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_2 아그라로 가는 열차에서 서로의 민요를 부르다.
영어 3.6.9로 우리가 하나가 된 사실은 참 웃기면서도 신선했다. 영어권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영어 3.6.9는 두 배로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순전히 영어 때문에 틀릴 수도 있다. 3.6.9 게임도 게임이지만 특히 벌칙인 인디안밥을 할 때 친구들은 더 신이 나 보였다. 남을 골리는 일은 국적 불문으로 재밌는 일인가 보다. 특히, 일본인 친구 요시코는 잦은 영어 실수로 인디안의 밥이 되어 심리적 위축 상태까지 왔었지만 우리는 그녀를 위해 살짝 틀린 영어는 봐주기로 하고 게임을 계속 진행했다. 친구들은 금세 이 게임에 적응하고 있었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한 뒤 고난도 구간인 30번대 구간도 지나게 되었다. 그렇게 게임을 하면서 우리의 관계는 더욱 친밀해졌고 이야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이 얘기 저 얘기 이어가다가, 아일랜드 친구 브레호니가 재밌는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의 각국의 전통 노래를 알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서로 자기 나라의 대표 민요를 부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역시 그녀는 노래를 사랑하는 민족 아일랜드인이었다. 브레호니를 시작으로 아일랜드의 민요를 불러주었고 그 다음에는 영국인 스데반이 바통을 이어받아 민요를 불렀다. 아일랜드 민요와 영국 민요는 역시 어디선가 들어봤던 느낌을 받았다. 다음은 한국 대표인 나의 차례였다. 나는 아까부터 아리랑을 불러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한국의 얼을 담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고 무언가 숙연한 분위기가 흘렀다. 왜 그랬을까? 각국의 민요에는 각 나라의 정신이 베여있어서 그랬을까? 우리는 묘하게 서로의 노래에 집중했고 무언가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들로 교감을 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이어서 칠레 친구 마르셀로와 일본인 친구 데오카의 노래를 듣고 서로의 민요에 대해 소감을 나눴다. 칠레의 노래는 남미답게 밝은 편이었고 일본의 노래도 밝은 편, 영국의 노래는 중간? 그리고 아일랜드 노래와 한국의 노래는 조금 구슬픈 느낌이었다. 나는 이 두나라가 나라를 빼앗겨 본 나라라 그런가?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벌써 자정을 넘겼고 다른 칸들의 불은 서서히 꺼지고 있었다. 사실은 아까부터 꺼져서 다 자고 있었는데 우리만 신나서 놀았나 보다. 뭔가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그렇게 우리도 아쉽지만 슬슬 마무리를 해야 했다 각자의 3층짜리 간이 침대를 펴서 각자의 침대에 몸을 누였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며 굿나잇 인사를 나눴다.
Good Night, My Frie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