를 해 보니까 다시 전시를 하고 싶어. 통화 상대가 바뀌지 않고, 계속 그 사람. 그 사람이 측은해지기 시작한다. 겨우 뒷자리로 뒤통수를 보고 있지만, 계속 그 사람은 같은 톤의 같은 내용의 도돌이표 노래를 지겨운 허밍처럼 한다. 콘센트 플러그가 없는 대합실이라, 노트북은 10분 만에 에너지(충전을 해 와야 된다. 충천은 해 오면 50여분 사용 가능하고, 콘센트가 있는 카페라면 두 시간을 앉아서 뭔가를 쓰고, 바깥을 본다.) 다운된다. 마무리, 핸드폰으로 못다 한 글에 수정을 거쳐 사진을 두세 번 스크롤하다가 접기 버튼으로 활성화하여 비활성화한 화면으로 보이게 업로드한다. 셀러리를 산다. 배보다 배꼽이 비싸지. 11,000원어치 요구르트(요즘 내가 좋아하는 서울우유 요구르트), 식빵, 셀러리 등)을 사고 나오는데 주차장의 주차바가 안 올라가서 2,000원을 결제하고 나왔다. 주변의 에너지에도 그렇지 모 세상이 그런 거야 사람이 그런 거야 난 안 그런가 그래 한 사람은 갑자기 화가 난다. 아 c 내 2,000원. 장본 거의 몇 퍼센트가 주차비인 거야. 미리 주차 정산할 수 있게 마트에서 계산할 때 안내를 하든가 주차 정산기가 층마다 있던가 빨리 호출버튼에 대응을 하든가 뒤에 차가 있어서 결국 신용카드로 주차비 승인될 때 전화를 받고선 이제 승인 됐네요 하는 심드렁한, 이런 이런 이런 사람 있지 하는 콜센터? 의 목소리에 한층 더 화가 난다. 아니지 서울에서는 종로 길가에만 세워놔도, 삼성역 아쿠아리움에만 세워놔도 6,8천 원이 두 시간 안에 우습게 나오지 하면서 별 기억을 다 세워서, 화를 진압한다. 화를 내봤자 관상만 나빠지니까, 가슴에서 나온 상으로 관상을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진압. 끝. 생각. 끝. 다음에는 주차 정산 잘해야지. 끝이 없. 나. 미음자 사는 구조가 없어 오전에 씻고 나와 통화하는 대합실 같은 스타벅스에 갔다가, 주차비 정산하는 마트 주차장으로 가게 된 경우이다. 말하자면. 그래서 숨은 쉬었냐. 응. 좀.

통화할 때(나도 실수 한 적 있다) 앞으로 남이 내 통화를 들으면서 전화기 건너 상대방을 불쌍히 여기지 않게 하기, 주차 정산은 계산할 때 물어보기, 콘센트 유무 확인 후 대형 체인점 카페 이용하기, 미음자 구조라도 유지하기 위해 정교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숨. 정도. 이. 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니 새벽, 스마트스토어에 주문이 들어와 있다. 책, 가족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완독 후 중간중간 재독한 독립출판물 책. 신중하게 사진타자기문구 1 매이지만, 2매를 (오히려 내용과 상관없을 문구를 골라) 책 앞 속지에 살포시 넣고 종이 충전재로 싸매고, 주제어그림책이야기 수다서가 (2021년부터 사용한) 스. 티. 커를 붙이고, 종이 끈으로 네 면이 분할되는 엮어 묶기 하고, 다이소 회색 비닐 택배 봉투에 넣고 책 크기만큼 접어서 코팅된 종이테이프로 배부분을 두른다. 우체국 사전 접수로 우체국 방문 택배 이용 접수를 하고, 수신자에 이응시옷이응으로 입력한 대로 나도 잘 입력해 넣었다. 다시 눈 아프다 하고 주소, 동호수, 수신자 원하는 수신자명을 확인하고, 핸드폰 번호를 확인하고 배송메시지 유무를 확인 후 접수 터치했다. 이따가 사무실에 들렀다가, 사무실 내 면담 후 광명으로 가서 우체국 접수 후, 14살 때 친구랑 7년 만에 둘이 식사를 한다. 베트남 여행 때 쓰러졌던 친구가 마흔아홉 살에 갓 두 살 된 아이를 돌볼 때 허리가 안 아프고 더 튼튼해지길, 좋은 사람이 옆에 있어서 사소하게 크게 일이 있어도 좋은 시간으로 숙성하길 바라면서. 미음자구조의 탈출을 유적용해서 36년 차 친구 시공간은 어떨지. 꼭꼭 씹어서 밥을 먹자.라는 뭐 그런. 생각. 즘. 이 저녁 세수를 하며 0.5초즘 떠오르게 된다.



79. 그 공간으로  외부 자연의 소리를 듣고 향기를 맡을 수 있어요.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말이죠. 예를 들면 꽃향기, 풀잎 내음도 전해 오고 귀를 기울이며 새소리, 바람 소리, 그 외 작은 자연의 숨은 음악도 들려온답니다.


책, 보이지 않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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