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_2 댄서가 꿈인 네팔 청년 수리아 - 포카라를 누비다.
수리아의 친한 동생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한 건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우리는 자전거를 빌려 포카라를 누비기 시작했다. 수리아는 그곳 포카라에서 내 친구이자 최고의 가이드였다. 우리는 포카라 안나푸르나 박물관도 구경하고 안나푸르나 모형 위에 올라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놀았다. 매점에 들러 오렌지 주스도 사서 나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수리아가 날 당황시킨 것은 나보고 계속 잘생겼다고 부럽다고 그랬다. 참 당황스러웠다. 이놈이 무슨 꿍꿍이지? 확실히 먹을 걸 사주니까 별소리를 듣네. 허허.
Jaewook, you are handsome. you have white face. I envy you~
수리아야, 그렇지 않아, 만약 네가 한국에 오게 되면
사람들이 널 더 잘생겼다고 말할 거야. 진짜야.
우리는 서로 국제적 칭찬을 주고받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관광지를 구경했다. 수리아와 꼬마(수리아의 친한 동생)는 아주 신이 났다. 우리는 온 동네를 자전거로 구석구석 누비며 포카라를 구경했다. 포카라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호수를 끼고 마을이 평야를 이루고 저 멀리 들녘 끝에는 안나푸르나와 히말라야 산맥들이 웅장하게 둘러싸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 것만으로도 행복한 도시였다.
우리는 데비스폴이라는 지하 폭포도 놀러 가고~ 그 앞 분수대에서 동전 던지기도 하고 에어컨보다 더 시원한 종유동굴에서 놀았다. 수리아는 기분이 좋았는데 동굴 속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자연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동굴을 나와 휴게터에서 쉬었다, 그렇게 신나게 구경을 하니 당연히 허기가 졌다. 그래서 나는 꼬마에게 돈을 주며 네가 가장 좋아하는 까까를 사 오라고 시켰다. 몇 분뒤 꼬마는 ABC라는 라면을 사 왔다... 그걸 부셔 먹는 게 맛있다고.... 참 전 세계 아이들은 취향이 비슷한가 보다. 나도 어렸을 때 라면 많이 부셔먹었지~, 약소한 라면에 우리 셋은 허기를 달랬다. 그리고서 수리아와 꼬마의 본격 댄스타임이 시작됐다.
수리야, 너 춤 보고 싶다~ 춤 제대로 춰봐.~
Now?.... OK! Sure!
수리야는 허투루 추지 않았다.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 브레이크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확실히 몸이 다부져서 그런지 멋졌다. 그렇게 우리는 그곳에서 셀카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계속해서 우리는 자전거로 동네를 누볐다. 마치 오토바이 타고 동네를 누비는 동네 형처럼 동네를 누볐다. 여기는 자전거도 귀한 거라 동네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은 자전거를 무지 타고 싶어 했다. ㅠ 자전거를 세우고 나는 축구하는 아이들한테 가서 한국의 축구를 전수하고자 아이들과 공놀이를 했다. 수리아와 나랑 편을 먹고 동네 꼬마들 전부 편을 먹게 해서 시합을 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이겼다. ㅠ 사실 이기니까 신났다. 그렇게 포카라는 해가 지고 있었고 수리아와 나는 수리아의 꼬마를 집에 데려다 주고 자전거를 반납했다. 모든 포카라의 자전거 누비기 여행은 끝을 냈다. 우리는 씻고 다시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수리아는 밤이 되자 술이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쪼끄만 놈이 뭔 술이냐고 혼냈지만. 그래도 마지막 날이니 네팔 전통 술인 창을 시켜줬다. 이놈이 또 술이 들어가더니 별소리를 다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좋다는 둥 너무 잘생겼다는 둥. 이제 못 봐서 아쉽다는 둥 이런 아쉬움을 표현하는 소리를 해댔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야~ 수리아야, 우리 이메일이나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 되잖아~
뭔 걱정이야~! 이메일 주소 알려줘! 페북은 있어?
페북이 뭐야? 나 이메일 주소 없어, 우리가 사는 데는 컴퓨터가 잘 없어 인터넷도 잘 안돼
나는 갑자기 뭔가 슬픈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지구에서 살고 있는데 인터넷으로 연락할 수 없을 수가 있다니..... 뭔가 슬프기보다는 조금은 소소한 충격을 받았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나는 수리아에게 내 이메일을 적어주며 말했다.
만약에 네가 나중에 인터넷을 할 기회가 생기면 꼭 나한테 이메일 보내~ 알았지?라고 말했다. 수리아는 알겠다고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가 사실 컴퓨터 이메일을 써본 적이 없다는 것을 눈치 채 버렸다..... 수리아는 알겠다고만 말했다.
많은 여행을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누구나 이메일 주소와 페이스북 주소만 알려주면 연락이 닿을 수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세상의 기술적 진보를 예찬했는데...... 그게 적용이 안 되는 지역과 사람을 만나니 참 기분이 이상했다.
우리는 밤 늦게까지 서로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밤이 어둑해졌고 수리아는 나의 숙소까지 데려다 줬다. 나는 내일 아침에 떠나기 때문에 오늘 밤이 수리아와의 마지막이다. 나는 그가 꼭 나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래야 내가 찍은 사진도 보내주고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한채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수리아,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하고 춤 연습 열심히 해서 꼭 한국에서 보자!
잘 지내!
Jaewook, Good bye!
Good bye Sur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