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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리 Sep 07. 2020

우리 집을 호텔처럼 만드는 방법

'벼락치기형 인간'이라 쓰고 '살림살이 아마추어'라 읽는다.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호캉스를 즐겼다. 여행을 갈 때면 비행기 예매나 쇼핑에는 돈을 아끼더라도 ‘자는 곳’ 만큼은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여행지를 관광하는 것도 좋지만 호텔 욕조에서 반신욕을 하며 책을 읽는다거나, 맥주를 한 잔하며 선베드에 누워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나에게 진정한 휴식시간이 된다.      



 반신욕이나 선베드는 리조트 혹은 풀빌라식 펜션에서도 누릴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리캉스’, ‘펜캉스’ 라는 말을 만들기보다 ‘호캉스’라는 말을 만든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나는 보통 호텔 로비에서부터 설렌다. 체크인을 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까지 올라가는 동안 들뜬다. 기분 좋은 들뜸은 객실 카드를 찍고 문을 열기 직전 가장 고조된다.



 이토록 내가 설레는 이유는 단연 ‘룸 컨디션에서 오는 쾌적함’이다. 손님을 맞이하는 ‘산뜻한 공기’, ‘정돈된 침구’, 그리고 ‘깔끔한 내부 공간’에서 돈을 지불한 보람이 증명된다.



 심지어 외출을 하더라도 하우스키핑 서비스로 깨끗해져 있을 방을 떠올리면 관광이 끝나가는 아쉬운 마음보다 숙소에서 쉼과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집에 돌아가는 길이 설렌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우리가 사는 공간인 ‘집’도 호텔처럼 설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고급스러운 가구나 소품, 멋진 조망은 없더라도 ‘쾌적함’ 만큼은 따라할 수 있지 않을까?



 핵심은 ‘하우스 키핑’이다. 주말만 깨끗한 집은 호텔이 아니다. 사실 나는 ‘주말이나 쉬는 날에 몰아서 집안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벼락치기형 인간이었다. 해보니 알겠더라. 몰아서 하면 피같은 주말의 반나절은 청소와 집안일로 날아가버린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평일에는 꼼짝않았기에 집에서 ‘쾌적함' 을 누리기란 어렵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이 깨끗하게 ‘유지(keeping)’ 되도록 하는 것, 이것이 쾌적함을 지속화시키는 큰 요소다. 이제는 좀 달라지고 싶었다. 집에 오면 널부러진 머리카락을 못 본척하는 나태로운 자아와 ‘얼른 치우고 쉬자’라는 바지런한 자아간의 싸움에서 맨날 지기만 하던 바지런이를 추대하기로 했다.



 일을 하다가도 깨끗한 우리 집을 떠올리면 ‘설렘’을 느끼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하여 나는 ‘평소에 조금씩’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집안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살림 초보, 2년차 새댁이 말하는 ‘평소에 조금씩’ 하는 살림 루틴.



1. NO-Hair 공간 만들기

첫 번째는 no-hair 공간 만들기다. 나는 머리카락 떨어지는 것이 싫다. 어디든 내가 사용하는 공간에 머리카락이 있으면 그렇게 지저분해 보인다. 샤워를 하고 나면 자연스레 떨어지는 머리카락은 ‘샤워기’로 흘러 보내 한 곳에 모은다. 매일 샤워할 때마다 어떻게 하냐 싶지만 사실 ‘3초’만 투자하면 된다. 그렇게 모아둔 머리카락은 귀신 생각이 나지 않게끔 뭉쳐서 휙 하고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린다.


 머리가 긴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머리카락은 수건으로 물기를 닦을 때보다 드라이기로 말릴 때 가장 많이 떨어진다. 이 때는 정전기 청소포 막대를 사용해서 쓱 훑는다. 출근하기 전 바빠서 어떻게 하냐고 싶지만 이 역시도 10초만 투자하면 머리카락과 먼지 정리가 된다.  



2. No-물 때 공간 만들기

 두 번째는 no-물때 공간 만들기다. 나는 미끈미끈한 분홍색 곰팡이가 싫다. (좋아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물때는 주로 물을 쓰는 ‘욕실’과 ‘주방 싱크대’ 근처에 생긴다.


 먼저 욕실에서 가장 물 때가 많이 생기는 곳은 ‘세면대’ 다. (욕조가 있는 집은 욕조도 포함되겠다.) 샤워를 하고 나서 비누가 묻은 샤워타올로 씻어내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위생상 샤워타올이 아닌 헌 수세미를 사용한다. 헌 수세미는 수시로 물때가 생길락 말락 할 때 쓱쓱 비누 없이 세면대를 훑는다.


세면대 옆에는 수세미

 다음으로는 주방 싱크대다. 어머님들이 설거지를 하고 나면 싱크대 수전 근처 스텐 부분의 물기를 행주로 깨끗이 닦아 낸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하라고 하셨기에 그런 줄 알고 했다. 살림을 하니 왜 해야 하는 건지 알게 되었다. 특히 주방 세제를 둔 용기 아래는 세제와 물기가 섞여 더욱 미끌미끌한데 이 역시도 설거지를 다 한 후 수세미로 씻어낸 후 물을 흘러보낸다. 그리고 물기는 행주로 마무리 짓는다.



3. 일어나면 잠자리 정리

 셋째, 이부자리 정돈이다. 알고 보니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하나라고 한다. 한 사람의 성공과 이부자리 정돈 습관 간의 연관성은 밝힐 순 없지만 왜 그들도 이부자리 정리를 시작 했는지 이유는 대강 알 것 같다.


 다른 곳이 아무리 깔끔하다하더라도 잠자리가 정돈 되어있지 않으면 방에 들어오자마자 불편감이 든다. 잠자리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공간이다. 출근하기가 싫어 눈 뜨기조차 힘든 날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그런 날이면 어떻게 해서든 늦게 일어난다. 아침은 고사하고 씻고 챙기기에 급급하다. 여유가 없다. 집을 돌볼 여유도 내 마음을 살필 여유도 없다.



 잠자리를 돌아본다는 것은 그만큼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만큼의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정돈된 침구를 보는 것만큼 만족스러움이 큰 집안일은 없다. 하얀색 호텔 구스 이불이 아니라도 괜찮다. 이부자리가 정리만 되어있어도 집안의 깔끔함 지수가 굉장히 올라간다.




 막상 적어보니 별 거 없다. 별 것이 없어서 써본다. ‘초’ 단위로 할 수 있는 평소 살림 루틴은 퇴근 후 나에게 깨끗한 ‘집’이라는 선물을 준다. 퇴근만으로도 설레지만 퇴근 후 집에 도착하여 정돈된 집을 마주할 때의 만족감은 보너스다.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나는, 그리고 당신은

이 보너스를 누릴 자격이 있다.  





퇴근 후 정돈된 거실을 마주할 때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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