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테오라, 그리스 (Meteora, Greece)
그리스는 한국인들이 잘 오지 않는 여행지이다. 흔히 꽃보다 할배 혹은 포카리 스웨트 광고 속에 등장하는 산토리니를 떠올리고는 한국인들이 엄청 많이 가는 곳인 줄 아는데, 그리스와 한국은 연결되는 직항 비행기편이 없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유럽 여행지(프랑스, 영국,스페인 등)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가 그리스 여행은 대체로 크루즈, 선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럽국가들과 연결되는 항공편도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그리스 여행객의 대부분은 서양, 유럽 사람들이며 동양에서 온 관광객, 특히 한국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스에 온다해도 수도인 아테네, 산토리니 정도를 둘러보고 가는게 대부분이다. 내가 오늘 소개하려는 메테오라는 수도인 아테네에서 약 460km 떨어진 곳이다. 기차로 4시간 30분, 차량으로 5시간이 넘게 걸려서 그리스인 중에서도 안 가본 사람이 많은 그리스의 보물 같은 곳 이다.
메테오라는 우뚝 솟은 절벽 꼭대기에 지어진 수도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수도원들에는 아직도 그리스 정교회 수도사들이 살고 있고 위 사진 처럼 구름이 끼는 날에는
신선 세계를 보는 듯한 절경으로, 공중 수도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6만년 전에는 이곳이 본래 바다였을 것이라고 추정되며 메테오라 지형에서는 6만년전 바다생물 화석이 종종 발견된다. 해수면이 낮아지고 물러가면서 퇴적물이 쌓여 사진과같은 지형이 형성 되었다.
가까이서 보면 아주 큰 돌들과 모래가 뭉쳐져 만들어진 지형이고, 중간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 처럼 보이는 곳들은 모래만 뭉쳐져 있다가 나중에 모래가 스르륵 빠져나와 생긴 동굴이다.
이 곳에 수도원이 지어지기 시작한 건 14세기 부터다. 그리스에 들어온 오스만 제국(현재의 터키)을 피해 북쪽으로 도망치다가 이 지형을 발견한 그리스 정교회 수도사 '아타나시오스' 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여기는 별똥별들이 쏟아진 곳인가?
그리하여 '아타나시오스'는 이 지형에 별똥별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메테오라ΜΕΤΕΩΡΑ 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그때부터 이 곳은 별똥별, 즉 메테오라 라고 불리게 되었다. 영단어에서 별똥별이라는 뜻의 단어 Meteor 를 생각하면 외우기 쉬울 것이다.
메테오라에는 이렇게 생긴 봉우리가 약 300개, 이들의 평균 높이는 해발 300m 이다.
아타나시오스는 이 중 가장 높은 봉우리(해발 600m)를 선택해 수도원을 짓기 시작한다.
이것이 메테오라 공중 수도원 역사의 시작이다. 사진에서 오른편에 보이는 수도원이며 현재 메테오라에 남아있는 6개의 수도원들 중 가장 높은 곳에, 가장 처음 지어진, 가장 큰 규모의 수도원이다.
이 곳에 메테오라라는 이름을 붙여준, 이 곳에 최초로 정착한 수도사 아타나시오스가 지은 수도원이다.
The Great Meteora Monastary, 대 메테오라 수도원.
절벽과 그대로 이어진 듯이 지어진 독특한 건축술이 특징이며, 수도원 아래로 절벽을 타고 만들어진 구불구불한 계단을 보면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수도원이 있는 봉우리 반대편 봉우리까지만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거기서부터는 도착한 봉우리를 내려간 뒤 반대편 봉우리를 저렇게 계단을 타고 오르면 된다.
대 메테오라 수도원에 올라가다 보면 중간에 동굴 같은 공간에 앉을 수 있는 곳이 나오는데 그곳에 걸린 현판이다. 수도사 아타나시오스가 하필 이 곳을 선택해 수도원을 지은 이유를 적어 걸어놓은 것으로,
하늘의 것을 가까이하고 땅의 것을 멀리하라
골로세서 3장 2절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그가 메테오라를 선택한 이유이다.
