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굿바이

by 지홀

2년간 연애하고,

1년은 헤어짐을 인정하지 못하고 미련과 집착, 헛된 희망과 기대로 시간을 보내고

그리고 또 7개월은 현실로 받아들인 실연의 아픔에 힘들어하다.


그렇게 3년 7개월의 시간을 기쁨과 우울, 행복함과 비참함을 오가며 보낼 때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 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와 함께 한 시간이 바로 엊그제 인 듯 모든 기억이 생생한데, 문득 돌아보니 거의 4년이란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실연의 아픔은 아물고 있으나 그 자리에 상처가 남을 거다. 그 상처를 보며 문득 문득 아파하고 그리워하고 때로는 또 멍청한 짓을 할지도 모른다.


내 찌질함의 끝을 보여준 사람.

내 속을 다 보이고 남에게 보여주지 않은 치졸함, 분노, 어리석음, 멍청한 행동, 말을 하고.

내 밑바닥을 보여준 사람.


"실연의 과정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고통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던 자신의 깊은 내면을 상대에게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중에서-"


그렇다. 나도.

자존감이 낮아진 나는 자기 비하를 하고 무엇을 잘못했나 되씹어 보며 괴로웠다.


그의 결혼 소식은 큰 충격이었고 스토커가 될 것 같아서, 정신 이상자가 되어 미친 짓을 할 것만 같아 심리 상담을 시작했다.

사랑에 대한 에세이와 심리 분석 책을 읽고,

마음을 단단히 하는 영적 수행 관련 책을 읽고, 재미있는 소설도 읽고,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본 사랑에 대한 책도 읽으면서 내 안의 것을 글로 쓰기도 했다. 뭔가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분출하기 위해 연기학원에도 다니고, 연극 동호회도 가입했다. 그림도 그려보고 싶고 글은 더 열심히, 많이 쓰고 싶다.


"실연이란 창조적인 질병으로서, 자신의 내부에 있는 악마의 모습까지 여행한 후, 거기서 곧바로 솟아오르는 것이다."라고 융은 말했단다.


그렇다. 나도.


이 아픔을 통해 나를 더 사랑하고 내 안의 것을 표현하는, 보다 성숙한 사람으로 자라고 있다.

부디 마음이 좀 더 단단해져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내가 되기를.

이런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희망한다.


벨 훅스의 말처럼

'몸과 마음과 정신까지 교감할 수 있는',

"그"를 만나기를.


로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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