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디아워스

나는 내 별들을 몽땅 잃어버렸지

by 유바바

무표정과 무심함이 기본 태도로 완고하게 자리 잡은 나를 느낀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 나에게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내 마음. 이렇다하게 상처 받은 일도 없건만 왜 얼굴이 굳었을까. 노화인걸까?


내 마음 속을 계속 들여다보면 글이 써졌었다. 문장들은 내 마음을 반영했다. 쓰고나면 개운했다. 옷들을 대충 접어 이리저리 쑤셔 넣어놨던 서랍을 열어, 구겨진 옷들을 하나씩 꺼내 제대로 접어서 다시 정갈한 상태로 만들어 탁 닫아놓을 때처럼. 내 마음에 뭐가 있는지 차근차근 돌아보고 이쪽저쪽 정리해놓으면 마음에 윤이 났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깨끗한 새벽처럼 맑은 고독감이었다. 별들이 반짝이는 시간이었다.

요즘엔 마음의 말들을 잘 꺼낼 수 없다. 얼굴 피부 가까이에서 빛을 내던 내 영혼이 어디로 사라졌는데 그게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내 삶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집중,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헤아릴 수 있었던 내면, 정신의 주인 자리에서 찰랑이던 건전한 이상, 내 핵심을 완성해주던 것들을 잃어버렸다. 깨끗한 새벽에 별들은 반짝이지 않고, 텅 빈 하늘이 보인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걸어주던 최면에 내성이 생기고, 정신은 점점 또렷해져 가는데, 또렷한 정신으로 헤아릴 별이 없는 밤에 길을 잃는다. 삶이 아닌 일상을 사는 내가 그 밤에 서있다. 그래, 삶을 잃어버린 거였구나.

큰 상처도 없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 속에서 없어지는 줄도 모르고 다 잃어버린 내 별들을 어디서 다시 찾아와야 하나? 계속 거기서 빛나는 줄만 알고 고개 들어 한 번 올려다 보지도 않았었지. 후회한다. 나는 후회는 참 쓸모 없는 감정이라고 여기지만, 지금은 진실로 후회하면 별들을 되찾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걸고 후회한다. 사람은 지난하게 흐르는 시간 속을 가만히 서있는 것 만으로도 상처 받을 수 있다.


무심한 가면이 다 바스라지도록 활짝 웃는 나를 상상한다. 세상에 내놓을 내 모습은 없는데 내가 의식하는 나 자신이 켜져서 활짝 웃기도 어색하다. 웃는일이 어색하다라,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노화의 과정이다. 너무 많이 늙기 전에, 나 자신에 대한 의식 없이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력함, 무관심함, 나른함이 아니라 편안함. 그립다. 그립고 보고싶다 빛나던 내 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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