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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Nov 13. 2023

나는 시간을 쓰지 않는 관계를 믿지 않는다

오늘의 스몰 토크 주제: 사랑의 언어

얼마 전 팀원들과 저녁을 먹다가 ‘애정 표현’ 이야기가 나와 한참 떠들었다.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면 어디에 담아야 할까. 마음은 물 같은 것이라 여기서 저기로 옮기려면 보조 도구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내 기준에서 마음을 담을 수 있는 도구는 시간뿐이다. 나는 시간을 쓰지 않는 관계를 믿지 않는다.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시키지 않아도 시간을 쏟아붓게 된다.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다. 바닥이 뻔히 보여도 도무지 아낄 수 없게 된다.



정수기에 물 뜨러 갈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쁜 날이었다. 원래 J와 저녁을 먹으려고 했었는데 얼마나 늦어질지 예측할 수 없어 파토를 냈다. 일방적으로 약속을 깨뜨리고 상대를 서운하게 하는 일이 반복될 때마다 사실 무서웠다. 이렇게 일만 하다가 옆에 아무도 안 남게 되면 어쩌나. 나는 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쓰는 데 인색할까. 바쁘다는 건 사실 핑계가 아닐까. 밤늦게 사무실에서 나와 휴대폰을 확인하니 J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아직 퇴근 못 했어? 밥은?’ 두 시간 전에 온 카톡을 여태 확인하지 못한 미안함에 서둘러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데 눈앞에 J가 나타났다.

“언제부터 와 있었어? 전화하지!”

“내가 기다리고 있으면 신경 쓰여서 일하는 데 방해 되잖아.”

“카톡 답장도 없는 놈 뭐가 예쁘다고 와서 기다려. 너도 퇴근하고 피곤할 텐데. 지금 식당 문 다 닫아서 어디 갈 데도 없어.”

“그래도 덕분에 이렇게 얼굴 보고 좋잖아.”

J는 나에게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그의 우선순위에 늘 내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마음은 이런 식으로 전해진다.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고 일 년에 한두 번 겨우 얼굴을 비추는 내 마음은 아마 엄마 아빠에게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미안...)


나의 ‘시간 사랑론’을 듣던 팀원 하나는 이런 의견을 내놓았다.

“저는 좀 다른데. 저한테 있어서 마음의 크기를 가장 투명하게 보여주는 건 돈인 것 같아요. 사랑이 식으면 제일 먼저 그 사람한테 쓰는 돈이 아까워지더라고요.”

“저는 두 사람을 섞은 버전! 선물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이지 않아요? 똑같은 가격이어도 카톡 선물하기 베스트 랭킹에 있는 선물이랑 가게 가서 직접 골라 포장해 온 선물이랑은 담겨있는 정성이 다르니까. 가게에 가는 시간, 선물 고르는 시간, 나를 만나러 오는 시간. 그 하나하나가 다 마음이잖아요.”

“저희가 지금 하는 이야기랑 비슷한 맥락의 테스트도 있어요. ‘사랑의 언어’ 테스트라고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1의 사랑의 언어를 고르는 거예요.”

“오 재밌겠다. 남자 친구한테도 해보라고 해야겠어요!”


사랑 얘긴 어째서 이렇게 할 때마다 재밌을까.



오늘의 스몰 토크 주제

사랑의 언어.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길/표현해 주길 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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