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는 아이스커피를 마신다. 하늘에 꽃잎이, 낙엽이, 빗방울이, 눈꽃이 낙하하면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 언젠가부터 생긴 버릇. 어딘가로 나갈 일이 있으면 지도 앱을 열어 잔뜩 저장해둔 카페를 들르리라 맘을 먹는다. 다양한 공간에서 나만의 기준으로 커피를 마시는 만족감.
카페는 커피, 인테리어, 음악이 공존한다. 다양한 공간에 방문하면서 발견한 새로운 인테리어는 바리스타다. 바리스타의 서서 커피를 내리는 모습 그 자체가 미장센이다. 그 모습이 무겁고 진중할수록 잠시 머무르는 사람도 진중하게 그 공간에 자리한다. 프랜차이즈 카페 안 사람들이 각자의 대화나 할 일에 몰두하는 것도 커피를 내리는 사람의 모습과 같지 않을까?
커피를 내리는 손에 따라서 같은 재료로도 전혀 다른 풍미가 구현된다. 원두와 물이라는 단순한 재료로 자신만의 요리를 한다. 공간을 따라 카페를 찾아다니다 보니 누군가의 솜씨와 분위기를 좇고 있다. 커피는 그 공간의 주인과 나를 매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