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때 못다 한 이모저모
이 글은 지난 1부 때의 연장선 격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이어 쓰겠습니다. 근데 그냥 보너스 영상 같은 느낌이니 간단히만 보셔도 됩니다.
그러니 이 글을 완전히 파악하고 싶다면, https://brunch.co.kr/@wook2ii/10
이모저모
앞선 1부에서 잠깐 볼 수 있었듯이, 그가 감독을 맡는 동안 보여주는 열정적이면서도 너그러운 모습은 종종 경기 외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곤 한다. 때문에 보수적인 야구팬들은 김기태 감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하지만, 그런 점들 하나하나가 재미가 되고 감동이 된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번에는 그가 보여주는 웃음과 감동의 사례들을 대표적인 것만 모아 알아보자!
1. 눕동, 눕기태
어쩌면 꽤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이 별명은 2015년 4월 15일 LG전, 대주자 문선재의 도루가 세이프 판정을 받자 주루 가능 범위를 이탈한 것이 아니냐며 몸소 누워 거리를 보여주며 항의하던 모습이다.(다시 말하지만, 절대 배 째라는 듯 드러누워 막무가내로 항의한 게 아니다.)
필자는 열정적인 감독의 모습에 감탄하며 진지하게 지켜봤는데, 나중에 보니 타 팀 팬들에게는 눕기태(눕다+김기태), 팬들에게는 눕동(눕다+감독님[감동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선수 시절보다 유쾌한 별명을 얻기에 이르렀다. 이 별명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알고 언급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김기태 감독의 이러한 기행이 열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저런 우스꽝스러운 별명들이 거북하지만은 않다.
2. 용병들과의 세리머니
현재 KIA 타이거즈에는 투수 헥터와 지크, 타자로는 필이 용병 선수로서 소속되어 있다. 한국에 스카우트되어 오는 외국인 용병들은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낯선 타지로 와 살다 보면 서러운 일도 많고, 적응하기도 힘들기 마련이다. 때문에 현지에 비해 실력이 급감하거나 개인적인 문제들로 도중에 팀을 떠나는 용병들도 종종 있곤 하는데, 김기태 감독이 외국인 용병을 대하는 모습들을 보면 적어도 KIA에서 적응을 문제로 팀을 떠나는 용병은 없지 않을까 싶다.
위의 모습은 지크가 첫 승을 거둔 경기 직후 이루어진 세리머니의 한 장면이다. 팀 내 다른 용병 투수인 헥터가 승리투수가 되었을 때도 같은 세리머니를 했었는데, 아마 평소 장난기가 많은 헥터의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러한 익살스러운 세리머니가 더욱 신선하고 재밌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다른 감독들에게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LG 트윈스 감독 시절에도 다른 구단과는 달리 경기 직후, 하이파이브 대신 서로의 손가락을 거는 행위를 보여주곤 했다. 서로의 손가락을 걸기 위해 서로에게 집중하게 된다는 굉장히 인간적인 그의 정신은 KIA 타이거즈에서도 변함이 없는 듯하다.
3. 윤석민 목례
내가 프로야구를 보며 가장 감동받은 장면이 있다. 팀이 어려울 때에 혼신의 힘을 다해 던져 승리를 지켜준 마무리 투수와 그에 대한 감사로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 목례를 건넨 감독.
바로 5위 싸움이 치열했던 2015년 8월 1일, 경쟁 팀이었던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 중 2번째 경기에서 마무리 윤석민과 감독 김기태가 보여준 모습이다.
2점 차로 간신히 이겨가고 있을 무렵, 김기태 감독은 우위를 지키기 위해 7회부터 마무리 윤석민을 올렸다.
3이닝을 막아야 한다는 큰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은 이날, 자신을 믿고 맡겨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3이닝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던져, 개인 통산 1천 삼진을 기록하며 단 1점 만을 허용한 채, 시즌 20세이브까지 달성했다.
그렇게 극적으로 경기를 이긴 후 선수단 모두가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김기태 감독이 마운드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기뻐하던 윤석민이 감독님을 보고 인사를 하려는 찰나, 감독은 모자를 벗고 윤석민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마무리 3이닝이라는 크나큰 짐을 맡긴 미안함과 팀의 승리를 지켜준 감사함을 담아 경기 직후 직접 마운드까지 올라가 모자를 벗고 목례를 하던 김기태 감독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는 명장면이다.
감사한 일에 감사를 표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모습 속에서 놀라움과 감동을 받는 걸 보면, 우리는 지금까지 주변의 시선이나 신경 쓰며 당연한 일조차 못해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지위 의식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편견을 깨고 먼저 찾아가 목례를 건네는 감독의 모습을 보면, 그가 본받을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현재
끝으로 2016년 5월 5일 현재, 지금의 성적은 솔직히 조금 아쉬운 성적이다. 순위 자체가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특이한 양상을 띠고 있고,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앞으로의 모습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지만, 팬의 입장에서 6위라는 현재의 성적은 조금 아쉽다.
오늘 롯데전 스윕으로 분위기와 성적 모두 좋아졌지만, 몇 주 전만 해도 9위라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기에 낮지 않은 순위이면서도 방심하기 힘든 순위다. 또한 작전 성공률이 안 좋다는 지적과 함께 김기태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형성되어가고 있는 터라, 하루빨리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해 보이며 가끔 보이는 감독 경질 등의 조급한 의견들은 자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KIA의 팬을 자처해 오면서 결과를 가장 중요시 여겼다. 때문인지 성적이 좋았던 조범현 감독 시절의 KIA를 그리워하고 서정환, 선동열 감독 시절의 KIA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한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 부임 후 초반의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운 감독으로서의 자질과 전보다 한층 밝아지고 소통하는 모습의 구단을 보고 있노라면 성적이 낮더라도 내가 응원하는 이 팀을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짜릿한 역전승은 포기하지 않는 선수단과 감독이 하나가 된 모습이며, 졌지만 재밌는 경기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이다.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 그리고 그 과정 속의 재미를 통해 야구와 구단을 더욱 사랑하게 해 준 김기태 감독님께 감사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감독님은 존재조차 모를 이 글을 바치며 글을 마치겠다.
+ 진짜 이모저모
사실 이 글은 4월 24일에 초안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글을 올리려 할 때마다 경기력이 안 좋아서 못 올렸는데, 롯데 전 스윕 하는 거 보고 올렸다.
사실 이 글의 원제는 '[KBO 명장 열전]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었다. 근데 명장이라 하기엔 업적이랄 게 2013년 LG 시절밖에 없어서 그냥 바꿨다.
원래 '이모저모'란에 '4. 베테랑에 대한 예우'를 쓰려했는데, 요즘 베테랑 기용에 대한 반응이 안 좋은 거 같아서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