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와 갱년기처럼 뭔가
특정시기가 아니어도
마음이 휑할 때가 있다.
조급해지고 초조하며 불안하다
봄이었다
꽃이 피어나고 생동감이 넘치는 계절
하지만 나는 겨울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춥고 외로웠다.
15년 이상 반복했던 직장일에
크게 감정 상한 적은 없었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받고 살 것이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못 견딜 일이
뭐 있냐며 나 자신을 다독였다
하지만 정말 '와르르'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감정은 많은걸 쌓아 둔 듯싶었다.
상사의 질책, 동료의 말 한마디
불만민원의 욕
바로 쓰레기통으로 비우고 싶어 졌다
습하고 더운 날씨
오토바이와 차가 뒤엉킨 도로 옆
카페에서 콩 커피 한잔하고
하롱베이로 향했다
잔잔한 물에 외돌개를 닮은
괴석들이 끊임없이 늘어서 있는 곳
배 한편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낯선 거리를 걸었고
재래시장 좌판에선 애완동물들이
벗겨진 채 머리를 내밀고
있어 충격도 받았다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이국의 땅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서
그들이 먹는 음식 중
고양이 고기는 혐오스러웠다고
머릿속 번잡함이 조금은 가신다
이국이나
내가 사는 곳이나
치열함과 여유가 공존한다
15년을 버틴 힘은
짧은 여행 같은 여유 때문이었을까
여행은 목적이 무엇이든
떠나야 한다
만일 멀리 못 갈 상황이면
새벽시장이라도 가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