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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25. 2018

인간은 벽안에 갇힌 존재?

-몽마르트르의 <벽을 드나드는 남자>

몽마르트 언덕을 느린 걸음으로 오르다가 거의 예외없이 관광객들이 걸음을 멈춘 채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거나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 갈레트 풍차 앞을 지나 거기서 20여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라데 풍차를 지난다. 이 풍차 앞에서 왼쪽으로 돌아서서 다시 30미터쯤 걸으면 네거리가 나타나고 다시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벽에 박힌 한 남자가 두 손을 내민 채 거기서 빠져나오려 애쓰고 있다.
마르셀 에메의 <벽을 드나드는 남자> 주인공인 뒤퇴이유다. 오르샹 거리(이 오르샹 거리는 마르셀 에메 광장 바로 옆에 있다. 이 거리에서 이집트 출신 여자가수 달리다가 살았다)에 사는 이 평범한 인물은 벽을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하여 권태롭고 초라한 현실과 그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환상을 들락거린다. 그러나 현실과 환상 사이에는 벽 하나 뿐, 결국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언제나 비루한 일상이다. 그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하늘을 날아오르다 날개가 태양에 녹아버린 이카루스처럼 말이다. 
마르셀 에메, 그는 몽마르트 뒤편에 있는 생 뱅상 묘지에 마르셀 카르네, 위트릴로와 함께 누워 있다. 인간은 저렇게 살아서나 죽어서나 벽 안에 갇힌 존재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짧은 이야기의 거장이다. 1902년 3월 29일 프랑스 조아니 시에서 출생하였다. 1926년 소설 '땔나무'로 데뷔하였다. 1929년 '허기진 자들의 식탁'으로 르노도 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름 없는 거리'(1929)로 민중문학상을 수상했고, '초록빛 암말'(1933), '술래잡기 이야기'(1934), '트라블랭그'(1941),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1943) 등의 걸작을 남겼으며 영화와 희곡에도 전념했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저널리스트로서 유명일간지와 주간지에 정기적으로 시평을 기고했던 그는 1967년 10월 14일에 몽마르트르의 생 뱅상이라는 작은 묘지에 묻혔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번역본의 저자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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