메테오라에 수도원이 지어졌다는 소문을 듣고 오스만 제국을 피해 도망다니던 그리스 정교회 수도사들이 메테오라로 모이기 시작하는데, 그리하여 16세기때는 20개가 넘는 수도원이 봉우리 마다, 동굴마다 있었다고 한다. 그때가 메테오라의 전성기라고 불리는 시절이다. 16세기 메테오라에 살았던 수도사가 남겨놓은 동판화이다. 자세히 보면 정말 봉우리마다 작은 수도원들로 빼곡한 모습, 길도 없어서 밧줄, 사다리로 올라다니던 모습등을 확인 할 수 있다.
지금은 관광객들을 태운 대형 버스들이 수도원이 있는 구석구석을 갈 수 있는 매끈한 도로가 만들어져있어 저 절벽을 타고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손님들이 겁난 표정으로 매번 물어본다.
"저희 저기까지 걸어 올라가야 하나요...?"
"아닙니다~ 버스로 수도원 바로 앞까지 데려다 드립니다."
도로가 만들어진 것은 1900년대 초반으로, 길이 만들어진 덕에 일반인들도 접근이 가능해졌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때문에 1차 세계대전때 나치군까지 쳐들어와 수도원이 많이 망가지고 약탈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현재 남아 있는 수도원들은 2004년 메테오라 전체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그리스 정부 차원에서 고고학자들을 대거 동원해 복원 공사를 진행한 모습이다. 수도원을 구경하다가 전쟁 박물관이 왜있지 라는 의문이 든다면, 메테오라가 세계 대전으로 피해 받은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복원 공사 당시 추가로 지어진 것이다. 모든 수도원은 입장료 3유로에 학생이나 아이 할인 같은 건 없이 모두 3유로이다.
현재는 그 많았던 수도원들이 모두 파괴되고 스러져서, 6개의 수도원만이 복원되어 남아있다. 수도원들이 많이 사라진 이유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제는 더이상 이 곳에 숨어 수도 생활을 하려는 수도사들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국민의 98%가 그리스 정교회를 믿는 거의 교회 국가로 동네 곳곳에 작은 교회들이 많고, 일상 생활과 종교가 하나처럼 움직인다. 메테오라는 그리스 정교회 최고 성지 중에 하나이다.
루싸노 수녀원에 방문하면, 메테오라의 지형을 이루는 납작한 돌맹이 위에 메테오라를 그리는 수녀님이 있다.
돌맹이 하나에 3유로고, 옆에 놓은 작은 쪽지에 원하는 문구를 적어 건네주면 저렇게 방문한 날짜와 함께 돌맹이 뒷 편에 써준다. 한글을 써줘도 그림을 그리듯 베껴 적어주신다. 그래서 어려운 한글 적어주면 약간 짜증내신다. 메테오라에서 사는 기념품 중 가장 애틋한 마음이 드는 기념품이다.
메테오라는 안타깝게도 수도원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 많다. 특히나 가장 중요한 교회 내부는 사진 촬영이 절대 금지 되어있다. 그래서 교회 내부를 찍은 사진을 엽서로 판매하는데, 정교회는 교회 내부를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어떤 그림을 어느 곳에 그려야 하는지, 기둥은 어디에 몇 개를 세워야 하는지 모두 정해져 있어서 교회 하나만 제대로 보면 그리스 정교회 전역의 교회가 똑같이 지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그리스 정교회가 무엇인지, 교회 내부는 어떻게 생겼는지를 쓰려고 한다.
그리스는 여행하기 힘든 나라인데다가 메테오라는 아테네에서도 너무 멀고, 비행기도 없어서 메테오라를 가기 위해서는 기차가 됐든 차가 됐든 5시간을 꼬박 달려 이동해야 한다. 버스는 직통으로 연결되는게 없고 델피쯤에서 갈아타고 가야한다. 이렇게 가기 힘든 여행지라, 그리스에서도 메테오라를 말로만 들었지 직접 다녀온 그리스인들도 많지 않다. 그리스 여행은 그리스인들한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잘 다닌 나는 그 어디보다도 메테오라를 꼭 방문해보길 추천하다. 다섯시간을 달린 보상이 눈 앞에 멋지게 펼쳐질거다.
마지막으로, 메테오라 수도원 안에서는 냥아치들을 조심해야한다.
가만 앉아있는 내 등을 슬그머니 타고 오르는가 하면, 내 무릎에 앉아 잠을 자기도 한다. 이 때 먹을 걸 꺼내주면 어디 숨어있던 메테오라 고양이들이 죄다 야옹야옹 몰려들 수 있으니 음식은 절대 꺼내주지 말아야한다. 근데 너무 귀여워서 힘들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