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그림 그래프
온기그래프ㅡ감정의 시기적 에세이
상자 수염 그림(상자 그림)은 다섯 숫자 요약(최소값, 제1사분위수, 중앙값, 제3사분위수, 최대값으로 전체 자료를 요약)으로 그린, 자료의 특성을 요약하는 그래프이다. 기술 통계학에 해당한다. 이는 현대 자연과학의 영향으로 전통 실험에서 벗어나,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한 수학적 그래프이다.
언젠가, 아이가 한참 그림의 비중이 높은 엄마레브레터를 날마다처럼 선물했다. 그이가 지금은 중3. 세월 참 정직하게 보다 1.5배는 길게 느껴진다. 길게 말하고 싶지 않은 삼남매 육아 교육...그러그러한 상황으로 인해.
중 1 때 어떤 무드로 엄마를 째려보는 기술을 8초 정도 발휘하는 아이를 보고, ‘이건 정의에 위배된다’라는 포인트가 클릭되어서 뭔가가 미진하게 남아있었다. 어느 날, 책 ‘후끈밤 낭독회’의 아이가 그린 그림이 들어있는 페이지와 아이들이 자라는 서정의 서사를 본 순간, 중 1 때 째려본 아이가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의 그림 러브레터가 떠올랐다. 안방 장롱 서랍에 들어있어 보려면 한 시간이고 앉아서 들여다볼 수 있지만, 그럴까 봐 들여다보는 건 하지 않았다. 몇 년 동안인가, 그런 그림을 선물로 주었으며 언젠가 여행 간 아침, 상주 은모래 비치에서 아침 산책으로 홀로 일어나 텐트 십여 미터 앞에 호수 같은 바다를 쭈그려 앉아 바라볼 때, 놀랄까 봐 뒤에서 조용히 앉은 자세에 쪼그려 앉아가며 등뒤에서 안아주던 세심한 아이이다. 책방 ‘수다서가’를 할 때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콘?을 전해주었고, 종종 오징어볶음이나 라따뚜이를 만들어주었다.
상자 수염 상자 그래프는 책으로 하여금 다시금 사랑받은 엄마의 기억을 일깨워주었고, 다시 그래프를 바라보고, 사춘기의 직곡선과 시간차를 보이는 나의 그래프를 불투명하게 조절한다.
대량의 사랑 데이터를 준 것이다. 수학적 그래프로 보일 만큼 정량적인 사랑. 내리사랑뿐 아니라, 치사랑은 있다. 우리가 같은 속도로 가지 않는 그래프이지만, 일깨워주는 것들에 감사하면서 다시 회복하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 또한 함께 이해하고 서로 상호 작용하는 것에 품이 들어야 함은 마땅하다. 카페 공간에서 아이의 워크북인가 문학작품이나 영어 프리토킹하는 엄마? 와의 대화소리가 울린다. 저 아이는 어떤 시간들을 엄마와 보내고, 지금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아이의 상자 수염 그림에 소량의 데이터라도 온기 있는 그래프가 되길 기원한다. 그래프도 따뜻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