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 <풀밭 위의 점심식사> 의 미술사적 의의
인상주의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근대 예술운동의 한 갈래이다.
르네상스부터 사실주의까지 약 500년에 걸쳐 이어지던 *환영주의 시대를 끊어냈다는 점에서 인상주의는 모더니즘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다. 마네를 비롯한 작가들은 당시의 아카데미즘에 반기를 들고 '근대성(modernity)'를 근본 사상으로 회화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했다. 이는 먼저 원근법을 부정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예술의 자율성을 추구하며 작품에 서사를 담지 않는 순수한 그림을 그리며 예술을 위한 예술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1863년 <목욕>이라는 제목으로 살롱전에 출품되었다.
원근법과 서사에 의존한, 타율적인 작품들로 가득했던 그동안의 화단에 이 작품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전통의 원근법은 무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물들도 예사롭지 않다.
두 명의 남성은 자신의 동생과 처남이며, 전경에 위치한 누드의 여성은 술집 기타리스트이다. 지금까지의 회화에 등장하는 누드의 여성은 모두 신화 속 여성으로 우아한 아름다움이나, 교훈적 서사를 담고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주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이 작품은 살롱전에서 '역사적 교훈이 없고, 원근감에 깊이가 없으며, 무례하다'는 이유로 낙선한다.
하지만 이후 살롱전에 낙선한 화가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나폴레옹 3세의 지시로 낙선전이 개최된다. 그로 인해 이 작품은 낙선전에 전시되게 되는데 아주 큰 화제가 되었다. 신화 속 여신이 아닌 일반 여성의 나체인 것도 모자라, 술집 기타리스트인 빅토린 외랑의 아주 적나라한 나체를 그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당시 파리에서 만연하지만 금기시 되는 주제인 매춘을 묘사했다는 점에서 아주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물론 단순히 화제성만으로 마네가 최초의 모더니스트이며 근대미술의 아버지라 평가받는 것은 아니다. 마네의 작품에는 보들레르의 근대성(modernity) 개념이 완벽하게 뒷받침 되기 때문에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미술사적으로 큰 의의를 지니는 것이다.
1. 내용의 변화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내용과 형식 면에서 오늘날 모더니즘을 태동시킨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마네가 등장하기 이전, 르네상스부터 사실주의까지 '환영주의'시대의 회화는 신화, 역사화, 종교화 등으로 서사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다. 즉, 회화에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네는 관람자로 하여금 주제나 내용보다 회화 자체의 '형식적 특성'에 주목하도록 하였다. 이는 모더니즘의 특징 중 하나인 '예술을 위한 예술'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마네의 작품은, 보들레르의 근대성(modernity)개념을 따른 작품으로,
1. 예술의 순수성
2. 예술의 자유성
3. 예술을 위한 예술
4. 예술 지상주의
이 네가지가 모두 충족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 형식의 변화
<풀밭위의 점심식사>는 주제(내용) 뿐만 아니라 작품의 형식적 측면에서도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마네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에서 원근법에 따라 인물이나 사물 등의 크기를 조절하지 않았다. 대상의 윤곽선이 강조된 반면에 명암표현은 최소화되면서 대상들은 더욱 평면적으로 보이고, 공간적 깊이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마네의 작품은 살롱전에서 낙선했다. 하지만 이는 마네가 의도한 것으로, 원근법에 입각하여 2차원의 캔버스 표면에 3차원을 재현하고자 했던 환영주의 회화와 결별을 고하기 위함이다.
마네는 미술이 역사적/문화적 간섭을 벗어나 미술만의 고유한 속성을 발견하고 구현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일상적인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재현함으로써 동시대미술의 역할을 수행했다. 전통적인 모티프 속 인물들을 파리 시민으로 대체하고 대가의 작품에 나타난 주제나 구도, 기법을 모방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도 근대 미술로 나아가는 토대를 만들었다. 마네로부터 시작된 인상주의는 비록 1886년에 8번의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집단으로서의 인상주의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500년간 이어지던 환영주의 시대를 끊어내고 미술계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했을 뿐더러 이후 등장하는 미술 사조들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현대미술의 시작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근대성(Modernity) 라고 부르는 것을 찾고 있는데,
나는 근대성(Modernity) 외에 이 생각을
적당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
이는 유행에서 시적인 것,
역사적인 것에서 시적인 것을 찾고자 함이며,
일시적인 것에서 영원한 것을 끄집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
근대성은 일시적인 것, 덧없는 것, 우연적인 것으로서 예술의 반을 차지한다.
나머지 반은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다. ”
-샤를 보들레르 (Charles Baudela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