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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11. 2024
제 책이 나왔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경어체로 글을 씁니다. 지금껏 저는 이곳이 제 사유와 개성을 표현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이곳의 의미가 좀 다르게 다가옵니다. 이 글만큼은 동료 작가분, 구독자분, 그리고 단 한 번이라도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쓰려고 합니다.
오늘 제 책 『최소한의 과학 공부』가 발간되었습니다.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등에 제 이름과 책 소개가 올라와 있네요. 신기하면서도 뿌듯합니다. 늘 다른 사람의 책을 사기만 하던 곳에, 제 책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요. 예전에 어떤 가수가 방송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데뷔 앨범을 낸 뒤 길거리를 걷고 있었대요. 그런데 레코드 가게 앞을 지날 때 자기 노래가 흘러나오더랍니다. 그게 너무 신기해서, 가게로 들어가 자기 앨범을 샀다네요. 지금 제가 딱 그 심정입니다. 출판사에서 준 책 말고, 직접 알라딘에서 한 권 주문하고 싶어요.
오래전부터 글 읽기와 쓰기를 좋아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간 가졌던 직업도 다 글쓰기와 연관이 있었네요. 회사 업무를 하면서 글 잘 쓴다는 칭찬도 종종 받았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되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세상에 요리 잘하는 사람은 많아도, 돈 내고 사 먹을 만한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요. 제 글도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도 운영진이 걸어놓은 “브런치를 통해 작가로 데뷔하세요!” 따위의 문구에 혹해서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 이름으로 뭐든 써보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동안 저는 남의 글을 대신 써주는 하청업체 노릇이 지겨웠거든요.
하지만 뢴트겐이 X선을,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했듯, 제게도 행운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우연히 제 브런치 글을 본 출판사에서 제안을 해주셨거든요. 책을 내보지 않겠냐고. 그 작은 우연에서 시작된 일이 이렇게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인생은 살아볼 가치가 있다”라고들 하잖아요. 40년 넘게 살면서 이 말의 의미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깨달았습니다. 인생에는 이렇게 어떤 기회와 가능성이 숨어있는지 예단할 수 없거든요. 그걸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열심히 살아봐야 합니다.
꼬박 1년 2개월이 걸렸습니다. 사실 마냥 쉬운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번민하고 좌절했던 순간이 더 많았습니다. 이런 글을 과연 독자들이 좋아할지, 책으로 나왔을 때 반향이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제가 제 글을 믿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여러분입니다. 여러 작가님들이 남겨 주신 감상과 비평을 읽으면서, 비로소 저는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요.
그리하여, 이렇게 책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인쇄가 막 끝난 책을 집어들어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이 작가로서의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걸 평생 모르고 살 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많은 분의 도움으로 하루키의 행복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인쇄된 제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 제 안에서 피어오른 여러 감정들을, 저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겁니다.
이제 첫 책을 낸 제가 얼마나 더 많은 글을 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저는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주는 글보다, 한 사람에게라도 깨달음을 주는 글을 쓰겠습니다. 작가로서 제 글에서 뭔가를 얻을 단 한 사람의 소중함을 잊지 않겠습니다. 혼자 속으로 생각하면 되지, 뭘 이렇게 글로 남기냐고요? 다짐을 단단히 하기 위함입니다. 이 다짐을 지켜나갈 저를 여러분께서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