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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기 May 31. 2021

유선 이어폰을 쓴다

유선 이어폰을 쓴다.


얼마 전까지 에어팟을 썼다. 노래를 듣다가   시간도 들을  없다는  알았다. 지금 쓰는 핸드폰보다도  오래된 기계이기에 배터리가 예전 같지 않다. 지난 연인이 생일선물로 주었던 무선 이어폰. 이걸 사용하는 사이, 다른 사람을 만나 한번  이별을 경험할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무선 이어폰이  시간 통화하기 적합한 물건이 아닌  알았고 차츰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날이 늘었다. 누군가와 길게 통화할 일이 없는 지금도 유선 이어폰을 쓴다. 약간 연결 지연, 배터리 충전 문제 때문은 아니다. 선이 달려있는 물건이 주는 안정감이 좋다. 유선이 주는 시각적인 연결은 무선의 편리함에서 나를 꺼내왔다.


첨엔 마스크 줄과 얽히는 이어폰이 정말 성가셨다. 이래서 무선을 포기할 수 없구나 싶었다. 무선 이어폰을 두고 나온 날, 마스크와 유선 이어폰이 암수 서로 정다운 걸 보며 나름의 규칙을 정했다. "마스크는 웬만하면 벗지 않는다." "마스크를 벗을 땐 이어폰 줄과 함께 뺀다." 이 두 가지를 철저하게 지키면 마스크를 쓰지 못해 얼굴이 붉어질 일은 없다.


이제 마지막 관문은 비 오는 날이다. 우산을 드는 손과 핸드폰을 든 손이 교차하지 않는 법, 우산을 여닫을 때 이어폰이 당겨지지 않도록 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왜 이렇게까지 유선 이어폰을 써야 하는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음질을 따지는 사람도 아니지만 유선을 쓰는 맛이 분명히 있다. 이상한 고집에 나만의 규칙만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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