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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y 31. 2018

벌거벗은 사상가 볼테르



1770년, 프랑스 문인협회는 당대의 가장 저명한 작가이자 사상가인 볼테르의 전신 조각상을 만들어 세우기로 결정했다. 생존해 있는 왕들의 조각을 세우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살아 있는 작가의 조각상을 만들어 세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프랑스 문인협회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모금을 하여 당대의 가장 유명한 조각가인 장-바티스트 피갈에게 작품을 주문하였고, 피갈은 볼테르가 망명 생활을 하던 스위스의 페르네이로 가서 그의 두상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피갈은 이 위대한 백과전서파 철학자의 몸을 천조각 하나만 걸친 알몸으로 조각하기로 했다. 물론 그리스 시대 이후로 남자의 벗은 몸을 조각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지만, 그건 젊은 남자의 몸이었지 다 늙어서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고 피부가 흐물흐물한 노인의 몸은 아니었다. 
   아니나다를까, 피갈의 이 같은 계획은 큰 스캔들을 일으켰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볼테르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일까봐 피갈에게 계획을 수정하도록 설득했다. 
  그러나 결국 볼테르는 피갈의 계획을 받아들였다. 피갈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 것이다. 반면에 프랑스 문인협회는 이 조각에 대해 혐오감을 표시하면서 인수하지 않고 우동이라는 또 다른 조각가에게 옷을 걸친 볼테르 조각상을 다시 주문하였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 걸작으로 인정받아 루브르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피갈의 이 벌거벗은 조각상을 보면
 볼테르의 열린 정신이 더욱 더 위대해 보인다.


 

루브르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벌거벗은 볼테르(피갈)


드니 부인이 벌거벗은 볼테르 조각이 마음에 안 든다며 또 다른 조각가 우동에게 주문한 옷입은 볼테르


팡테옹에 있는 볼테르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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