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코로나 기간 동안 페스티벌이 치러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시절 감염확산의 우려로 제한적 형태의 모습으로 '축제' 하면 빠질 수 없는 먹거리 제한이 있었고, 스테이지축소 또한 존재했다.
푸드존 부재, 지정 좌석, 최소한의 스테이지로 코로나 기간의음악 페스티벌들은 진행되었다. 심지어 코로나가 전 세계를 잠식하기 시작한 2020년은 세계 최초로 온라인 뮤직 페스티벌이 개최되기도 했다.
2023년 5월, 다시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온 BML(Beautiful Mint Life)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사전예매는 물론, 티켓 판매는 일치감치 sold out이었으며 기존 참여 아티스트들에게 지급되던 초대권은 대폭 축소가 되었다. 직원과 소속 뮤지션들에게만 오픈했던 '직원 할인 티켓' 사내복지 서비스 마저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페스티벌에 목말라 있던 관객이 많았다.
기존 GMF(Grand Mint Festival)와 BML에서 했던 환경 캠페인 역시 다시 시작된 페스티벌을 위해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기획을 모색했다.
2008년, 뮤지션으로 생애 첫 음악축제 무대에 섰던 충격적인 경험으로부터 이어온 'eARTh 캠페인은' (해당 내용은 '페스티벌과 환경 캠페인 #1'으로) 지금껏 '페스티벌 쓰레기의 분리수거 및 감축'을 목표로 UNEP(UN환경계획)과 아름다운 재단의 숭고한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GMF eARTh 캠페인 (아름다운 재단, 2018)
2019년 공유컵과 다회용기, 그리고 이제는 우리 사회에 보편화된 제로웨이스트 이슈를 페스티벌 이라는 채널로 공론화시켜 보자는 기획은 2020년 코로나의 여파로 그만 멈춰버렸다. 3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온전한 형태의 페스티벌에서 그것을 구현하고자 다양한 아이디어와 액션 플랜을 구상했다.
2019 GMF에서 '보틀팩토리'와 함께 시도해 보았던 '세척을 통한 재사용 컵' 캠페인은 관객들로 하여금 신선한 경험을 제공했지만 축제를 찾은 모든 관객들에게 서비스하기에는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 세척에 필요한 물 공급, 오폐수 처리의 문제, 대규모 세척존 구축과 관리인원 등이 그것이었다. 보틀팩토리의 공유컵 서비스는 유려한 디자인과 따듯한 톤, 그리고 로컬 애착을 지닌 사용자들의 지속적인 순환 모델로 훌륭한 모델이었지만, 뮤직 페스티벌처럼 불측정 다수의 단발적으로 치러지는 대규모 행사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했다.
보틀팩토리의 공유컵 서비스와 이동형 간이 세척기 (보틀팩토리, 2019)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페스티벌의 특성을 고려한 시스템을 고려해 보았고, 2020년 BML부터는 일회용기와 컵으로부터 완벽한 독립을 꿈꾸며 관련 업체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그중 '트래쉬버스터즈'는 해당 이슈를 비즈니스 모델로 차용하여 처음으로 페스티벌 분야에 도입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다회용기 서비스를 음악 페스티벌에 어떻게 도입할지에 대해서 직접 축제를 기획하여 테스트해 보기도 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 진심이었다. 자체적인 세척설비를 구축하여 현장에서의 세척 이슈를 해결하였고, 현장실무 경험을 통해 부스설치 및 관객 응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납득가능한 서비스 비용을 측정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논의는 코로나의 위험이 슬금슬금 잠식하여 현실이 되었고, 결국 기획한 모든 페스티벌이 오랜기간 최소되거나 축소되었다. 축제 시장을 메인 타겟으로 구상했던 트래쉬버스터즈 역시 코로나 기간 동안 대기업 사옥, 배달 플랫폼, 프랜차이즈 요식업 등으로 서비스 모델을 변화시켜 기업의생존을 이어갔다.
트래쉬버스터즈 다회용기 구성 및 연출 (자료 : 트래쉬버스터즈)
결국 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2023 BML eARTh 캠페인'을 통해 본격적으로 다회용기 서비스가 도입되었다. 페스티벌에 입점한 푸드 업체들은 일회용기가 아닌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 컵과 용기를 사용하게 되었다. 물론 기존에 지출했던 일회용기에 비해 해당 서비스를 통해 업체들과 주체 측이 지출하는 비용은 다소 올라갔지만, ESG와 제로웨이스트 트렌드에 올라타기에 충분히 합의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안타깝게도 일부 주류 및 스폰서들은 이에 동참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는 자체 브랜드 핵심 마케팅과 대비되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류 스폰서의 경우 다회용기에 자신의 브랜드 로고를 넣을 수 없는 부분, 청량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완벽히 투명한 용기의 필요성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사전 조율은 있었고 그들의 어려운 결정에 충분히 동의하는 부분이며 이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겨두었다.
2023 BML 트래쉬버스터즈 다회용기 서비스 현장 (정욱재, 2023)
현장에는 관객수 이상의 다회용기가 준비되었다. 관객이 주문한 음료와 음식들은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일회용 플라스틱이 아닌 형태로 '반납'이라는 한 번의 수고가 더 있었지만, 기대이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었다. 우려사항은 간혹 해당 식기들에 대한 반납을 잊은 채 행사장 밖으로 반출되는 손실분에 대한 것이었지만, 이 역시 현장에서 우려에 대한 대비를 다각도로 진행하였기에 대부분 순조롭게 회수가 가능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무인 반납함(좌), 유인 반납 부스(우) (정욱재, 2023)
또한 eARTh 캠페인은 트래쉬버스터즈 처럼 환경적으로 참신한 실천을 구현하는 기업과 단체를 소개하고자 했다. 휴대폰의 올바른 수거를 통해 자원 재순환을 돕는 '민팃', 환경 아이디어에 대한 공론의 장을 구축하는 'Freaky Fox Crew', 플라스틱을 다양한 아이템으로 재사용하는 솔루션인 서울환경연합의 '플라스틱 방앗간', 건강한 대체육을 제공하는 '위미트' 등이다. 그리고 작년부터 서울대학교 학부생들을 위한 환경교양 수업에서 해당 캠페인에 대한 내용으로 특강을 이어가고 있는데, 올해 BML에서는수업의 일부 학생들이 현장 답사로 참여하였다.
한편으론 더 많은 환경을 위한 건강한 스텝을 밟아가는 업체들과의 사전 미팅이 있었지만 이해관계로 인해 함께 할 수 없었던 부분은 다음의 숙제로 이어가고자 한다.
민팃, FFC, 서울환경연합 플라스틱 방앗간 이벤트 부스 (정욱재, 2023)
이렇게 그동안 고심해 왔던 캠페인을 또 한 번 마치게 되었다. 매년 이맘때와 GMF가 있는 가을은 엄청난 페스티벌 쓰레기를 처리할 생각에 몸과 마음이 우울한 나날이지만, 뜨거워진 환경 이슈로 인해 참신한 업체들이 성장하여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곳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러한 축제의 현장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좋은 채널이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펼쳐질 모든 축제 현장과 캠페인에서도 더욱 선한 변화와 경험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