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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르퓌순례길을 걷다 13

by 이재형

르퓌를 떠나 대략 3주일 뒤면 도착하는 라로미유(La Romieu, 순례자라는 뜻이다)는 고양이의 마을이다.

아주 작은 이 마을의 광장 주변 여기저기에 고양이들이 돌로 조각되어 있다. 1990년대에 모리스 스로라는 조각가에 의해 창조된 이 돌고양이들은 이 마을에 전해내려오는 전설의 산물이다.

고아 소녀 앙젤린이 아주 심한 기근이 들어 주민들이 고양이까지 잡아먹어야 할 형편이 된 와중에서도 암수 고양이 한 쌍을 구해주었다. 그런데 기근이 물러가고 다시 마을이 번창하자 이번에는 쥐들이 들끓어 수확물을 먹어치웠다. 그러자 앙젤린은 숨겨주었던 이 암수 고양이를 풀어 쥐들을 잡아먹게 함으로써 마을이 다시 기근을 맞이하는 걸 구해준다.

결국 앙젤린도 고양이를 닮아간다(두 번째 사진).

순례자들은 이 한적한 마을에서 하루를 쉬었다 가도 좋다. 매우 아름다운 참사회성당 안의 수도원 회랑에서 힘들었던 하루를 명상해도 좋고, 새빨간 장미꽃으로 덮인 마을 광장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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