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생기던 날

슈슈는 행복할까?

by 보름

아이들이 커가면서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금붕어, 장수풍뎅이, 거북이

자그마한 체구지만

의외로 손이 많이 갔다

수조 청소와 먹이 주기라는

책임을 지고 키우기 시작했지만

관심은 점점 멀어졌다

결국 청소는 부모의 몫이 됐다.

더 슬픈 건 오래 살지 못하고 자꾸

죽어갔다

다시는 키우지 말자고 다짐했다



한 해가 지난 후

아이들과 5일마다 열리는 재래시장에

갔는데 토끼를 사달라고 졸라댔다

아마 전부터 눈여겨본 듯했다

작은 체구에 눈망울은 소처럼 생긴 인형 같은

모습이었다.

한 번의 거절이 있은 후 이번엔 우리 청소와

먹이 챙기기라는 약속을 단단히 하고

한쌍의 토끼를 키우게 되었다

애들도 자기 할 일을 다하고

우리도 수시로 지켜봤는데 한 마리는 설사로

또 한 마리는 눈병이 나서 죽어버렸다

상심이 컸는지 그 이후

더 이상 키우자는 얘기가 없었다


슈슈와 가족이 된 지 3년이 되었다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강아지를 키워도 되냐는 전화가 왔다

나는 예전의 일들과

막내의 비염이 강아지 털로 인해 심해질 거라고 반대했지만

하루만 맡은 거니 얼굴이라도 보고

결정하라고 했다

어릴적 슈슈

퇴근 후 현관문을 여니 새끼 강아지가

꼬리를 흔든다. 마음속으로 순간 흔들렸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애들이 먼저 나서서 '슈슈'로 이름도

짓고 배변훈련도 시키고 순번을 정해

산책도 시키겠다고 난리다

결국 나도 꼬리에 무장해제되었다


지금의 슈슈

회식하고 늦게 집에 들어오는 날

가장 먼저, 열렬히 반겨주는 건 슈슈다

꼬리가 안 보일 정도로 흔들어 주고

손을 핥는 것으로 반가움을 표한다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또 애처롭기도 하다

예견했던 일이지만

슈슈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갔다

애들도 학교와 학원으로 바빠지고

나와 아내도 6시가 넘어야 퇴근하기

때문이다

산책을 미루기라도 하면 시무룩해진다

우리가 오는 발자국 소리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긴긴 시간을 혼자 뭐하며 보냈을까


내가 어릴 적 키웠던 누렁이는

집 밖에서 자유롭게 놀았다

그때만 해도 개를 풀어서 키울 때여서

누렁이는 친구들과 놀다가 밥시간이

되면 집에 들어왔다

어디서 연애를 했는지 새끼도 6마리나

낳았다.

하지만 결국 밖에서 놀다가 농약 섞인 음식을 먹고 내 곁을 떠났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면 저 멀리서도 뛰어오곤

했었는데 정말 슬펐다

누렁이가 보고 싶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미리 염려해서 가족을

만들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는 걸

슈슈를 보며 느낀다


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빨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