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제일 쉽다는 건

by 보름

문득 쳐다본 하늘은 잿빛이었다

날씨야 흐릴 수도 있고

화창한 날도 있겠지만

오랜만에 나온 나들이를 망친 기분이

드는 것처럼


이왕이면 파란색이면 좋았을 것을..

무언가에 쫓기듯 하루를 바쁘게

살다 보니 하늘을 바라보는 시선조차

새삼스럽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쳇바퀴 돌고 있는 자신이 안쓰러울 때가 많다

유행어가 돼버린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나 싶을' 때도 있고

나이는 들어가고

매월 25일 입금됐다 쑥 빠져버리는 월급에 안도하며

살아가고 있다


예체능에 소질이 없고

손재주는 똥 손이며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없어

사업을 할 그릇도 못 되는

나는

천상 월급쟁이인가?


바꾸어 생각하면

아무 재주 없는 나를

입사시험 보게 해 주고

가족을 건사할 임금을 주는

회사에 감사할 일인지


나이는 핑계지만

다른 직업을 찾거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에

돈을 쓰는 대신

현실에 순응하기로 하였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매진하기로


경력이 쌓이는 만큼

나에게도 승진시험이란 기회가

찾아왔다

이제 책장을 넘기며

집중해서 열심히 하면 된다

결과야 어떻든

일단 남은 기간 독하게 공부해야는데

불안과 초조감이 어김없이

끼어든다

'퇴근하면 피곤한데 무슨 공부를 '

'좀 더 준비해서 내년에 본다고 할까'

'대충 일하다가 정년까지만..'


잡념은 의지를 갉아먹는다


살아보니

공부가 쉬운 건 아니지만

다른 재능이 없는 이에겐

기회이자 선물이다


선물상자는 텅 비었지만

끈기와 노력, 성취는

내가 채워 넣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