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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18. 2018

<겁 없는 자 장>의 탑


파리 동북부에 위치한 에티엔 마르셀 거리를 걷다 보면 높은 탑 하나가 나타난다. 바로 <장 상 푀르>의 탑이다. Jean Sans Peur라는 불어는 우리 말로 하면 "겁이 없는 장"이라는 뜻이다(그의 아버지 이름은 "대담한 자 장Jean Le Hardi"이다).

이 요새화된 탑은 그 같은 별명으로 불리던 부르고뉴 공작 1세가 15세기에 건설한 탑이다. 지금은 이 탑만 남아 있지만 원래는 부르고뉴 공들의 저택이 있었다.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겁 없는 장이 자신이 사는 저택을 요새화하기 위해 1409년에서 1411년 사이에 쌓은 탑인 것이다. 이때 부르고뉴 가문은 아르마냑 가문과 치열한 내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1407년 11월) 겁없는 장은 샤를 5세 왕의 형제이자 자신의 사촌인 루이 도를레앙을 살해했다.  

보복을 당할까 봐 겁이 난 "겁없는 장"은 자기 집 안에 높이 21미터의 이 탑을 쌓고 그 안에 숨어 살았다.


원래 부르고뉴 가문(디종을 본거지로 하는)이 파리에 머무르는 동안 기거했던 이 저택은 13세기 말에 로베르 II 다르트와가 필리프 오귀스트의 성벽(파리를 보호하려고 쌓아 올린 성벽)에 기대어 지어졌었다. 그러다가 아르트와 가문과 부르고뉴 가문이 결합하면서 부르고뉴 가문의 저택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숨어 살던 "겁없는 장"은 1419년 몽트로라는 마을로 왕세자인 샤를 7세(잔 다르크에 의해 왕이 된)를 만나러 갔다가 아르마냑 가문 사람들에게 살해당했다. 1477년까지 부르고뉴 가문의 저택이었으나 그 이후로 폐허가 되어 지금은 이 탑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 탑은 방문이 가능하다. 5유로. 지하철 역은 Etienne Marcel.


방문하게 되면 계단과 계단궁륭, 그리고 화장실(그 당시 파리의 화장실은 배설물을 그냥 건물 밖으로 빼는 식이었으나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이곳의 화장실은 벽에 뚫은 관을 통해 땅 밑 구덩이로 내려가게 만들었다)을 주의깊게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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