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딱 한번 편지를 받는다
줄임말이 표준어처럼 쓰이는
요즘 세상에
또박또박, 정성이 담긴 장문의 글을
받으니 그 어떤 선물보다
반갑고 소중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일에 대한 감흥은 떨어지지만
아이들의 글을 받아보는
설렘은 계속되었으면 한다
회사 직원들과 소주 한잔 하다가
부부싸움 후 화해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신혼인 한 후배는 정성껏 김치볶음밥을
만든 후 하트 모양으로 세팅하여
와이프에게 차려주면 기분이 풀린다고
하고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선배는 무조건 선물을 사주는 게 정답이며 고가이면
더 좋아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만히 듣다가 나는 편지를 써서 건넨다고
하자 야유가 쏟아졌다
정성도 없고 돈도 안 쓴다며 타박만 받았다
종이 한 장 꺼내 들고 펜을 든다
글을 언제 써보았는지 말머리 한 줄
쓰기가 힘들다.
말보다 글로 표현하는 게 좋은 이유는
직설적이지 않고
여러 번 고칠 수 있으며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참석한 결혼식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아버지가 신랑에게 혹은
친구가 신부에게
손편지를 읽어주는 것이었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잘살라는 격려와 당부가
진실되고 마음에 와 닿았다
훗날 애들이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릴 때쯤
내가 그동안에 받은 생일편지 보다
많은 사랑을 담아
답장을 해야겠다
신랑 아버지처럼
담담하게 읽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