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난 다른 사람이었다.

나를 예쁘게 봐 줄 마음을 갖지 못했을 뿐.

by 지홀

"왜 사랑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려요? 그러면 마음이 어때요?" 심리상담 선생님이 묻는다.

"마음이 비참해져요."

그동안 만났던 시간은 무엇이었나 싶고, 시간 낭비를 했던 건가 싶어 져 비참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해요?"

"음... 그렇게 물으시니 떠오르는 대답은...

내가 뭘 잘못했길래 그가 떠난 것인가 하는 자책을 덜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 그래요?! 그럼 그건 얘기가 좀 되네요."


한동안 우울함에 빠져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고 슬프고 식욕 없고 의욕 없고 울고...

그를 연상시키는 음식, 장소, 음악, 냄새, 어떤 단어, 상황등으로 괴롭고 가슴 아파하며 울고.


그때 내가 이랬다면 어땠을까? 저렇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며 되씹어 보고, 그랬다면 그는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을 거야 하며 반성하고.


나는 왜 참지 못했을까, 왜 그런 말들을 했을까, 왜 그렇게 반응했을까, 왜 그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헤아리지 못했을까 하며 스스로를 원망하고.


우울함에서 조금씩 벗어나자, 그를 만나는 동안 나를 잊고 있었다는 깨달음.


그가 가는 곳을 따라가고, 그가 먹는 것을 먹고,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내 마음속에서는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아니었기에 완전하게 함께 즐기지 못했었다는 발견.


그와의 대화는 자주 방향을 잃었기에 화가 났었고 그로 인해 상처를 받았던 기억.


위로받고 싶을 때 비난을 들었던 창피함.


연애기간 중 대부분은 힘들어 많이 울었고 얼굴은 수심에 잠겼고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헤어지자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연락을 받으면 매번 설레고 들뜨고 그의 얼굴을 보면 모든 것을 잊고 마냥 좋았기에.


행복하지 않으면서 좋은 기분.

그가 날 사랑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희망을 가졌던 어리석음.


내가 미운 말과 행동을 해서 그의 마음이 떠난 것이 아니라, 그는 단지 나를 예쁘게 봐줄 마음을 갖지 못했던 거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니, 그제야 내게 했던 그의 말과 행동이 이해된다.


내가 잘못을 했기에 그가 떠난 것이 아니라, 그저 날 사랑하지 않았기에 떠난 것.


스스로를 비하하고 자책하고 한심해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나와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 답을 찾느라 나를 참 많이 괴롭혔다.

다시 내 모습으로 일어설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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