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인 사랑

by 성게알

줄곧. 떠나고 싶은 마음과 붙박이처럼 박혀있고 싶다는 생각을 번갈아 했다.

그건 저울 같은 데에 올려놓고 어느 마음을 더 무겁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간 같았다.

도피와 마주 보기,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니까.

웃다가도 한마디로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때엔 어떠한 노력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곰곰이 들여다보면 다 자존심인 것 같기도,

과한 의미부여 같기도, 이해의 차이 같기도 해서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무슨 말이든 입 밖으로 냈어야 했는데.

두 가지 이유였다. 얘길 해도 서로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껴서 받아들이는 바가 참 달랐고, 때때로 어리광 부릴 수 없는 어려움을 느꼈다. 너에게도 내가 어려운 수많은 이유가, 아니, 넌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으니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저 우린 참 건강하지 못한 사이 같아서 결국엔 이뤄질 수 없을 거라고 믿었다.


슬픈 건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너를 만나기 전으로도, 아마 만나지 않고 있을 미래로도 돌리고 싶었다. 시간의 모든 기준은 너였다. 너와의 지난한 싸움이 힘들어서 그것에서 해방된 시간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참 비겁한 이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신은 모른다는 것. 너와의 긴장은 줄곧 나 혼자만의 싸움이었으니까. 내 속에서 빚어낸 혼란과 갈등이었으니까 자존심과, 수치심의 문제였다. 어떤 마음으로 널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몰라서 어쩌면 날벼락같은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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