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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 구매

2025. 5. 4

by 지홀

작년 '책 쓰기 워크숍'에서 책은 충동구매 상품이라는 말을 듣고 꽤 놀랐었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정말 그런가?'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난 항상 읽고 싶던 책을 사 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얼마 후 우연히 들른 책방에서 책 제목만 보고 사고 싶은 마음에 휩싸여 책을 사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구입한 책은 1년이 넘은 지금까지 한 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침대 머리맡 협탁에 얌전히 놓여있다. 분명 살 때는 읽을 생각이었지만, 각주가 본문보다 긴 걸 보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중에 정독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미루게 된다.


충동구매한 책은 대체로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읽고 싶었던 책, 읽어야만 하는 책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점에서 책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 권이라도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읽고 싶었던 책을 사면 좋은데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책이 없으면 서가와 매대를 오가며 서성인다. 어제도 그랬다. '동주와 마실' 마지막 장소인 "피스북 서점"에서 행사가 끝난 후 어떤 책들이 있나 둘러봤는데 그림책이 대부분이었다. 그냥 나가려다 도서실처럼 꾸민 곳에 들어가 보니 소설이 꽤 많았다. 내심 책 한 권 사고 싶었기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작은 서점에서 이런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책을 살 이유가 충분했다. 마실투어를 하는 동안 친구와 책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우연히 친구가 말한 책을 발견했다. "연을 쫓는 아이" 친구가 재밌어서 책장이 잘 넘어간다고 했다. 집에 읽어야 할 책이 7권이 있었지만 샀다. 언제 읽을지 알 수 없지만 샀다. 연휴니까 마음먹고 읽으면 하루에 한 권 읽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친구와 나누며 호기롭게 샀다.

춥다. 5월이 맞나?(12:06, 12:07, 14:21)


연휴 둘째 날인 오늘, 화실에 들러 그림을 그리고 화실 친구와 떡볶이를 사 먹고 카페에 들러 얘기를 나누었다.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고 집에 가서 저녁을 먹은 후 브런치에 올릴 글을 수정했다. 책 한 페이지 읽지 못하고 하루가 갔다. 내일과 모레는 기필코 한 권이라도 읽으리라 마음먹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 미지수다. 아무튼 읽는 데까지 읽어보는 거다. 연휴 때 다 못 읽으면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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