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_1 동갑내기 일본인 부부 야마자키 - 이어지는 대화들
우리는 8시간 전 모르는 사이에서 카트만두에서 내리는 지금은 친구가 돼 있었다. 우리는 헤어지기 아쉬웠고 뒤풀이를 해야만 했다. 이제 친구로서의 만남을 갖기로 했다. 일단 서로의 숙소로 돌아갔다가 저녁 때 다시 만나 저녁을 먹기로 하고 우린 터미널을 떠났다. 왠지 모를 설렘, 외국에서 만난 친구와 외국 낯선 도시 어디선가의 약속이다. 서로 장소가 어디 가 있는지도 모른 체 그냥 가장 유명한 거리의 삼거리 정도와 시간만이 약속 내용이다. 한국이었다면 만나게 될걸 의심치 않았겠지만 타지에서는 왠지 두세 시간 뒤도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반신반의한 마음에 묘한 기대감이 형성되었다.
Y : 재욱! 저녁같이 같이 먹는 거 어때?
J : 오! 굿! 아이디어. 그러자!
Y : 그럼 두 시간 뒤에 여기 타멜 거리에서 다시 만나~
J : OK!
나는 내가 머물고 있는 댁에 도착해 짐을 풀고 간단히 씻고 난 뒤 그 댁에서 자전거를 빌려 사뿐하게 다시 도심지로 향했다. ( 그 자전거가 악몽이 될 줄은 몰랐지만 ) 더운 여름의 카트만두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점점 여름의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다행히 약속한 장소와 시간에 정확하게 나왔다. 그리고 마치 오랜만에 본 것 마냥 반갑게 인사를 했다. 곧 식사를 하기 위해 어디론가의 음식점으로 향했는데 한국 가이드북이 아닌 일본 가이드북에서 추천해주는 맛 집으로 갔다. 그렇게 골목골목을 지나 식당을 정했고 자리를 잡고 네팔 전통 음식을 시켜먹었다. 그리고 맥주 한잔, 건배! 여름 저녁 아래 카트만두에서 새로 사귄 친구와의 맥주 한 잔의 기쁨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우리의 이번 2차 대화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예를 들면 서로가 사는 삶이라던지 서로의 취미, 서로의 미래 등등 말이다. 나는 사실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았는데 서로의 영어가 막히면 나는 일본어로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계속 나는 대화가 되고 있다는 그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맥주 잔을 기울이며 대화는 깊어져 가고 있었다.
요헤이의 증조할아버지는 독일인이셨다고 했다. 유카리는 순수 일본인? 이었다. 어쩐지 요헤이가 일본인 치고 키가 크고 덩치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의문이 풀렸다. 나는 나의 조상은 고구려 민족인 것 같다고 그래서 키가 큰 것 같다고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해댔다. 하지만 그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난 애써 그걸 변명할 필요는 느끼지 못 했다. 일본인이 느끼기에 원래 한국인은 체격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배우 권상우가 그런 인식을 더 높여준 것 같았다.
J : 근데 말이야~ 요헤이, 유카리 나는 일본인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 중에 궁금한 게 있어
Y : 그게 뭔데?
J :내가 국화와 칼이라는 책을 본 적도 있고, 또 사람들이 말하길 일본인은 겉과 속이 엄청 다르다고 하던데
너네도 나한테 이렇게 친절하면서 사실은 속은 불편한 거 아니야? 만약 그러면 나에게 솔직히 이야기해줘~!
Y : 에이! 아니야 진짜 아니야~ 그건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 난 안 그래, 지금 너무 재밌어!
J : 그래? 그럼 나 나중에 일본 놀러 가면 또 만나서 놀자!
Y : 물론이지! 언제든지 일본에 놀러 와~
J : 그래! 너네도 한국 놀러 와!
나는 솔직히 나의 어렸을 적 일본 펜팔 친구들로 인해 일본인과 정 깊은 친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조금 없어 보였지만 이 사항에 대해서 물어보게 되었고 요헤이와 유카리는 자신들은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난 내친김에 그들에게 일본에 내년 여름 방학 때쯤 갈 거라고 스케줄까지 잡아 두었다. 이 두 친구가 도쿄 근처에 사니까 교통도 괜찮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고 시간이 벌써 10시 경이되었다. 나는 호텔이 아니라 지인 댁에 머물고 있었으므로 자정이 넘기 전에 집으로 가야만 했다. 아쉽지만 우리는 이제 일본에서 볼 것을 기약하며 헤어져야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사요나라~
요헤이, 유카리짱
자전거를 탄 비하인드 스토리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자전거를 끌고 나온 불행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야마자키와의 좋은 만남의 여운을 갖고 밤바람을 가르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아뿔싸! 네팔의 10시는 한국의 10시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도심지는 여차 저차 관광객들로 인해 불빛이 조금 있지만 주택가는 아에 불빛이 없는 어둠이었다.... 네팔의 10시는 한국의 새벽 2시 정도로 보면 된다고 한다. 그렇게 집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그때부터 동네의 똥개들이 짖기 시작했다. 나는 무서웠다. 그리고 갑자기 동네 개떼가 짖으며 나를 향해 따라오는 게 아닌가......(카투만두의 밤에는 강아지들의 세상이 된다고 한다.) 나는 완전히 겁에 질려버렸다. 나는 으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달렸다. 직선거리는 내가 더 빠르니까 어떻게 해서든 달렸는데 오르막길에 언덕 위에 개떼들을 보고 나는 결국 집주인 아저씨께 전화를 걸고 말았다..... 광견병에 걸려 강제 격리 강제 출국을 안 당한 게 천만 다행이었다. 간신히 울먹이며 겨우 숙소에 들어왔고 나는 주인아저씨께 호되게 혼이 났다. 잊지 못할 네팔의 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